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3위 너무 행복했고, 만족스럽습니다!" 찬란하게 빛났던 손호영의 30경기, 후회는 없다 [MD고척]
[마이데일리 = 고척 박승환 기자] "너무 행복했고, 만족스럽습니다"
롯데 자이언츠 손호영은 지난 2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팀 간 시즌 10차전 원정 맞대결에 3루수,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3타수 무안타 1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이 경기로 손호영의 연속 경기 안타 기록은 30경기, KBO 역대 공동 3위로 마감됐다.
손호영이 기록을 써내려가기 시작한 것은 지난 4월 17일이었다. 당시 손호영은 롯데로 트레이드된 이후 처음으로 '친정' LG 트윈스와 맞붙었다. LG와 첫 경기에서는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으나, 두 번째 경기였던 17일 멀티히트를 폭발시키더니, 이후 네 경기 연속 멀티히트로 펄펄 날아올랐다. 그리고 이 흐름은 5월 3일 삼성 라이온즈전까지 이어졌다. LG 시절에 유독 잦은 부상으로 인해 꽃을 피우지 못했던 손호영은 롯데로 이적한 뒤에도 한차례 악재를 맞았다. 5월 3일 삼성전에서 안타를 터뜨린 이후 햄스트링 부상으로 인해 공백기를 갖게 됐던 것이다.
하지만 LG 시절과는 달랐다. 손호영은 한 달이 조금 넘는 공백기를 가졌으나, 복귀 첫 경기부터 다시 뜨거운 타격감을 뽐내기 시작했고, 차곡차곡 연속 안타 기록을 쌓아나갔다. 특히 지난 20일 KT 위즈와 맞대결에서는 네 타석에서 안타를 생산하지 못했는데, 9회초 마지막 타석에서 첫 안타를 동점 홈런포로 장식했다. 이 안타로 손호영은 김재환(現 두산 베어스)와 어깨를 나란히하는 30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하게 됐고, 이와 동시에 KBO리그 역대 3위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그리고 21일 손호영은 31경기 기록에 도전했다.
31경기 연속 안타라는 기록이 시사하는 바는 매우 컸다. 연속 경기 안타 기록은 박종호(前 현대, 삼성)이 보유하고 있는 39경기가 1위에 해당되지만, '단일 시즌'만 놓고 보면 롯데의 프랜차이즈 스타 '탱크' 박정태가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 손호영이 31경기 안타를 기록하게 된다면, 롯데 구단과 단일 시즌 기록에서 모두 '타이'를 이룰 수 있었다. 그리고 내친김에 '신기록'에도 도전할 수 있었다. 때문에 박정태 해설위원 또한 여러 언론을 통해 손호영을 향해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나 손호영의 기록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손호영은 1회초 1사 1루의 첫 번째 타석에서 키움 선발 엠마누엘 데 헤이수스의 초구 133km 직구를 공략했으나,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나면서 경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4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손호영은 이번엔 헤이수스와 무려 9구까지 가는 끈질긴 승부를 펼친 끝에 볼넷으로 출루했으나, 안타는 아니었다. 이어 6회초 1사 주자 없는 세 번째 타석에서는 타구가 내야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좀처럼 안타를 생산하지 못했다.
손호영은 8회에서야 네 번째 타석에 들어서게 됐고, 무사 1, 3루에서 키움의 바뀐 투수 김성민과 승부를 펼쳤다. 이때 손호영은 김성민의 4구째 136km에 방망이를 내밀었는데, 이 또한 내야를 빠져나가지 못하는 타구였다. 손호영이 타구 스피드가 느린 것을 고려해 1루에서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통해 내야 안타를 노렸지만, 비디오판독에도 불구하고 '아웃' 판정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리고 9회 자신의 타석 앞에서 마지막 아웃카운트가 만들어지면서 다섯 번째 타석에 들어서지 못하면서 무안타로 경기를 마치게 됐다.
22일 경기에 앞서 취재진과 만난 손호영은 '마지막 타석까지 의식하지 않았나?'라는 질문에 "마지막 타석에서는 의식을 했다. 나답지 않게 너무 밀어 치려고 했다. 아무래도 한 경기만 치면 되니까. 마지막 타석에서는 '이번엔 나오겠지?'라는 생각을 했는데 결과가 안 나왔다. 내가 봐도 너무 볼을 쳤다. 그리고 빠르게 뛰면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몸을 날렸다"며 '기록 때문에 공을 고르는 것에서 영향이 있었느냐'는 말에 "그런 건 없었다. 마지막 타석을 제외하곤 항상 똑같이 적극적으로 쳤다"고 말했다.
비록 새로운 역사를 작성하진 못했지만, 손호영은 야구 팬들에게 확실히 이름을 날렸고, 또 KBO 역사에 이름을 새기게 됐다. 그는 "3위라는 기록에 너무 만족한다. 너무 행복했는데, 주변에서 많이 걱정을 해주시더라. 나는 정말 만족스럽다.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했을 때 나는 아웃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감독님께서 비디오판독까지 해주셔서 감사하다"며 "30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하는 동안 재밌었다. 다시 그런 기회가 온다고 하면 조금 더 욕심을 낼 것 같다. 다만 성적이 쭉 내려갈까봐 걱정이지만, 어제의 것은 호텔에 다 버려두고 왔다"고 활짝 웃었다.
단일시즌 타이 기록에 1경기 못 미친 채 기록이 중단됐으나, 키움과 롯데 사령탑은 엄지를 치켜세웠다. 홍원기 감독은 " 손호영이 LG에서 2군 생활을 하다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잡초처럼 롯데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것을 보면 다른 팀의 선수이지만 뿌듯하지 않나. 그래서 연속 경기 안타 기록들도 응원을 했다. 이런 것들이 다른 어린 선수들에게는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어제는 투수도, 수비도 최선을 다했고, 그동안의 기록에 박수를 보낸다"고 극찬했다. 이어 김태형 감독 또한 "30경기 연속 안타를 떠나서 잘했다"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손호영은 홍원기 감독의 칭찬에 대해 "정말요?"라고 되물으며 "더 열심히 해야겠다. (다른 선수들도) '좋은 날이 오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지 않겠나. 다들 잘 됐으면 좋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롯데로 유니폼을 바꿔 입은 후 연일 맹타를 휘두르고 있지만, 손호영은 지금의 만족하지도, 안주하지도 않고 있다. 언제 입지가 변할지 모른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때문에 롯데로 이적할 때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건너왔다. 그는 "'야구를 그만둘까?'라는 생각은 작년에 가장 많이 들었다. '오케이. 난 딱 이 정도였다. 내년엔 더 편하게 하다가 마음에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스스로 그만두는 것은 아니지만, 언제 방출돼도 모를 나이였다. 그래서 조금 힘들었다"면서도 '맞는 유니폼이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롯데와 너무 잘 맞는 것 같다"고 웃었다.
연속 안타 기록이 30경기에서 마침표를 찍은 가운데 손호영의 목표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간다. 그는 '새로운 목표가 있느냐'는 물음에 "없다. 똑같이 100경기 이상 출전하는 것"이라며 두 자릿수 홈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하다 보면 되지 않겠나. 의식을 하면 안 될 것 같다. 어제도 의식을 하는 순간 뚝 떨어졌다. 평범하게 하던 대로 하겠다. 그리고 내가 수비를 나가야 되는데, 나 때문에 지명타자를 쳐야 할 선수들 못 치는 것 같아서 미안하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로 수비에 나가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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