올해 폭염·폭우 얼마나 심할지…여름이면 커지는 '기후 불안'
젊은층서 기후 불안 수준 높아…일부는 걱정 넘어 우울감·스트레스 호소
(서울=연합뉴스) 장보인 기자 = "기후 변화가 문제라고 생각은 했지만 6월에 이런 더위를 겪고 나니 심각성이 확 체감되는 것 같아요."
직장인 이모(34) 씨는 최근 이상 기후를 체감하며 심한 스트레스를 느꼈다고 털어놨다. 그는 "불볕더위에 외출하면 단순히 '더워서 힘들다'를 넘어서 '앞으로 극한 기후가 더 심해지면 어떻게 살아야 하나'라는 걱정이 든다. 머리를 굴려봐도 별다른 해결책이 보이지 않아 한없이 우울해진다"고 했다.
지난달 기상청에서 올여름이 평년보다 덥고 비가 많이 내릴 확률이 높다는 전망을 내놓은 가운데 이달 숨 막히는 폭염이 시작되면서 기후 변화에 대한 걱정을 털어놓는 이들이 적지 않다.
지난 19일 전국 각지의 낮 최고기온이 35도 안팎까지 치솟으면서 곳곳에서 관측 이래 6월 일최고기온 기록이 경신됐다. 7∼8월의 본격적인 폭염은 얼마나 심할지 우려를 낳는 이유다.
전례 없는 폭우로 '극한 호우'라는 생소한 용어마저 등장했던 작년 여름을 떠올리면 올여름 장마 역시 걱정거리다. 작년 7월 15일에는 제방이 터지면서 유입된 강물로 오송 지하차도 참사가 벌어져 14명이 숨졌고 2022년 여름에는 서울 강남역이 물난리로 아수라장이 돼버리기도 했다.
폭염과 폭우 같은 이상 기후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구촌 곳곳이 기록적인 초여름 더위로 신음하는 가운데 40도 넘는 폭염과 홍수, 폭풍우 등 각종 기상 이변들이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런 사건들을 연달아 접하면서 단순한 걱정을 넘어 기후 변화가 본인과 가족 등을 비롯한 공동체에 위기를 가져올 것이라 여겨 불안과 우울·스트레스 등을 느끼는 '기후 우울감'을 호소하는 이들마저 있다.
직장인 김모(30) 씨는 "'좋은 날씨'를 느낄 수 있는 날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생각하면 우울감이 커진다"며 "뉴스를 볼 때 매년 기후위기나 이상기후와 관련한 이야기가 많아지는 것 같아 더 암울하기만 하다"고 했다.
김씨는 "아이를 낳기 망설여지는 이유 중에 기후위기도 큰 부분을 차지한다. 지금도 이런데 내 아이가 성인이 될 때면 환경이 얼마나 망가져 있을지 두렵다"고 덧붙였다.
쓰레기 분리배출, 일회용품 사용 자제 등 환경을 위해 개인적 차원의 노력을 하다가 무력감에 빠진다는 이들도 있다.
불필요한 물품 구매를 줄이는 등 환경을 위해 나름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는 임모(30) 씨는 "나 혼자 이런 행동을 한다고 도움이 될까 싶은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숲이 헐리는데 이쑤시개 아끼는 격'이라는 말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대학원생인 김종현(26)씨는 "개인이 발버둥을 쳐봐야 얼마나 달라질까 싶다. 정부의 노력과 관심이 없는 것 같고 그 때문인지 환경 문제에 대한 의식이나 관심이 전혀 없는 이들도 많은 것 같다"고 허탈해했다.
최근 채수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미래질병대응연구센터장 등이 학술지 보건사회연구에 게재한 논문 '한국인의 기후불안 수준 및 특성'에 따르면, 전국 만 19∼65세 성인 2천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 기후 불안에 대한 조사 대상자들의 평균 점수는 5점 만점에 1.90점이다.
연령이 낮을수록 기후 불안 점수가 높았는데 특히 20대가 2.02점으로 60대(1.75점)보다 불안 수준이 높았다. 50대 이상은 기후 변화에 대해 '걱정된다', '불안하다'는 비교적 약한 감정을 표현한 반면 40대 이하는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불안과 무력감을 토로했다.
연구진은 "어느 정도의 기후 불안은 오히려 기후변화 대응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는 순기능을 하기도 하지만 적절하게 관리하지 못하면 병리학적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며 "시기를 놓치지 않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도 "개인적으로는 우울 증상을 느낀다면 치료를 받을 수 있겠지만 국가와 사회도 노력을 할 필요가 있고 근본적으로는 정부와 사회가 기후 문제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bo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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