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고 공간 활용률 높아”…1인 가구 증가로 소형 가전 ‘인기’

박용선 기자 2024. 6. 23.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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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 1000만 시대 타깃한 소형화 전략
제품 크기 줄여 공간 활용률 극대화, 가격도 저렴
일본 ‘시성비’ 초점…크기 작은 가전 사용해 시간도 절약

홈라이프 설루션 업체 ‘앳홈’은 지난해 음식물처리기 시장 진출 전략을 구상했다. 당시 시장은 음식물처리기 전문 제조 기업 스마트카라가 꽉 잡고 있었다. 앳홈은 스마트카라와 같은 고객을 타깃으로 하면 승산이 없다고 판단, 1~2인 가구를 타깃한 음식물처리기 소형화 전략을 펼쳤다. 음식물처리 용량을 줄이고 가능한 제품을 작게 만들어 공간 활용률을 높이는 것이었다. 가격도 낮췄다.

앳홈의 소형화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앳홈이 지난해 10월 출시한 한 뼘 크기의 음식물처리기 ‘미닉스 더 플렌더’는 지난 6월 13일 기준 누적 매출 약 174억을 기록했다. 지난 6월 1일부터 4일까지 진행한 CJ온스타일 라이브방송에선 5900대를 판매하며 매출 25억원을 달성했다.

1, 2인 가구를 공략한 앳홈의 소형 음식물처리기 ‘미닉스 더 플렌더’. /앳홈 제공

국내 가전 시장에서 기존 제품보다 크기를 줄이고 가격을 낮춘 소형화 전략이 인기다.

소형화 전략의 배경에는 증가하는 1인 가구가 있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1인 가구 수는 1003만9114세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0만1098세대(2.04%) 증가했다. 특히 국내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 비중은 41.8%에 달한다. 이들을 타깃으로 소형 가전을 제조·판매하는 기업이 늘고 있는 것이다.

그래픽=정서희

소형 가전의 최대 강점은 높은 공간 활용률이다. 기존 3~4인 제품에 비해 크기가 3분의 1 또는 절반가량 작아, 공간 활용률이 높다.

특히 주방의 경우 냉장고, 식탁, 식기세척기, 가스레인지 등 다양한 가전제품과 가구가 있어, 넓고 여유로운 주방 공간을 원하는 소비자에게 소형 가전은 인기가 많다. 이는 원룸 등 작은 집에 사는 1인 가구에는 더욱 그렇다. 크기가 작은 만큼 가격이 저렴한 것도 소형 가전의 경쟁력이다.

국내 시장에서 소형 가전제품을 가장 활발하게 출시하고 있는 기업은 쿠쿠전자다. 쿠쿠전자는 지난 2021년 3인 이하 소규모 가구를 위한 소형 밥솥을 선보였고, 2022년 12월에는 ‘1구 인덕션’ 판매에 나섰다. 계열사 쿠쿠홈시스는 지난달 31일 제품 폭을 전작 대비 약 11% 줄인 268㎜의 슬림 디자인을 적용한 ‘2024년형 인스퓨어 창문형 에어컨’을 출시했다.

성과도 좋다. 쿠쿠전자의 소형 밥솥은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판매량이 전년 대비 10%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1구 인덕션의 판매는 900% 늘었다. 인스퓨어 창문형 에어컨은 여름 시즌을 맞아 지난 5월 판매가 전월 대비 311%가 증가했다.

쿠쿠전자 관계자는 “한국 사회의 핵개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가전제품 선택 시 경제성뿐만 아니라 실용성과 공간 효율성 등을 꼼꼼하게 따지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 트렌드를 반영해 제품을 제조·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SK매직은 지난 3월 기존 직수 정수기 대비 크기를 약 60% 줄인 초소형 직수 정수기를 선보였다. 이 정수기는 성인 여성 손 한 뼘 크기에 불과할 만큼 작다. SK매직의 초소형 직수 정수기는 출시 한 달 만에 1만5000대가 팔렸다.

롯데하이마트는 1~2인 가구를 타깃으로 한 자체브랜드(PB) ‘싱글 원’ 시리즈 전략을 펼치고 있다. 롯데하이마트는 지난 5월 1~2인 가구를 겨냥한 29만9000원짜리 PB ‘하이메이드 싱글 원 냉장고’를 출시했다. 보통 1~2인 가구의 경우, 음식 보관량이 적다는 점을 고려해 245L 소용량으로 제작됐다. 롯데하이마트가 200L대 냉장고를 20만원대에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냉장고는 지난 16일 기준 약 7000대가 팔렸다. 롯데하이마트는 7월 ‘싱글 원’ 시리즈 두 번째 제품을 준비 중이다.

일본 파나소닉의 소형 식기세척기 ‘솔로타’. '혼자 사는 1인 가구의 주방에 적합한 디자인'이라고 설명돼 있다. /파나소닉 제공

한국보다 먼저 1인 가구 증가 등의 인구 변화를 겪은 일본에서도 소형 가전이 인기다. 특히 시간 대비 효율을 뜻하는 ‘시성비’에 초점을 맞춘 소형 가전이 새로운 트렌드로 부각되고 있다. 일본 내에선 ‘타이파(Time Performance)’로 불린다. 기존 제품보다 크기가 작은 가전을 사용하면 그만큼 시간을 아낄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제품이 파나소닉의 소형 식기세척기 ‘솔로타(SOLOTA)’다. 솔로타는 1인용으로 한 번에 최대 6개의 식기 세척이 가능하다. 기존 3~4인용 식기세척기를 사용하는 데 1시간 이상이 소요된다면, 솔로타는 약 40분이면 된다. 특히 솔로타는 별도 공사 없이 A4 크기의 면적만 있으면 설치가 가능하다. 제품 크기가 작아 싱크대 등에 올려둬 수납장으로로 사용할 수 있다.

일본 파나소닉 측은 “솔로타는 혼자 사는 소비자의 생활, 주방에 딱 맞는 콤팩트한 디자인과 기능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국, 일본은 물론 미국, 유럽 등 전 세계적으로 1인 가구 비중이 늘고 있다”며 “세탁기, 세척기, 냉장고 등 모든 가전제품의 소형화가 더욱 빠르게 진행될 것이고 가격도 현재는 3~4인 가구용보다 저렴하지만, 추후에는 보다 가격이 높아지는 프리미엄화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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