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원의 행복 ‘시티투어버스’···역사·문화·자연여행 한번에

김보경 기자 2024. 6. 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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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티투어버스 ‘군위군 돋보기’
삼존석굴·사유원·김수환추기경공원·화본역
문화해설사 동행해 명소 풍성한 해설 ‘재미’
여유롭게 창밖 풍경 보며 사색의 시간 만끽
사계절 즐길 코스 즐비…가벼운 나들이 제격
대구시티투어버스인 ‘군위군 돋보기 투어’ 참가자들이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김병진 기자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역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시티투어버스’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시티투어버스는 탑승 후 지역 주요 명소를 한번에 둘러볼 수 있는 관광상품이다. 낯선 도시에서 운전과 주차 걱정 없이 편하게 여행할 수 있고, 저렴한 비용으로 잘 짜인 관광코스를 체험할 수 있어 알찬 가성비를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고려해볼 만하다.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대구시티투어버스를 타보고, 색다른 전국의 시티투어버스도 소개한다.

“안녕하세요. 대구시티투어 ‘군위군 돋보기 투어’ 버스입니다. 신청자 이름 말씀하시고 탑승해주세요.”

15일 오전 10시, 기자는 대구시티투어버스를 타기 위해 지하철 동대구역에 있는 정류장에 도착했다. 빨간색 시티투어버스에 올라타자 권성림 대구광역시관광협회 문화해설사가 참가자들을 반갑게 맞이한다.

군위군 유일의 여객열차 정차역인 화본역.

이날 참가한 투어는 지난해 7월 대구로 편입된 군위군을 둘러보는 테마형 관광인 ‘군위군 돋보기 투어’다.

지하철 청라언덕역과 동대구역에서 탑승해 군위 삼존석굴, 사유원, 김수환추기경사랑과나눔공원, 기차역 화본역을 거쳐 다시 탑승 정류장으로 돌아오는 일정이다. 이날 참가한 인원은 40명으로 버스가 꽉 찼다. 올해 새로 추가된 코스인 만큼 일찍 예약하지 않으면 금요일과 주말엔 자리가 없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이야, 날씨 좋다. 산 좀 봐봐!” “60년 동안 대구에 살면서 군위군은 처음 가보네.”

시티투어버스로 움직이니 운전할 필요가 없어 여유롭게 창밖의 풍경을 만끽한다.

참가자들이 군위 삼존석굴 안 불상의 염화미소를 감상하고 있다.

군위군은 풍경이 아름다운 지역으로 유명하다. 팔공산을 넘어가야 하는 지리적 특성으로 아직까진 관광객이 몰리지 않아 손 타지 않은 자연경관을 느낄 수 있다. 팔공산터널을 지나자 부계면에 있는 아미타여래삼존석굴에 도착했다.

시티투어의 또 다른 재미는 문화해설사가 설명해주는 관광 명소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권 문화해설사는 “삼존석굴을 보기 전 이 극락교를 건너면서 마음을 깨끗이 비워야 한다”며 길을 안내했다.

극락교를 지나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높이 4m의 원형 자연동굴 안에 온화하게 앉아 있는 불상이 보인다. 여름 햇살을 피해 나무 아래 진 그늘에서 권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니 학창시절 소풍을 온 듯하다.

1시간가량 사찰을 구경하다 보니 어느새 점심시간이다. 버스로 5분 거리에 있는 부계면사무소 입구에 내렸다. 근방에 동네 맛집이 모여 있으니 자유롭게 먹고 싶은 메뉴가 있는 식당에 들어가 점심을 즐기면 된다.

가고 싶은 관광지를 고를 수 있다는 것도 시티투어의 매력이다. 오후엔 김수환추기경사랑나눔공원·화본역을 둘러보는 일정과 민간 정원인 사유원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정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올해 신규 우수 웰니스 관광지로 선정된 사유원에 방문하기로 했다. 군위군 돋보기 투어에서 사유원 코스를 선택하는 사람은 1회에 1∼2팀으로 많진 않지만 자가용이 없으면 방문하기 어려워 사유원에 가기 위해 투어를 신청하는 사람이 꽤 있단다. 시티투어버스 탑승자는 입장료도 10% 할인된다.

사유원 내 건축물 ‘소요헌’의 휴식 공간.

사유원은 문화해설사와 동행하지 않는다. 생각하는 정원이라는 이름처럼 혼자 산책하며 내면의 휴식을 취한다. 팔공산 자락 70만㎡(21만평) 산지에 200년이 넘은 배롱나무, 108그루의 모과나무 등 오랜 세월을 지낸 수목이 아름다운 숲을 이루고, 세계적인 건축가·조경가가 만든 특별한 공간이 어우러져 있다. 이곳은 1일 방문객이 350명으로 제한돼 조용히 사색을 즐기기 좋다.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카페 ‘가가빈빈’까지 혼자 천천히 걷다 보면 3시간도 모자라다.

선비처럼 풍광을 즐기다 보니 금세 시간이 흘렀다. 사유원 입구에 기다리고 있는 시티투어버스를 타고 다시 동대구역으로 향한다.

이날 투어에 참가한 홍경숙씨(71·대구 달서구)는 “대구시티투어 참여가 벌써 두번째”라며 “가벼운 마음으로 반나절 나들이를 즐길 수 있다는 게 참 좋다”고 웃음 지었다.

권 문화해설사는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데 같이 갈 사람도 마땅히 없고 운전도 하기 싫다면 고민하지 말고 시티투어를 찾아달라”며 배웅했다.

군위군 돋보기 투어 버스에 탑승한 참가자들이 여행에 대한 설렘으로 한껏 들떠 있다(왼쪽).

군위군 돋보기 투어 외에도 대구시티투어버스에는 사계절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코스가 마련돼 있다.

대구 도심을 중심으로 자유롭게 관광하는 ‘도심순환코스’와 ‘낙동강투어’ ‘전통시장투어’ ‘야경투어’ 등 7가지 주제를 가지고 문화해설사가 동행하는 ‘테마코스’도 있다.

도심순환코스는 시티투어 차량 내에서 당일 현장 발권이 가능하지만 테마코스는 예약이 필수다. 대구시티투어 누리집이나 전화로 원하는 날짜와 코스를 선택하면 된다.

비용은 성인 기준 1만∼1만2000원이며 당일 철도·고속버스 승차권 할인, 외국인 관광객 할인 등 다양한 혜택도 마련돼 있다. 테마코스 참가 가능 인원은 15∼40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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