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 대책'이라는 유치원 저녁돌봄 보장…이미 3곳 중 2곳 운영 중

김정현 기자 2024. 6. 23. 07: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올해 4월 기준 유치원알리미 공시 7702개원 살피니
공립 단설유치원 92%, 사립 83%에서 저녁돌봄 운영
아침돌봄 39.2% 운영…아침+저녁 온종일돌봄 35.9%
어린이집은 이미 12시간 이상 운영…복지부령 규정
참여율은 저조한 듯…유치원 27.1%, 어린이집 32.7%
학부모 '체감' 크지 않을 듯…"일하는 시간을 줄여야"
정부 "양 기관서 머무는 동안 서비스 질 제고 의미"
[서울=뉴시스] 서울의 한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모습. (사진=뉴시스DB). 2024.06.23. photo@newsis.com


[세종=뉴시스]김정현 기자 = 정부가 저출생 대책으로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기본 운영 8시간과 아침·저녁 추가 돌봄 4시간을 보장하겠다고 밝혔으나 학부모 측면에서 큰 변화를 느끼지 못할 것이란 반응이 나온다.

이미 유치원은 대부분 방과후 과정 운영이 정착됐고 학부모 수요에 맞춘 오후 돌봄을 운영하는 곳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린이집은 하루 12시간 이상 운영이 법제화돼 있다.

23일 뉴시스는 교육부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에서 운영하는 '유치원알리미'를 통해 올해 4월 기준 '방과후 과정 편성·운영에 관한 사항'을 공시한 유치원 총 7702개원의 운영시간을 분석했다.

그 결과 방과후 과정 종료 시간을 오후 5시 이후로 공시한 유치원은 전체 64.8%인 4989개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3곳 중 2곳 가량이 저녁돌봄을 운영하는 셈이다.

유치원(만 3~5세)은 통상 오전 9시 전후에 정규 교육과정(누리과정)을 시작하며 하루 4~5시간 운영한다. 여기에 시도교육청에서 정한 방과후 과정 최소 운영시간을 합친 기본운영시간은 하루 8시간 이상이다. 이를 고려하면 오후 5시 이후부터는 통상 저녁돌봄을 진행 중이라고 볼 수 있다.

유형별 운영률은 공립 단설유치원이 91.6%(532개원), 사립유치원(사인+법인)은 82.8%(2489개원)에 달했다. 주로 초등학교에 설치돼 있는 공립 병설유치원은 47.8%(1967개원)로 저녁돌봄 운영률이 다소 낮았다.

정규 교육과정 시작 시간 이전에 아침돌봄을 운영하는 유치원은 전체 39.2%인 3019개원으로 조사됐다. 오전 6시부터 운영을 시작한다고 공시한 곳도 있었다.

아침돌봄 운영률은 공립 단설유치원이 82.6%(480개원)으로 사립유치원의 54%(1625개원)보다 높았다. 공립 병설유치원의 운영률은 22.2%(912개원)에 그쳤다.

교육과정 전후 아침·저녁돌봄을 동시에 운영 중인 '온종일돌봄' 운영 유치원은 전체 35.9%인 2768개원이었다. ▲공립 단설 81.8%(475개원) ▲사립 52.4%(1577개원) ▲공립 병설 17.4%(715개원) 등 순이었다.

운영률 대비 참여율은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영유아교육보육(유보)통합추진단 분석 결과에 따르면 유치원 전체 학급 수(2만8368개) 대비 방과후 과정 학급 수(7695개)는 27.1%다.

이는 유치원이 별도 편성한 '오후 재편성 학급'이라고 정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돌봄에 참여하는 유치원 원아의 규모(참여율)을 짐작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서울=뉴시스] 김성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장이 지난해 11월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졸속 유보통합을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 저지 유아교육 공공성 확보를 위한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DB). 2024.06.23. photo@newsis.com

어린이집도 비슷하다. 어린이집은 현행 영유아교육법 시행규칙에 따라 주 6일 이상, 하루에 12시간 이상 운영을 원칙으로 정하고 있다. 기본보육시간은 유치원보다 1시간 짧은 하루 7시간으로 정해져 있고, 남은 시간에 연장보육을 운영한다.

어린이집의 연장보육 운영 학급 수는 올해 4월 기준으로 전체 학급 수(15만2770개) 대비 32.7%인 4만9961개에 그쳤다.

정부는 지난 19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를 통해 발표한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을 통해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기본운영시간(8시간)과 돌봄(4시간) 총 12시간을 누구나 보장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당장 내 삶에 바뀌는 게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온다. 급할 때 맡길 곳이 생겼다는 점에서 나쁘지는 않지만 가려운 곳을 확실히 긁어주는 정책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최근 육아휴직에 들어간 서울의 한 학부모 김모씨는 "엄마들이 회사에서 일을 더 할 수 있겠지만 가장 원하는 것은 일하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라며 "부모와의 애착관계 형성이 중요한데 누가 자기 자식을 오래 맡기고 싶겠나"라고 했다.

유아교육계에서도 우려 섞인 반응이 나온다. 명분은 인정하나 방과후 전담 인력에 대한 확충 방안이 명확하지 않으면 교사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윤지혜 전국국공립유치원교사노조 위원장은 "돌봄시간이 확충되는 것은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서는 필요하지만 인력과 예산이 확충되는 게 먼저"라며 "인력이 구해지지 않으면 유치원 선생님들이 강제로 아침 및 저녁 돌봄에 투입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런 지적에 정부도 고심하는 분위기다. 학부모 지지 없이 현장 반발만 커질 경우 유보통합 추진 과정에서도 장애로 작용할 수 있다. 교육부는 조만간 '유보통합 실행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기본 8시간에 추가 4시간을 보장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며 "양 기관에서 모두 현재보다 기준을 강화해 영·유아들이 기관에 머무는 시간 동안 보다 질 높은 교육·보육 서비스를 제공 받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ddobagi@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