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당과 다른 길 걷는다" 천안 대표 빵집 '뚜쥬루'의 뚝심
윤석호 대표 "지역 농산물로 만드는 빵, 이익과 타협 안해"
(천안=뉴스1) 이시우 기자 = 대전에 '성심당'이 있다면 충남 천안엔 '뚜쥬루'가 있다. 매출액과 인지도 면에선 성심당과 맞비교할 수 없지만, 지난해 251억 원의 매출로 동네 빵집 매출액 순위에서 성심당, 전북 군산 이성당에 이어 전국 3위를 기록했다.
'업계 1위' 성심당의 뒤를 좇을 만 하지만 뚜쥬루의 목표는 성심당이 아니다. 윤석호 뚜쥬루과자점 대표는 "성심당의 성장을 응원하고 존중한다"면서도 "뚜쥬루는 뚜쥬루만의 방식으로 빵을 만든다"는 말로 자부심을 숨기지 않았다.
뉴스1은 국내 최대 규모 빵 돌가마에서 국산 재료로 매일 안전하고 건강한 빵을 '느리게, 더 느리게' 만들고 있다는 윤 대표에게서 뚜쥬루의 성장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뚜쥬루'가 허락한 '뚜레쥬르'
'뚜쥬루'는 지난 1992년 윤 대표가 서울에 처음 문을 연 제과점이 이름이다. 국내 대기업의 베이커리 브랜드 '뚜레쥬르'와 비슷해 '짝퉁'으로 의심받지만 실은 그 정반대다.
1990년대 후반 베이커리 사업에 진출하려고 하던 CJ는 윤 대표에게 '뚜쥬루' 매각을 제안했다. 그러나 장인 중심의 일본 베이커리 문화를 동경하던 윤 대표는 이 제안을 거절했다. 뚜쥬루 인수에 실패한 CJ는 1997년 그와 유사한 이름의 베이커리 브랜드 '뚜레쥬르'를 열었다.
윤 대표는 "뚜레쥬르는 뚜쥬루와 상호가 유사해 상표 등록이 불허됐다"며 "아무 대가 없이 상생 협력 계약서를 체결하고 상표 사용을 동의해 줬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윤 대표는 1998년 잘 나가던 서울 빵집 문을 닫고 미리 '터'를 닦아 놨던 천안에 정착했다. 윤 대표는 '안전하고 건강에 좋은 빵'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방부제나 인공 색소, 광택제 등 화학첨가물을 넣지 않는다'는 원칙도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방부제 없는 빵을 만들다 보니 보관 기간이 길지 않았다. 그래서 만든 지 하루가 지난 빵은 다음날 반값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른 아침부터 매장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섰다.
20여년 동안 꾸준히 성장한 뚜쥬루는 백화점 입점 매장을 포함해 천안에서만 4개 매장을 냈다.
◇빵에 관한 모든 것 '빵 돌가마 마을'
그 중 '빵 돌가마 마을'점은 국내에서 가장 큰 빵집이다. 29만㎡ 대지에 빵 제작 과정을 한데 모았다.
'빵 돌가마'는 국내 최초로 빵을 굽는 돌가마를 설치해 붙은 이름이다. 일본 기술로 도입한 빵 돌가마는 위아래에서 열을 가해 빵을 굽는 전기 오븐과 달리 돌을 데운 열기로 빵을 구워낸다. 겉은 바삭, 속은 촉촉한 '겉바속촉' 빵을 만드는 비결이다.
현재는 '1호'보다 규모가 큰 '2호' 빵 돌가마를 지어 생산량을 늘렸다. 뚜쥬루의 빵 중 가장 인기가 많은 '돌가마 만주'와 '돌가마 빵'은 이곳에서만 만든다.
이외에도 팥을 직접 끓이는 팥 제작소, 천안 쌀을 빻는 쌀 제분소, 어린이 베이커리 등 빵을 만들고 판매하는 모든 과정을 '빵 돌가마 마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최근엔 밀 재배 체험장까지 생겼다. 2019년 마을의 문을 연 지 6년 만에 '빵 테마파크'가 완성된 것이다.
윤 대표는 "요즘도 체인점을 내달라거나 입점해달라는 요청이 끊임없지만 모두 거절했다"며 "매장 수를 늘리면 품질을 유지할 수 없다/ 더 이상 매장 확대는 없다"고 못 박았다.
◇장인의 노력, 소비자 마음에 닿을까?
뚜쥬루는 연간 매출액 200억 원을 넘어섰지만 당기 순이익은 3억 원에 못 미친다. 수익률 25%를 유지하는 다른 동네 빵집들과 달리 뚜쥬루의 수익률은 11% 수준이다.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이용한다'는 뚜쥬르의 철학 아래 원재료를 까다롭게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윤 대표는 "대부분 빵집이 중국산 가공 팥을 받아 쓰지만 뚜쥬루에선 천안에서 재배된 팥을 매일 매일 끓여 사용한다"며 "지난해에만 26톤을 썼다"고 설명했다.
딸기 역시 지역 농가와의 계약재배를 통해 무농약 딸기만 공급받는다. 쌀가루는 천안 흥타령 쌀을 직접 빻아 사용한다. 밀가루는 국내 생산량이 적어 일부만 사용하지만, 국산 밀가루로 만든 빵엔 '우리 밀'이라고 표시해 뒀다.
뚜쥬루는 이 밖에도 계란, 꿀, 찹쌀 등 대부분 재료를 지역에서 조달한다. 기름은 20년 넘게 '하루 사용'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올해 뚜쥬루는 직영 농장에서 재배한 쑥으로 신메뉴를 선보였다.
윤 대표는 "쑥 빵을 만들기 위해 직영 농장에서 직접 쑥을 재배했다"며 "쑥 가루를 이용한 빵과는 맛과 향에서 차이가 크다"고 강조했다.
'안전한 먹거리'인 지역 농산물을 재료로 쓴다는 '고집'에 뚜쥬루의 빵은 비싸다. 뚜쥬루에서 국내산 팥과 우리 밀로 만든 팥빵 1개는 2500원이다. 성심당 '튀김소보로'가 2000원,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의 팥빵이 1700원 수준인 데 비해 가격이 높다. 여기에 윤 대표가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윤 대표는 "'안전하고 건강한 빵'이란 점에선 뚜쥬루 빵의 품질이 월등하지만, 중국산 가공 팥을 사용한 빵과 맛에선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고민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품질을 낮춰 이익을 끌어 올릴 생각은 없다고 강조했다. 윤 대표는 "'느리게, 더 느리게'를 슬로건으로 건강한 빵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멈출 생각이 없다"며 "끊임없이 연구하고 지역 농산물을 사용하는 '안전하고 건강한 빵'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뚜쥬르 임직원들의 노력을 기억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issue7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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