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처럼 되면 망합니다”...일본에서 저출산 ‘반면교사’ 돼버린 대한민국 [한중일 톺아보기]

신윤재 기자(shishis111@mk.co.kr) 2024. 6. 23.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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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톺아보기-135]

◆ 저출산 대책 ◆

지난해 조앤 윌리엄스 미국 캘리포니아대 법대 명예교수가 한국의 출산율을 듣고 놀라움을 표하고 있다. [EBS 유튜브 캡처]
“서방 선진국 보다 한국을 참고하자.”

저출산 문제가 한국의 미래를 가를 최대 변수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롤모델로는 흔히 스웨덴,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이 꼽힙니다. 이들은 한국보다 훨씬 먼저 후기 산업사회에 진입한 선진국들이면서도, 1990년대~2000년대 역대급으로 떨어지던 출산율을 반등시키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들은 한국 뿐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고령화율을 자랑하는 일본에게 있어서도 참고대상으로 거론돼 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일본에서 이처럼 저출산 상황이 양호하거나 선방 중인 선진국들보다, 한국의 충격적 근황을 들여다보는 편이 좋겠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유인즉 여러모로 닮은 이웃나라가 세계 유례없는 기록을 매년 경신하고 있으니, 이를 ‘반면교사’ 삼아 같은 전철을 밟지 않도록 주의하는 동시에 적절한 대응책을 찾아보자는 취지라고 합니다.

지난해 일본의 합계출산율은 1.20명으로 한국(0.72명, 올해 0.65명 전망)보다는 분명 나은 상황입니다. 하지만 일본도 1947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를 경신해 사회적 위기감이 최고조에 이른 상태입니다.

출산율 韓 0.72 vs 日 1.20...가장 큰 차이는 20대서 발생
영국 옥스퍼드대 인구학자 데이비드 콜먼 명예교수도 지적했듯이, 비혼출산이 극히 적은 한국사회의 특성상 출산율은 혼인률 감소와 매우 밀접한 연관이 있을수 밖에 없습니다.

이에 대해 일본의 사회학자이자 독신 연구가인 아라카와 가즈히사씨는 일본도 마찬가지라며 “결혼을 안해서 첫째 아이도 낳지 않게 되는 것이 출산율 감소의 최대 요인” 이라고 지적합니다. 이어 “그리고 일본 이상으로 혼인율 감소가 현저하게 나타나는 나라가 바로 한국”이라고 설명합니다.

지금이야 한국의 출산율이 일본보다 훨씬 낮아졌지만 1990년대 까지는 압도적으로 높았습니다. 한국이 일본의 출산을 밑돌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들어서부터 입니다. 2001년 양국의 출산율은 일본 1.33명, 한국 1.31명으로 거의 비등했습니다.

1980년부터 2020년까지 양국 각 연령대 여성의 출산율 변화 그래프를 비교해보면 1980년에는 20대~30대에 걸쳐 높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2001년과 2020년에는 출산율이 급감한 것이 눈에 띕니다.

해당연도 각 그래프의 면적이 총 합계 출산율을 나타낸다. 단위는 해당 연령 여성인구 1천명당 명. [그래픽=조보라]
양국 모두 두 시기출산율 감소가 가장 뚜렷해진 연령대는 20대 이지만, 그래도 일본은 2001년과 2020년을 비교했을때 그리 큰 차이는 보이지 않습니다. 2001년 이미 가장 높은 출산율을 보이는 연령대가 30대로 넘어갔지만, 2020년에는 2001년 대비 크게 연령대가 높아지지 않았습니다.

반면,한국은 2001년 까지만 해도 가장 높은 출산율을 보이는 연령이 20대였지만, 2020년에는 단숨에 30대 초반으로 급등했습니다. 특히, 일본은 2020년에도 20대 출산 비율이 어느정도 유지된데 반해, 한국은 거의 ‘0’에 수렴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즉, 현재 양국의 출산율 차이에는 20대 출산율의 차이가 가장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일본의 초혼연령 중앙값은 2022년 기준 남성 29.6세, 여성은 28.6세로 나타났습니다. 초혼 커플들을 나이순서로 늘어놨을때 남녀 모두 절반 가량은 20대 라는 얘기입니다.

20대 출산율 감소는 20대의 혼인율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레 초래된 결과 입니다. 현재 30대에서 가장 많이 결혼을 하고 첫 출산을 한다지만, 20대에 결혼해서 첫 아이를 낳은 경우와 비교한다면 아무래도 다자녀로 이어질 가능성도 줄어들 수 밖에 없습니다.

한국의 경우 남성들이군복무로 일본에 비해 사회 진출 시기가 조금 더 늦어 결혼을 위한 경제적 여건을 갖추는 시점이 더 늦어지는 점도 20대 혼인율을 낮추는 요소가 되고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혼인율 감소속도, 한국이 일본의 2배...원인은?
[그래픽=조보라]
한국의 조(粗)혼인율(인구 1000명당 혼인건수)은 1993년 까지 9.0건에 달했지만, 지난해 3.8건(일본은 3.9건)으로 30년새 60% 가까이 급감했습니다. 일본의 조혼인율이 9.0건에 달했던 가장 최근 시점은 1974년이었습니다.

