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장자 된 엔비디아 직원들···RSU 받았다는데?[경제뭔데]
5년간 주식 가치 3000% 대 폭등해 ‘돈방석’
올들어 160% 넘게 주식가치가 오른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인 미국 엔비디아. 이 회사 주식을 아주 오래 전부터 투자했다는 달콤한 상상을 해봅시다. 그것도 아주 저점에서 시작해 급여 절반을 수 년간 꾸준히 엔비디아에 넣었다면? 그저 행복하네요. 그런데 상상이 아닌 현실 세계에 그런 행운아들이 존재합니다. 바로 엔비디아 직원들입니다.
미국의 IT전문 매체 벤징가(Benzinga)는 최근 흥미로운 기사를 냈습니다. 바로 엔비디아 주가가 크게 오르면서 엔비디아 직원 중에 백만장자(14억원 이상 자산가)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엔비디아 주가는 올 초부터 지난 19일(현지시간)까지 167%가 올랐고, 5년 전보다는 3450% 폭등했습니다. 만약 그전에 입사해 자사 주식을 꾸준히 매수했다면 백만장자가 되고도 남았다는 단순 계산이 가능합니다.
직원이란 이유로 주식을 많이 갖으란 법이 있냐고요? 네 있습니다. ‘양도제한조건부주식’(Restricted Stock, RSU) 이야기입니다.
RSU는 쉽게 말해 회사가 구성원에게 특정 조건을 달성하면 주식을 지급하는 보상 체계를 말합니다. 조건이란 통상 근속연수, 성과치 달성 등을 말합니다. 이 조건만 충족하면 양도할 수 있는 주식을 무상으로 받을 수 있습니다.
주식을 특정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권리인 스톡옵션은 주식가격이 권리가액보다 하락하면 휴짓조각이 되어버립니다. 이에 반해, RSU는 확정된 이익을 받을 수 있어 직원 선호도가 훨씬 높습니다. RSU 선택지가 주어진 엔비디아 직원 대부분도 RSU를 선택해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부..부럽습니다😂
사실 엔비디아의 직원들이 남다른 선견지명이 있던 것은 아닙니다. 인재 쟁탈전이 치열한 미국 실리콘밸리 업계에서 RSU는 보편적 보상 시스템으로 자리잡았습니다. 하버드 로스쿨 기업지배구조 포럼에 따르면 총급여에서 주식기반 보상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9년 미국 대기업 총급여의 50%를 넘었다고 합니다.
RSU는 회사 차원에서도 장점이 많습니다. RSU로 직원들의 장기 재직을 유도할 수 있고, 성과급·상여금 등 당장 현금 지출을 줄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엔비디아는 급상승한 주가 때문에 최근 직원들이 거의 퇴직 모드로 일하고 있다고 하네요. 그 점도 부럽습니다.)
국내서도 요구 많아···법 개정 논의 있을듯
국내에서도 RSU를 활용한 예가 많습니다.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추진 중인 네이버웹툰(웹툰엔터테인먼트)의 김준구 대표가 최근 회사로부터 RSU 약 1만4815주를 지급 받은 게 대표적입니다. 이밖에 2020년 한화그룹을 시작으로 상장 대기업과 중견기업 중심으로 RSU를 도입했습니다. 오는 7월 벤처기업육성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앞으로 스타트업 직원들도 인센티브로 RSU를 받는 일이 더 많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RSU가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재벌 총수 일가의 가업 승계나 지배력 강화로 악용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김승연 한화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이 지주사격인 ㈜한화에서 지난 4년간 꾸준히 받은 RSU가 53만2000주에 달한다고 하는데요. 이를 두고 시민사회 안팎에선 RSU를 통해 김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이 강화되고 있다며, 사실상 경영권 승계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한화는 “RSU는 ‘과거’ 성과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장래 누적된 성과에 대한 보상을 ‘미래’ 시점에 받을 수 있도록 만든 제도”라며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분 확보에 있어 RSU는 단기성과급으로 ㈜한화 주식을 매입하는 것보다 오히려 불리하다”고 반박했습니다.
여러 논란에도, 현행 상법이 스톡옵션과 달리 RSU 관련 대기업 총수 일가에 대한 규제를 별도로 갖추고 있지 않은 점은 문제로 지목됩니다. 국회에서도 관련 입법이 추진된 적이 있습니다. 이용우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대기업 총수 일가의 세습 수단이 되는 걸 막는 RSU 관련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의결권 없는 주식을 제외한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10 이상 주식을 가진 주주 등에게 RSU를 부여할 수 없게 만든 것이죠. 이 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돼 22대 국회에서 원점 재검토될 것으로 보입니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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