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인종차별' 벤탄쿠르, 한국 못 오나...묘한 타이밍에 갈라타사라이 이적설 활활
[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인종차별 논란으로 큰 지탄을 받고 있는 로드리고 벤탄쿠르(토트넘 홋스퍼)가 튀르키예 명문의 관심을 받고 있다.
영국 매체 '팀 토크'는 23일(한국시간) "벤탄쿠르는 앙제 포스테코글루 감독 체제에서 고전하고 있다. 2023-24시즌 막바지 맨체스터 시티전에서는 교체되자 불같이 화를 내기도 했다"며 "이런 상황에 갈라타사라이가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대화까지는 나눈 것으로 보인다. 팀 토크에 따르면 갈라타사라이는 벤탄쿠르 에이전트와 만나 연봉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갈라타사라이는 페르난도 무슬레라, 루카스 토레이라 등 우루과이 출신 선수들을 활용해 남미축구연맹(CONMEBOL) 코파 아메리카 기간에 벤탄쿠르를 유혹할 계획이다.
벤탄쿠르는 토트넘에서 주전 경쟁이 쉽지 않다. 2021-22시즌 합류해 중원에서 창의성을 불어넣어주던 벤탄쿠르였으나 장기 부상을 겪으면서 입지가 많이 줄었다.
십자인대 파열 부상을 이겨내고 올 시즌 전반기에 뒤늦게 돌아왔던 벤탄쿠르는 아스톤 빌라전에서 발목 인대를 다치면서 상당시간 재활에 매진했다. 올해 돌아온 뒤에는 파페 사르, 이브 비수마와 힘겨운 주전 경쟁을 펼쳐왔다. 입지를 따졌을 때 이적으로 변화를 모색할 만 하다.
타이밍도 절묘하다. 벤탄쿠르는 현재 인종차별 가해 문제로 시끄럽다. 손흥민을 겨냥했던 발언이 식지 않고 연일 비판으로 이어진다. 손흥민이 용서를 받아주고, 벤탄쿠르도 두 차례 사과문을 올렸으나 징계 가능성만 대두하고 있다.
벤탄쿠르는 최근에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손흥민과 대화했다. 우리의 깊은 우정을 고려해 손흥민은 이 사건이 단지 안타까운 오해였다는 점을 이해했다. 언론을 통해 나온 내 발언 때문에 상처를 받은 사람이 있다면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다. 난 다른 사람은 언급한 적이 없음을 알아줬으면 한다. 다른 누구에게도 직·간접적인 불쾌감을 줄 의도는 아니었다. 모든 걸 내 친구(손흥민)와 함께 해결한 상태"라고 말했다.
진화에 조금 늦은 느낌이다. 벤탄쿠르는 일주일 전 우루과이 방송 프로그램인 '포를라 가미세타'에 출연해 진행자로부터 '손흥민의 유니폼을 구해달라'는 요청을 받자 "손흥민 사촌 유니폼을 가져다줘도 모를 것이다. 손흥민이나 그의 사촌이나 똑같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동양인은 모두 똑같이 생겼다'라는 인식의 인종차별적인 발언이었다.
벤탄쿠르의 발언은 곧바로 팬들의 큰 비난을 불러일으켰다. 벤탄쿠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손흥민에게 사과의 글을 남겼다.
그는 "쏘니! 지금 일어난 일에 대해 사과할게. 내가 한 말은 나쁜 농담이었어. 내가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지? 절대 무시하거나 상처를 주려고 한 말이 아니었어"라고 말했다.
영국 생활을 오래 하며 인종차별을 심심찮게 당해왔던 손흥민이기에 팀 동료의 행동에 안타까움이 컸다. 영국 매체 '미러'는 "손흥민은 최근에도 크리스탈 팰리스 팬으로부터 인종차별 행위를 당했었다"라며 "손흥민에게 인종차별 행위(눈찢기)를 펼친 44세 남성은 3년간 축구장 출입 금지와 벌금형, 6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만큼 손흥민을 향한 인종차별은 예민한 문제인데 벤탄쿠르는 가볍게 여겼다. 처음부터 진지한 사과 대신 농담이었다는 말투로 사과했다. 이 사과문은 24시간 뒤에 자동으로 사라지는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라왔다. 이후 24시간이 지나자 사과문은 찾아볼 수 없었다. 축구 팬들이 벤탄쿠르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한 이유다.
