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이혼 '20억 위자료'가 가리키는 곳[기자의 눈]

최동현 기자 2024. 6. 23.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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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사람이라면 언감생심 가당키나 하겠나."

'세기의 이혼' 타이틀이 붙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항소심 판결을 지켜본 이혼소송 전문 변호사는 재산분할보다 위자료를 주목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노소영 관장에 대한 위자료를 원심보다 20배 높이면서 "정신적 고통을 보상하기에 1억 원은 너무 적다"고 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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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2024.4.16/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보통사람이라면 언감생심 가당키나 하겠나."

'세기의 이혼' 타이틀이 붙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항소심 판결을 지켜본 이혼소송 전문 변호사는 재산분할보다 위자료를 주목했다. 1조 3808억 원이라는 천문학적 재산분할금에 가려졌지만, 가정법원 안팎에선 '사상 최고액'인 20억 원의 위자료에 크게 놀랐다고 한다.

항소심 재판부는 노소영 관장에 대한 위자료를 원심보다 20배 높이면서 "정신적 고통을 보상하기에 1억 원은 너무 적다"고 설시했다. 최태원 회장이 유방암으로 투병 중인 본처를 두고 외도하며 혼외자를 낳았고, 상간녀를 대외적 배우자로 대우하며 219억 원을 지원하는 등 혼인 파탄의 책임이 무겁다는 이유였다.

십 수년간 남편의 외도를 지켜봐야 했던 아내의 고통이 정확히 20억 원인지, 200억 원인지 계량할 길은 없다. 다만 매년 3만 쌍씩 갈라서는 다른 부부들과 비교해볼 수는 있다. 재산분할액이야 당연히 가진 재산과 각자의 기여도에 따라 달라지지만, 위자료는 정신적 손해의 크기를 따지는 것이어서 2000만~3000만 원에서 아무리 많아도 1억 원을 넘기 어렵다. "재벌과 서민은 슬픔의 값마저 다른가"라는 쓴웃음이 나오는 이유다.

벌써 로펌에는 '나도 노소영만큼 받을 수 있느냐'는 문의가 줄을 잇는다고 한다. 한 가사소송 전문 변호사는 "상대방의 유책 사유를 키우기 위해 증거를 불법 수집한다든지, 배우자의 외도 사실을 공론화하면 위자료를 더 받을 수 있냐고 묻는 의뢰인들이 종종 있다"며 "이번 판결이 이혼 시장에 혼돈을 불러오지 않을까"라고 우려했다.

시대가 바뀌면 이혼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평가도 상향될 수는 있다. 각자의 사정이 다르니 재판마다 편차가 있는 것도 당연하다. 그래도 이렇게나 갑자기 통상적인 액수의 수십 배에 달하는 위자료가 나오면 획기적이기보단 당황스럽다.

가뜩이나 역대급 재산분할액을 놓고 '치명적 계산 오류' 등 여러 논란이 불거진 판이다. 납득하기 힘든 위자료를 제시한 재판부의 판단이, 재산분할액을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작동했다면 문제가 더 크다. 재계에선 '항소심 재판부가 감정적으로 노 관장 편에 서 있다'는 관전평이 많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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