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심의 법정기한 'D-4'인데…노사, 인상수준 논의 시작도 못해

고홍주 기자 2024. 6. 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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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까지 심의 마쳐야 하지만…훈시규정으로 의무 없어
지난해보다 최임위 1달 늦게 시작…심의기한 준수 불가능
구분적용 두고 갈등 지속될 듯…이번주 최초안 제시 가능성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지난 1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4차 전원회의에서 류기정 사용자 위원(왼쪽)과 류기섭 근로자 위원이 생각에 잠겨 있다. 2024.06.13. ppkjm@newsis.com


[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법정기한이 불과 나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가 아직 인상수준 논의에 착수하지 못하면서 올해도 법정기한 내 결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23일 최임위에 따르면, 최임위 제5차 전원회의는 오는 25일 오후 3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제5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이어간다.

우리나라는 1988년 최저임금 제도를 본격적으로 도입한 뒤 최임위에서 그 수준을 논의, 의결하고 있다. 매년 3월 말 고용노동부 장관이 최저임금에 관한 심의를 요청하면 공익위원 9명, 사용자위원 9명, 근로자위원 9명으로총 27명으로 구성된 최임위에서 90일간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간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심의요청서를 3월29일 발송했기 때문에 올해 심의는 이달 27일까지다.

다만 법정 심의기한 준수는 일종의 훈시규정으로, 의무가 아니기에 심의기한을 넘기는 '늑장 심의'가 관행처럼 반복되고 있다. 현재까지 법정 기한을 지킨 사례는 9번뿐이고, 지난해에는 법정 심의기한을 20일 넘기면서 역대 최장 심의 기록을 갈아치웠다.

올해는 상황이 더 좋지 않다. 제13대 최임위가 지난달 14일에야 구성돼 21일에 첫 회의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최장 심의를 기록한 지난해 최임위 1차 전원회의(4월18일)보다 1달가량이 늦다.

이인재 최임위원장도 4일 고용노동부 출입기자단과 가진 간담회에서 "27일까지 심의할 수 있도록 최대한 신속하고 합리적으로 회의를 진행하겠다"면서도 "논의를 심도 있게 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최대한 맞추려고 노력은 하겠지만 사실상 (심의기한을) 지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노사는 아직 최초 요구안도 제시하지 못한 상태다.

현재까지 네 차례의 회의 동안 노동계는 택배·배달기사 등 도급근로자에까지 최저임금 확대적용을, 경영계는 업종별 차등적용을 주장하며 평행선을 달려왔다.

확대적용 주장은 지난 4차 회의에서 일단락됐다. 공익위원들은 "결정단위와 관련해 최저임금법 제5조 3항의 대상을 구별해 별도의 단위를 설정하는 것은 현재 조건에서 어렵다고 판단한다"며 "올해 심의를 종료한 후 대상이 되는 근로자와 관련한 구체적 유형, 특성, 규모 등에 관련해 실태와 자료를 노동계에서 준비해주면 추후 논의가 진전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제안했고, 노사 모두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경영계가 주장하는 업종별 차등적용 문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안건으로 오를 가능성이 커, 이를 두고 노사 갈등이 극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이인재 최저임금위원장이 지난 1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4차 전원회의에서 노사 위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2024.06.13. ppkjm@newsis.com


5차 회의에서는 위원장이 노사 양측에 최초 요구안 제출을 요구하는 등 본격적인 인상 수준 논의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는 지난해 최초안으로 시간당 1만2210원을 제시했다. 이를 고려하면 올해 최초 요구안은 1만2210원보다 더 높은 수준을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경영계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이른바 '3고(고금리·고물가·고환율)'로 인한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지적하며 올해 최저임금인 시간당 9860원을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측은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장외전을 펼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22일 '전국 노동자 대회'를 열고 업종별 차등적용 반대 목소리를 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지난 15년 간 단 한 차례를 제외하고 모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의 안대로 최저임금을 결정해온 자들이 차별 적용을 시도하는 행태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며 "관행처럼 이어져 온 최저임금 차별 적용 시도의 뿌리를 뽑고, 저임금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을 인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도 17일 국회에서 토론회를 열고 업종별 차등적용을 주장했다.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업종과 지역별로 생산성과 근로강도, 지불능력 등이 크게 차이가 나는 점을 반영하지 않고 획일적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해 최저임금의 수용성을 현저히 떨어뜨리는 문제를 유발하고 있다"며 "업종별 미만율 격차가 40~50%포인트에 달하는 현실을 고려해 업종별 구분적용이 반드시 실행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저임금 고시 시한은 매년 8월5일이다. 이의제기 절차 등을 감안하면 늦어도 7월 중순까지는 심의를 마쳐야 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adelant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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