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병에 효자 없다?…자식보다 든든한 지자체가 나섰다
요양비용 덜고 어르신들 사회적 고립감 해소
[편집자주] 천편일률적인 사업에서 벗어나 톡톡 튀는 시책으로 주민들의 행복도를 높이려는 광주·전남 지방자치단체의 도전을 살펴보는 '우리 동네 히트 상품'을 기획시리즈로 마련했다.
(담양=뉴스1) 서충섭 기자 = '긴병에 효자 없다'는 말이 있다. 나이가 들어 거동이 불편해지거나 병환이 있는 어르신을 모시는 일은 친자식에게도 어려운 고단함을 담은 속담이다.
전국적인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는 가운데 고령인구 비율이 24.4%(2022년 통계청 기준)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전남은 그 고심이 더 깊은 지역 중 하나다.
하지만 고령인구가 1만 5500명으로 35%에 달하는 전남 담양은 촘촘한 '향촌복지'로 웃음꽃을 피우고 있다.
◇약 한번 타려 하루 걸리던 고생 끝
담양의 '향촌복지'는 65세 이상 어르신들이 가정과 지역사회에서 생활하며 최대한 건강을 유지하며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관련 사업은 6개 분야 59개 사업에 달한다. 여기에는 40여 년간 지역에서 공직자로 활동했던 이병노 담양군수의 행정철학과 경험이 반영됐다.
나이가 들면 고향을 등지고 요양원으로 떠났다가, 세월이 지나 고인이 돼 고향으로 돌아와 장례를 치르던 지역민들의 현실을 개선하고자 마련됐다.
지자체가 요양원 기능을 수행하면서 지역민들이 고향을 떠나지 않고 여생을 보내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11월 노인 전수조사를 통해 고령자들의 생활실태와 욕구 파악을 체계적으로 진행, 각 분야 사업들을 쏟아내며 자식같은 촘촘한 '효도행정'을 선보이고 있다.
어르신들의 호응도가 큰 사업으로는 거동불편 어르신 병원동행 서비스가 있다.
거동도 성치 않은 몸을 이끌고 자녀나 보호자도 없이 홀로 읍내 병원까지 먼 길을 나서야 하는 어르신들을 위한 서비스다.
병원에 가야 할 때 읍·면사무소에 연락하거나, 간편하게 마을 이장에게 연락하면 자활센터와 연결된 전용 차량을 통해 병원까지 이송해 준다.
병원 접수처에서 어르신이 헤매는 일이 없도록 요양보호사가 병원까지 동행하며 무사히 진료를 마치고 약을 수령하도록 돕는다.
병원에 갈 때마다 노구를 이끌고 몇 시간씩 버스를 기다리고, 병원에 도착해서도 헤매기 일쑤였던 어르신들의 반응이 뜨겁다.
지난 3월 6일 병원동행 서비스를 1호로 이용했던 대덕면의 한 어르신은 평소 바로 옆 창평면 병원을 가려고 3시간에 1대꼴인 버스를 기다리거나 택시비 2만원을 들여야 했다.
버스를 놓치면 하루를 보내기 일쑤인 데다 거동이 불편해 병원에서도 계단을 기어 올라가야 했으나 병원동행 서비스를 이용하고는 담당 매니저 손을 꼭 붙들고 연신 감사의 뜻을 표했다.
3월 18일 용면에서는 치매 검사를 앞두고 병원동행 서비스를 신청한 어르신의 연락이 두절됐다. 동행 매니저들은 집에도 없고 전화도 받지 않는 어르신을 수소문해 밭에서 찾아 병원으로 모셔 치매 검사를 무사히 마쳤다.
이처럼 3월부터 6월 중순까지 병원동행을 이용한 어르신은 기초생활수급자 사례 59건 등 총 142건으로 점차 이용이 늘고 있다.
◇집에서 편하게 진료받고 운동도 함께
멀리 읍내까지 나가지 않고 내 집에서 편하게 건강관리를 받을 수 있는 서비스도 있다. 담양 263개 마을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주민건강지킴이' 서비스가 주 3회씩 운영되고 있다.
담양보건소의 공중보건의와 방문간호사, 보건사업 담당자들이 총출동해 마을회관 등지서 기초 건강검사를 실시한다. 아직 보건사업을 신청하지 않은 어르신들에게는 사업을 소개하고 현장에서 신청도 돕는다.
그런가 하면 '우리마을 주치의'는 의료취약계층 245명을 한 달에 한 번씩 공중보건의와 간호사가 직접 찾아가 진단은 물론 처방도 해준다.
보호자 없이 재활을 위한 운동도 쉽지 않은 이들을 위해서는 '병원 퇴원 환자 가정방문 케어'로 보살핀다.
집에서 근력과 유연성을 강화할 수 있는 자가 운동법을 교육하고 함께 운동을 하는가 하면, 끼니를 거르는 일이 없도록 도시락과 반찬 배달 서비스도 함께하고 있다.
이밖에도 향촌노인종합복지관의 재활기구와 물리치료 기능을 확대하면서 요양 기능도 보완하고 있다.
'독거노인 생활지원사 역량강화 프로그램'으로 2043명의 어르신들을 131명의 생활지원사가 도맡아 말벗부터 시작해 여생을 함께 고민하고 상담하며 사회적 고립을 피하고 심리적 안정을 제공하고 있다.
담양군은 어려운 재정여건 속에서도 지난해 전국 1위를 달성한 고향사랑기부제 수익금 등을 투입해 사업의 질을 더욱 높인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요양시설 입소 인원을 지난해 311명에서 2027년 244명까지 7% 이상 줄이고, 65세 이상 1인당 의료비도 569만 원에서 468만 원까지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zorba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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