그러다 보니 인권 단체까지 들고 일어났다. 축구계 인종차별 반대 운동 단체인 '킥잇아웃'은 "벤탄쿠르가 토트넘 동료인 손흥민에 대해 언급한 내용과 관련해 상당수의 제보를 받았다"면서 "이 제보들은 구단과 관련 당국에 전달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벤탄쿠르가 차별적 행동을 인정했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지만, 이것은 동아시아와 더 넓은 지역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는 광범위한 이슈를 강조한다"면서 "우리는 다가오는 시즌에도 이런 주제에 대해 계속 다루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흥민의 진화도 효과가 없었다. 손흥민은 사흘 전 "벤탄쿠르와 대화를 나눴다. 벤탄쿠르는 실수했다. 자신의 실수를 인지한 벤탄쿠르가 내게 사과했다. 벤탄쿠르가 공격적인 의도로 그렇게 말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여전히 형제고, 바뀐 건 아무것도 없다. 우리는 다가올 프리 시즌에 다시 모여 '원 팀'으로 싸워 나갈 것이다"라고 이야기했다.
토트넘 구단 역시 공식 SNS를 통해 벤탄쿠르를 비롯한 선수단 전체를 대상으로 차별 방지 교육을 하겠다고 밝혔다. 구단은 "이 문제를 잘 해결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모든 선수를 대상으로 다양성, 평등, 포용에 관한 교육을 실시하겠다"고 했다.
이어 "주장 손흥민이 논란을 뒤로 하고, 다가오는 새 시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전적으로 지지하겠다"며 "글로벌 팬과 선수단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우리 구단과 사회에는 어떤 종류의 차별도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느 정도 사건이 마무리될 줄 알았는데 계속 불타고 있다. 영국축구협회(FA)는 벤탄쿠르의 징계를 고려한다. FA는 그라운드 안에서 이뤄진 인종차별적 행위뿐 아니라, 이번 사건처럼 경기 외 상황에서 시작된 인종차별 사건에도 징계를 해왔다.
2019년 맨체스터 시티의 베르나르두 실바가 SNS에서 팀 동료 뱅자맹 멘디의 피부색을 짙은 갈색인 스페인 과자 브랜드 캐릭터에 비유해 1경기 출전정지와 벌금 5만 파운드의 징계를 받은 바 있다.
실바는 논란이 커지자 해당 게시물을 지우며 "요즘은 친구와 장난도 못 친다"고 아쉬워했지만 FA는 실바에게 징계를 내렸다.
2021년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이던 에딘손 카바니가 SNS에서 자신을 응원하는 팬의 게시물을 공유하며 흑인을 비하할 때 쓰이곤 하는 '네그리토'(Negrito)라는 단어를 썼다가 3경기 출전 정지와 10만 파운드의 징계를 받았다.
벤탄쿠르가 징계를 받을 경우 3경기 출전 정지가 내려질 수 있다. 영국 더 타임즈 소속 톰 올넛 기자는 "FA가 손흥민을 향한 벤탄쿠르의 발언에 대한 징계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며 "선례를 봤을 땐 3경기 출장 정지와 10만 파운드 벌금 징계가 내려질 수 있다"고 전했다.
이적 루머도 살펴볼 대목이다. 물론 토트넘이 벤탄쿠르를 매각 대상에 올려놓은 게 아니라서 단기간에 진행될 이적은 아니다. 더구나 영국 언론은 과장이 심한 튀르키예 언론 플레이를 경계한다.
그러나 FA 징계가 실제 이어질 경우 토트넘은 벤탄쿠르를 개막 초기에 활용하지 못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 팬들도 돌아서고 있어 마냥 이적 불가로 판단하기 어렵다. 협상 진행 상황이 빠르면 내달 한국 방문 전에 벤탄쿠르의 거취도 결정될 수 있다.
토트넘은 오는 7월 31일과 8월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각각 팀 K리그, 바이에른 뮌헨을 상대로 프리시즌 경기를 치른다. 2년 전 한국 팬들의 큰 사랑을 확인했던 토트넘이 재차 국내 마케팅에 나서는 일정이다. 지금 같아서는 토트넘을 반기기보다 인종차별 질문이 더욱 도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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