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벌면 4000만원 남기는 넥스틴…'570억 주식 부자' 만나보니 [윤현주의 主食이 주식]
반도체 전공정 검사장비 강자 넥스틴
박태훈 대표, 글로벌 공격 영업 예고
“3차원 반도체 검사장비 아이리스 등 출격
美 등 수출 다변화로 매출의 질 높일 것
고부가 장비 개발에 R&D 쏟을 것”
4년간 평균 영업이익률 40%
현대차증권 올해 영업익 “440억”
KCGI, 주당 7만4525원에 최대주주로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게 낫다는 말이다. 가짜뉴스 홍수 속 정보의 불균형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해 주식 투자 경력 17년 10개월의 ‘전투개미’가 직접 상장사를 찾아간다. 회사의 사업 현황을 살피고 임직원을 만나 투자자들의 궁금증을 해결한다. 전투개미는 평소 그가 ‘주식은 전쟁터’라는 사고에 입각해 매번 승리하기 위해 주식 투자에 임하는 상황을 빗대 사용하는 단어다. 주식 투자에 있어서 그 누구보다 손실의 아픔이 크다는 걸 잘 알기에 오늘도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기사를 쓴다. <편집자주>
“3차원 반도체 검사장비 아이리스와 새롭게 만든 매크로 검사장비가 회사의 새 날개가 될 것 같습니다. 미국·유럽·중국·일본 등 해외 고객사 다변화로 ‘매출의 질’도 높이겠습니다.”
박태훈 넥스틴 대표(1966년생)는 지난 21일 하반기 사업 계획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넥스틴은 웨이퍼의 패턴 결함 및 이물질을 검출하는 광학 패턴결함 검사장비 제조업체로 2020년 10월 8일 기술특례 100호 기업으로 상장했다. 현재 코스닥 시가총액(7281억원) 97위 회사로 성장했고 본사는 경기도 화성시 동탄산단9일 23-12에 있다. 서울에서 자동차로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원의 창업 … 7281억 회사로 크다
넥스틴은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원(1991~1996년) 출신인 박 대표가 2002년 창업에 나서고 2010년 반도체 검사 장비를 개발하며 설립한 하이이노텍이 전신이다. 전공정 패턴 결함 감사장비가 주력 모델인데, 웨이퍼 표면에 형성된 전기 회로 이미지를 비교해 차이점을 찾아낸다. 웨이퍼 표면에 형성된 전기회로의 촬상 이미지를 얻는 방법에 따라 전자선 검사 장비, 광학 검사 장비로 나뉘는데 2개의 검사가 모두 구현 가능한 장비를 개발해 경쟁력을 갖췄다. 고객사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매그나칩 반도체, 중국 SMIC 등이다.
박 대표는 “반도체 산업을 전반적으로 살펴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해 상반기 작년 적자를 만회할 만큼 돈을 벌었을 것이다”며 “이는 지난해부터 이어온 감산 결정과 AI(인공지능) 열풍으로 인한 고부가가치 제품 HBM(고대역폭메모리) 판매 확대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린 장비사다 보니 국내 반도체 빅2가 생산량을 늘리지 않고 이익 체력을 회복했다는 건 신규 장비 수요가 그만큼 없었단 얘기다”며 “올해도 쉽지 않은 경영 환경일 것 같다”고 말을 꺼냈다. 다만 “작년 장비 시장이 -22% 역성장을 할 것으로 예측했는데 ASML과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등은 오히려 매출이 늘었다”고 했다. 이어 “선도 업체들은 타격이 없었지만 우리는 지난해 매출 20%대 감소를 피할 수 없었다”며 “결국 실력 있는 곳은 악조건 속에서도 살아남은 것이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말한 것처럼 ‘어려울 때 실력이 나온다’고 생각한다”며 “매출 퀄리티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올 하반기 미국 피벗(통화정책방향 전환) 기대감에 경기가 살아나면 메모리 업체들이 감산 회복을 하고 파운드리 업체들도 장비 가동률을 정상 수준으로 올리기 위해 내년 생산 케파 확대 움직임이 있을 것이다”며 “국내 반도체 장비 업체들은 내년부터 사정이 나아질 것 같다”고 예측했다. 이어 “우리 회사는 수출 비중이 중국에 편향되어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이를 깨기 위해 미국, 일본, 유럽 등 의미 있는 매출이 발생하게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선도업체와 차이는 결국 기술력이다”며 “글로벌 디스플레이·반도체 장비기업인 KLA와 실력 차가 있지만 최소한 유지하거나 줄여나가는 움직임을 보인다면 1~2년 내 좋은 성과를 보일 수 있다”고 자신했다. 또 “반도체 장비사 평균 파운드리 업체 장비 수요가 70%, 메모리 업체 장비 수요가 30% 정도라고 볼 때, 현재 우리 회사는 파운드리 매출 비중이 30%인데 50%까지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위해 글로벌 고객사 발굴에 전념한다는 방침이다.