현재 양국의 조혼인율은 거의 비슷하지만 일본이 50년에 걸쳐 떨어진 수준을 한국은 거의 절반인 30년만에 도달해 버린 것입니다. 일본에 비해 더 가파른 한국의 혼인율 감소는 자연스레 더 가파른 출산율 감소로 이어졌습니다.

혼인율 감소에는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양국 모두 경제적 요인이 우선적으로 꼽힙니다. 그리고 한국의 경우 일본보다 치열한 취업경쟁과대기업-중소기업간 임금격차, 결혼 관련 악습, 과도한 서울 집중도 등이 훨씬 급격한 혼인율 감소를 가져온 요인들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예컨데,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임금 격차는 일본에서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지만 한국은 일본 보다 격차가 훨씬 큰 편입니다. 2022년 기준 한일 대기업 임금을 각각 100%로 할 때 중소기업의 임금수준일본이 74%인데 반해, 한국은 58%에 머물렀습니다. 양국 모두 전체기업에서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 미만에 불과합니다. 때문에 치열한 취업경쟁이 발생하게 되는데, 자녀들의 진학을 위한 부모들의 과도한 사교육비 문제도 결국 이런 구조와 연관됩니다.

또 주지하다시피, 한국에서는 일본과 달리 결혼할때 주거문제를 남성이 부담해야한다는 전근대적 관행이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남편이 아내 명의로된 집에 지참금(彩禮·차이리)까지 마련해야하는 중국만큼은 아니지만, 이는 천정부지로 치솟은 부동산 가격과 맞물려 혼인율을 떨어뜨리는 대표적 악습으로 지적돼왔습니다.

지난해 기준 한국 수도권에는 전체 인구의 약 51%가 몰려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본 역시 수도권 집중이 심한 편이라지만, 같은해 기준 수도권(도쿄, 가나가와, 사이타마, 지바현)인구 비중은 전체 인구의 약 30%로 한국보다는 훨씬 낮은편입니다. 인구 및 생활 인프라의 일극 집중은 주거비용을 높여 한국 청년들의 결혼 문턱을 높이고 있습니다.

지난달 한 극단 여성 이기주의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육군 제12사단 훈련병의 사망을 축하한다는 제목의 게시글.
아라카와 가즈히사씨는 한일 양국에서 확산되는 비혼 트렌드를 언급하며 특히 한국의 경우 “성별갈등도 문제” 라고 지적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여성들은 대개 자신보다 연봉, 학력 등 조건이 좋거나 최소 비슷한 수준을 원하지만, 전체기업중 대기업 비중처럼 이들의 숫자는 적습니다. 그는 “눈에 안차는 상대와 결혼할 바에야 혼자 사는길을 택하는 여성들이 늘어났다” 며 “한국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가부장제 타파 및 결혼제도 붕괴를 여성해방의 필수조건이라고 주장하는 과격한 페미니즘과도 공명하면서 비혼주의자 양산과 동시에 불필요한 성별 갈등도 격화됐다”고 짚었습니다.

이어 “한국의 저출산이 혼인율 급감 때문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며 “만약 일본도 20대 혼인율이 떨어지면 한국처럼 1.0명이 붕괴되는 건 시간문제”라고 경고했습니다.

저출산 ‘3종 패키지’ 내놓는 한국...혼인율 높일 방법 보완돼야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9일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을 주제로 열린 2024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9일 한국의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인구 국가비상사태” 를 선언하며 “2030년까지 합계출산율 1.0 회복”을 목표로 내걸었습니다. 이를 위해 일·가정 양립, 양육, 주거환경 등 핵심 분야를 지원할 ‘3종 패키지’ 정책을 마련해 정부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구체적으로 육아휴직 급여를 최대 월 250만원으로 인상하고, 남성의 출산휴가도 2배로 늘리기로 했습니다. 자녀가 초등학교 졸업 때까지 국가가 돌봄과 교육을 지원하며, 난임 부부 지원도 늘리기로 했습니다. 또 생애 한번뿐인 특별공급 기회를 출생 가구는 추가로 받을 수 있게 하고, 출생가구 특례대출 소득기준도 사실상 없애 주거 부담을 최소화하기로 했습니다. 이에 대해 저출산 고령사회위 상임위원을 지낸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일·가정 양립을 위한 정책을 마련했고 청년들이 가장 고심하는 주거해결에 전향적 정책을 내놨다”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정책들은 이미 결혼을 한 신혼부부 또는 최소 결혼계획이 있는 커플들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그렇지 않은 청년들을 결혼으로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진 않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결혼이 출산의 전제가 되는 한국 사회에서 혼인율 상승 없이 출산율 반등을 기대하기란 어렵습니다. 실제로 세계최저 출산율을 매년 경신중인 지금 한국에서도 매년 태어나는 아이들의 숫자는 결혼건수 보다 많습니다. 이는 비록 딩크족들이 증가추세라고는 해도, 여전히 결혼을 할 경우 아이 1명씩은 낳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이는 곧 합계출산율 1.0 회복을 위해선 출산율 제고뿐 아니라 결혼이 장려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걸 의미합니다. 홍석철 교수도 “결혼과 출산에 드는 비용을 줄이는 정책은 충분한 것 같지만 이제부턴 청년들이 결혼하길 원하도록 사회인식을 개선하는데 집중하는 정책이 구체화 돼야 할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따라서 어떻게 하면 혼인율을 높일 수 있을지에 대한 국가차원의 진지한 고민과 효과적 대책이 이어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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