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로 읽는 과학] 허리케인 지나간 뒤 사이 좋아진 원숭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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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표지에는 푸에르토리코 연안의 작은 섬에 사는 붉은털원숭이들이 가까이 모여있는 모습이 실렸다.
2017년 푸에르토리코에 상륙해 4600여명의 사망자를 낸 강력한 허리케인 '마리아'는 원숭이들이 사는 섬도 황폐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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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표지에는 푸에르토리코 연안의 작은 섬에 사는 붉은털원숭이들이 가까이 모여있는 모습이 실렸다. 2017년 푸에르토리코에 상륙해 4600여명의 사망자를 낸 강력한 허리케인 '마리아'는 원숭이들이 사는 섬도 황폐하게 만들었다. 이후 원숭이들의 사이가 전보다 가까워졌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카밀 테스타드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신경과학과 교수가 이끈 연구팀은 허리케인으로 폭염을 피할 수 있는 삼림이 파괴되자 원숭이들은 부족한 그늘을 공유하기 위해 공격성이 감소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연구결과를 20일(현지시간) 사이언스에 공개했다.
극심한 기상 이변은 생태계를 변화시킨다. 변화로 인한 피해가 지속되면 각 생물체는 적응을 위해 행동을 바꾸기도 한다. 집단생활을 하는 동물도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사회적 관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진 바 없다.
연구팀은 허리케인이 지나간 후 삼림이 파괴되자 나무 그늘이 줄어 섬에 사는 원숭이들이 40℃에 이르는 폭염에 더 많이 노출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삼림이 파괴된 시점 전후로 약 10년간 붉은털원숭이의 행동 등에 대해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원숭이들은 서로에 대해 더 관대해지고 공격성이 감소해 체온 조절에 필수적인 그늘에 더 쉽게 접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테스타드 교수는 "체온을 낮추지 못하면 건강이 위험할 수 있다"며 "그늘이 적은 경쟁 환경에서 공격성이 더 강해질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정반대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숭이들은 그늘이 필요없는 아침에도 함께 시간을 보내는 등 일상생활에서도 변화가 일어났다. 연구팀은 "체온 조절을 떠나 사회적 관용이 전반적으로 증가해 다른 개체와 교류하는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음을 시사한다"며 "급격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환경 변화에 대해 사회적 유연성이 회복력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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