“고부가 반도체 장비가 기업 운명 가른다 … R&D·M&A 전력”
박 대표는 “고부가 장비 시장 진입이 기업의 운명을 가른다”며 “아낌없는 R&D(연구개발)와 M&A(인수합병)로 반도체 하이엔드 장비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우린 세계 1등이 아니기에 ‘가성비 전략’을 펼치고 있지만 개발 중인 신제품이 성과를 보인다면 고성장 할 수 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동주 SK증권 연구원은 “레스큐(EUV 공정 정전기 제거 장비)는 주요 고객사 데모가 진행 중이고, 크로키(HBM 적층 관련 검사 장비)는 고객사와 개발이 진행 중이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양산 시점을 구체화하기 힘들지만 EUV와 HBM은 초기 개화 국면을 지나면서 수율 확보의 니즈가 커지고 있다”며 “계속되는 넥스틴의 기회 요인으로 부각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근 4년간 ‘실적 모범생’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0년 매출 494억원, 영업이익 181억원에서 지난해 매출 879억원, 영업이익 362억원을 기록했다. 3년 만에 각각 77.94%, 100% 증가한 것이다. 같은 기간 평균 영업이익률은 40%로 1억원의 매출 발생 시 4000만원의 이익을 남기는 셈이다. 현대차증권은 올해 매출 1160억원, 영업이익 440억원을 전망하고 있다.
넥스틴은 올 들어 1.30% 올라 사실상 제자리 걸음이다. 주가 부양책을 묻자, 박 대표는 “기업가치를 높이는 건 상장사의 의무다”며 “신제품 개발에 전력을 다하고 IR 활동을 강화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회사 매출과 이익 규모가 커지면 배당을 지속적으로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넥스틴은 3년 연속 1주당 배당금 500원을 실시했다. 지난해 기준 배당수익률은 0.72%다.
총 주식 수는 1035만7360주로 2015년 투자한 APS홀딩스(지분 13.83%)가 최대주주다. APS홀딩스를 포함한 우호 지분은 30.06%, 자사주 0.89%, 외국인 물량은 15.82%로 유통 물량은 50%가 조금 넘는다. 넥스틴은 1분기 기준 현금성 자산 162억원, 부동산 자산 248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1분기 기준 부채비율 12.56%, 자본유보율 2459.84%로 안정적인 재무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넥스틴 지분 7.79%를 보유한 박 대표는 약 ‘567억원 주식 부자’다. 그는 “주식을 팔기 전까지는 부자가 아니다”면서 “상장 후 1주도 팔지 않았다. 월급 받아 저축하면서 생활하고 있다”고 겸손해했다. 그러면서 “직원들의 희생과 헌신이 없었다면 저는 이 자리에 있지 못했을 것이다”며 “옛날에 월급을 못 준 적이 있었는데 한 직원이 ‘6개월은 버틸 수 있습니다’라는 말이 지금도 고맙고 힘이 된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청춘들을 위한 인생 조언을 물었다. 그는 “직장에서 근무한다면 1인 회사를 운영한다 생각하고, 회사가 주는 월급을 받는 게 아니라 내가 이익을 창출해 회사에서 내 몫을 돌려받는다는 발상의 전환을 하면 인생을 보는 시각이 달라질 수 있다”고 답했다.
또 “미국처럼 직업 이동에 대해 자유롭게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이디어가 있으면 창업하고, 힘들면 다시 새로운 회사 들어가서 공부하면 된다”며 “본인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끊임없이 연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 KLA에서도 근무한 적이 있는 그는 “미국이 왜 세계 1위 국가인지 알아여 한다”며 “유연한 노동구조가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동주 SK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 중국의 전공정 투자가 일부 지연됐지만 4분기부터 SMIC, CXMT향 수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올해 중국의 반도체 자급자족을 위한 중국 정부의 지원책과 개별 기업의 투자는 증가할 것이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중국에 설립 중인 조인트벤처를 통해 신규 고객사와 접점도 확대되는 게 넥스틴에 긍정 요인이다”고 설명했다.
류형근 삼성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세 가지 신규 라인업(크로키, 아이리스, 레스큐)이 긍정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지금까지 성장이 SK하이닉스 내 점유율 확대와 미국의 중국 반도체 규제 반사 수혜에서 비롯됐다면, 이젠 제품 다각화 효과를 추가로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단기 실적보다 기회 요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목표주가 9만2000원을 제시했다. 현 주가 대비 30.87% 상승 여력이 있는 셈이다.
한편, ‘강성부펀드’로 잘 알려진 사모펀드 KCGI가 넥스틴을 인수한다. 지난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넥스틴 최대주주가 APS에서 KCGI로 변경된다. KCGI는 넥스틴 주식 135만주(13.1%)를 주당 7만4525원에 APS에서 인수하는 주식매매 계약을 했다. 매각대금은 약 1006억원이다. 또 넥스틴은 약 100억원의 전환상환우선주(RCPS)를 KCGI에 배정하는 신주인수계약도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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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주 기자 hyunj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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