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법 시행 앞두고 대량 상폐설까지…뭐가 달라지길래 [코인 브리핑]
다음달 19일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각 가상자산 거래소와 금융당국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가상자산에 대한 기준 정립과 심사 강화로 인해 일각에서 알트코인(얼터너티브 코인) 위기설이 제기되는가 하면 불공정거래 처벌이 강화되면서 시장 건전성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투자자들은 가상자산 구입을 위해 각 거래소에 예치한 원화에 대해 일종의 이자를 법 시행과 함께 받을 수 있게 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각 거래소들은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 금융당국과 함께 ‘가상자산 거래지원 모범 사례안’을 만들고 있다. 각 거래소는 3개월 마다 상장한 코인을 대상으로 발행주체의 신뢰성, 이용자보호장치, 기술·보안, 법규준수 등을 심사하게 된다. 문제가 있는 코인이 있다면 유의종목 지정 후 거래지원 종료(상장폐지) 여부를 판단한다.
투자자들은 모범 사례안의 등장으로 그동안 신뢰성에 대한 문제가 잦았던 김치코인(국내 기업이 발행한 코인), 단독상장 코인 등이 대거 상장폐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상장폐지 예상 리스트가 돌았고, 주요 알트코인의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거래소들은 코인의 대량 상장폐지는 없다는 입장이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그동안 거래소별 거래유지 심사도 충분히 강화됐기 때문에 대규모 상장폐지가 일어날 가능성은 낮다”며 “분기별로 심사가 이뤄지는 것 정도가 기존과 달라진 점”이라고 말했다. 업비트도 지난 19일 “대량 거래지원 종료가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밝혔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은 “(가상자산 상장 유지심사가) 자율규제로 시행초기에는 일정부분 혼란이 나타날 수 있으나 시장 내 자정작용을 기대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며 “이를 위해 명확한 정량적 기준 제시가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다.
가상자산 투자자들이 이용자보호법 이후 먼저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예치금 이용료가 지급된다는 것이다. 그동안 투자자들은 거래소에 예치금을 맡겨도 이자를 받지 못했지만 이번 법 시행으로 각 거래소는 일종의 이자인 예탁금 이용료를 지급해야 한다.
각 가상자산 거래소는 제휴 은행의 계좌와 함께 이용료 지급을 논의하고 있다. 업비트는 케이뱅크, 빗썸은 농협은행, 코인원은 카카오뱅크, 코빗은 신한은행, 고팍스는 전북은행과 각각 제휴를 맺고 있다. 이용료는 연 1.0% 수준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 거래소는 다음달 초 이용료 등을 안내할 계획이다.
고객 자산에 대한 보안도 강화된다. 법 시행에 따라 고객 자산과 고유 자산은 분리해 보관해야 하고, 자산의 80%는 인터넷과 연결되지 않은 콜드월렛에 보관해야 한다. 그동안은 고객자산과 고유자산이 하나의 지갑에 보관되는 경우가 많아 자금이동 등을 파악하기 어려웠는데 자산관리의 투명성과 보안 측면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거래소는 해킹, 전산장애 등에 대비해 보험·공제에 가입하고 준비금도 적립해야 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4월 15개 가상자산 사업자를 대상으로 현장 컨설팅을 벌여 결과 일부 업체가 고객자산과 고유자산을 분리해 보관하지 않는 것을 적발하고 개선을 요구했다. 콜드월렛 보관 비중도 공통된 내규가 없어 80%가 안 되는 경우도 발견됐다.
가상자산 거래소에는 이상거래 상시감시 의무도 주어진다. 이에 따라 각 거래소들은 관련 시스템을 구축하고 전담 인력을 충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거래소가 가격, 거래량 등에서 비정상적 거래를 감지하면 불공정거래 의심정황을 금융당국에 보고해야 한다. 거래소와 당국은 수사기관과 함께 불공정거래 혐의 증명에 나선다.
가상자산 시장도 자본시장과 비슷하게 미공개중요정보이용, 시세조종, 사기적 부정거래 행위 등을 불공정거래행위로 보고 규제한다. 그동안은 불공정거래가 이뤄져도 가상자산에 대한 정의가 미비해 자본시장법에 준하는 처벌이 이뤄지지 못했다. 앞으로는 가상자산 불공정거래행위를 한 사업자도 1년 이하 징역 또는 부당이득 3배 이상 5배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불법 취득 재산은 몰수하며, 몰수할 수 없을 때는 그 가액이 추징된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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