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250만원씩 주면 남성 육아휴직률 올라갈까 [체크리스트]
비정규직은 고용 불안정·소득 감소 우려…맞춤형 방안 필요
[편집자주] 우리 사회에서 논란이 되거나 쟁점이 되는 예민한 현안을 점검하는 고정물입니다. 확인·점검 사항 목록인 '체크리스트'를 만들 듯, 우리 사회의 과제들을 꼼꼼히 살펴보겠습니다.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현재 6.8%인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을 임기 내에 50% 수준으로 대폭 높이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9일 저출생 대책을 내놓으면서 야심 차게 밝힌 목표입니다. '인구비상사태'라는 말까지 나올 만큼 초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일·가정 양립이 중요하고, 그러려면 남성의 육아 참여도를 높이는 것이 필수이기 때문입니다.
대책도 소득 보전과 육아시간 확보를 중심으로 구성됐습니다. 아빠 출산휴가를 현행 10일에서 20일로 2배 늘리고, 육아휴직 급여는 월 150만 원에서 첫 3개월 최대 월 250만 원까지 인상했습니다.
육아휴직 기간도 부모 모두 3개월 이상 사용할 때는 최대 1년 6개월로 늘어났고, 분할해서 쓸 수 있는 횟수는 현행 2회에서 3회로 늘었습니다.
◇ "육아휴직, 쓰고 싶어도 쓰지 못해…인사고과·승진 걱정"
2세를 계획하는 부부에게는 희소식으로 보입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강제성 없는 단순 정책만으론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특히 남성이 육아휴직을 쓸 때 눈치를 주는 근무 환경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30대 직장인 조 모 씨는 "눈치를 보지 않고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회사 분위기가 중요하다"며 "결국 강제로 쓰게 해야 한다. 육아휴직을 쓰지 않으면 회사가 벌금을 내도록 해야 남성 직장인들이 더 많이 육아휴직을 쓸 수 있지 않을까"라고 현실을 토로했습니다.
올해 말 출산이 예정돼 있는 30대 임신부 박 모 씨는 "남자들은 승진이 걸려 있으면 육아휴직을 못 쓰더라"며 "미혼인 사람들과 경쟁하려면 (육아휴직은) 꿈도 못 꾼다"고 혀를 내둘렀습니다.
육아휴직으로 빠진 업무 공백을 메꿔야 하는 기업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40대 직장인 권 모 씨는 "조직이 큰 경우라면 내부 인력으로 어느 정도 대처하겠지만 중소기업은 판타지 소설 같은 소리"라며 "정부에서 대체인력을 파견하는 걸 대책이라고 얘기한다는데 직장이 아르바이트 수준이 아니면 현실적으로 대책이 되겠나"라고 반문했습니다.
정부는 중소기업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육아휴직에 따른 대체인력 고용 시 지원금을 80만 원에서 120만 원으로 인상하고 유연근무 도입 초기 활용 인원에 따라 월 최대 30만 원 장려금을 1년간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 "급여, 늘어난 건 좋은데 아직 부족"…비정규직에겐 여전히 '그림의 떡'
육아휴직 급여를 인상한 것은 좋지만,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는 불만도 있습니다. 조 씨는 "개인마다 소득 수준이 다르긴 하지만 월 250만 원은 사실 가정을 꾸리는 데 부족하다고 느낀다"며 "이후 3개월은 200만 원으로 줄어들어서 육아휴직을 쓸 만한 유인은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고용이 불안정한 비정규직이나 배달기사 등 특수고용노동자들의 경우 육아휴직이란 언감생심입니다. 휴직하는 순간 재계약은 사실상 포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고용보험법상 기간제 근로자나 파견 근로자 등 비정규직도 육아휴직을 쓸 수 있지만 실제로 사용까지 가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민주노총이 지난 3월 6일 발표한 '남성 노동자의 육아휴직 사용 격차와 차별' 보고서에 따르면 무기계약직·비정규직 남성이 육아휴직 신청을 자유롭게 할 수 없는 이유로 '육아휴직 사용 자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 '권고사직 및 구조조정 우선순위에 포함될 수 있어서'라는 응답이 정규직보다 더 높았습니다.
특히 제조업 현장 노동자의 경우 특근이나 성과급 등으로 임금이 상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육아휴직 급여 기준이 되는 통상급에는 각종 수당이 빠지는 구조라 육아휴직을 신청하면 실제 보전받는 소득이 훨씬 줄어들 수밖에 없어 휴직을 망설이는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작년 8월 기준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비정규직 근로자는 812만 명으로 전체 임금근로자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을 대폭 높이기 위해서는 비정규직을 위한 맞춤형 지원 방안에 대한 고민도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hy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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