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지구, 바다] 플라스틱의 최종 종착지, 바다…흔들리는 지구생태계
바다는 인류가 우주나 뇌만큼이나 제대로 알지 못하는 미지의 영역입니다. 생명과 에너지, 지구순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바다를 제대로 알고 지키는 것이 인류의 미래에 중대한 도움이 될 것입니다. '또 하나의 지구', 바다의 여러 모습을 알아보는 글을 한국해양과학기술원과 협력해 월 1회 싣습니다. [편집자]
매년 6월 5일은 세계 '환경의 날'이다. 이 날은 1972년 유엔인간환경회의에서 제정된 국제연합 기념일로서, 플라스틱 오염이 생태계 및 인류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경각심을 고취시키고, 환경 보전을 위한 국제 사회의 관심과 플라스틱 줄이기를 위한 실천을 독려하기 위해 제정된 날이다.
1970년대에는 바다쓰레기에 관한 매우 중요한 국제협약 두 개가 발효되었다. 첫 번째는 1972년 채택된 '폐기물의 해양 투기로 인한 해양오염 방지 협약(런던협약)'이고, 두 번째는 1973년에 플라스틱 쓰레기를 포함한 선박에서 나오는 각종 오염물질 배출을 규제하기 위해 채택되었다가 1978년 수정, 발효된 '선박으로 인한 해양오염 방지조약(MARPOL 73/78)'이다.
국제협약 발효 협약 이후에도 플라스틱 소비량과 해양으로의 유입량은 꾸준하게 증가하였고, 2000년대 들어서 해양 환경 중 미세플라스틱의 존재와 미세플라스틱의 오염 수준이 밝혀지면서, 해양 플라스틱 오염은 최신 국제 환경 현안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해양 플라스틱 오염 저감을 위한 국제적 움직임에 따라 국제연합환경계획(UNEP)에서는 2025년까지 플라스틱 전주기에 대해서 법적 구속력이 있는 협약 초안을 마련 중이다. 또한 올해 11월에는 우리나라 부산에서 유엔 플라스틱 협약인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계획대로 진행되면 플라스틱 오염을 대상으로 한 첫 국제협약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바다쓰레기를 규제하려는 국제사회의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바다쓰레기의 양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바다쓰레기 중 통상 80% 이상을 차지하는 플라스틱은 분해가 잘 안된다. 또한 가벼운 플라스틱은 최종적으로 바다에 모이게 되고, 해류와 바람을 따라 장거리 이동하면서 연안에서 대양까지, 표층에서 심해까지, 그리고 적도에서 극지방까지 분포하게 된다.
문제는 이렇게 바다로 흘러든 플라스틱 쓰레기는 덫이 되어 다른 생물을 붙잡아 죽음에 이르게 하고, 먹이로 오인하여 먹은 생물들이 폐사하는 등 생태계에 가시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울러 배의 추진기에 걸려 엔진을 멈추게 하는 등 선박사고를 유발하여 사람들의 생명에 위협을 가하기도 한다.
그런데 여기서 그치지 않고, 플라스틱이 태양의 자외선 등에 의한 자연적인 풍화로 점점 작게 쪼개져 미세플라스틱이 되면 환경에서 제거하는 것은 점점 불가능해지고 인간을 포함한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된다. 이처럼 건강한 해양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신종 오염물질로 대두된 해양 미세플라스틱의 환경오염 특성과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규명할 필요가 있다.
이에,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남해연구소 생태위해성연구부는 2012년부터 미세플라스틱이 해양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선도적으로 연구해 오고 있다. 특히 연구팀은 해수, 퇴적물, 생물을 대상으로 크기 20㎛ 이상의 해양 미세플라스틱 오염수준과 특성을 세계에서 가장 정밀하게 평가하여 국가 단위의 오염 지도를 최초로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국제기구에서 과학자들에게 답을 원했던 미세플라스틱의 생태위해성평가를 플라스틱의 크기와 형태를 고려하여 국가 차원에서 최초로 수행하는데 기여하였다.
더불어, 플라스틱 재질별 미세화 속도를 최초로 정량적으로 평가하여 플라스틱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미세화될 수 있음을 밝혔을 뿐만 아니라, 플라스틱에 함유된 유해화학물질이 환경 및 생물로 전이될 수 있음을 실제 해양환경에서 최초로 증명하였다. 이런 주요 연구 결과물들은 해양 플라스틱 오염을 저감하기 위한 정책수립 시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또한, KIOST 심원준, 홍상희 책임연구원 연구팀은 미세플라스틱뿐만 아니라 중대형 플라스틱 쓰레기가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자 해양 생물의 플라스틱 섭식과 얽힘, 교란생물 및 병원균 플라스틱 부착 서식, 해저 침적 플라스틱의 저서 생태계 훼손을 아우르는 연구를 수행 중이다. 연구팀은 바다거북의 플라스틱 섭식 현황과 특성을 평가하기 위해 국립해양생물자원관, 국립생태원과 협력하여 바다거북 사체의 소화관에서 발견되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양과 조성 등을 분석해오고 있다.
세 개 기관은 2017년부터 바다거북 폐사체 공동부검을 진행해 왔으며, 2021년 4월 바다거북 보전을 위한 '바다거북 협력연구단'을 공식 발족하였다. 2022년에 게재된 논문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연안에서 혼획, 좌초, 표류한 바다거북 폐사체 4종(붉은바다거북, 푸른바다거북, 올리브바다거북, 장수거북) 34마리 중 28마리가 해양 플라스틱을 섭식한 것으로 확인하였다. 현재는 바다거북이 다른 생물과 비교하여 플라스틱을 많이 섭식하는 이유와 그 과정에서 시각과 후각이 플라스틱 쓰레기에 반응하는 방법에 대한 행동 실험을 진행하고 있으며, 바다거북이 먹은 플라스틱에 함유된 유해물질이 생체 조직으로 전이되는 과정을 연구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는 향후 신종 오염물질의 해양환경 모니터링 체계를 선진화하고, 해양생태계는 물론 인간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한국형 해양환경기준을 마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매년 9월 셋째 주 토요일에는 '국제 연안정화의 날' 행사가 개최된다. 전 세계 100여 개 국가의 환경단체, 시민 등은 바다로 나가 쓰레기를 줍고 동일한 양식의 조사 카드를 작성하여 전세계 해안 쓰레기의 양과 조성을 비교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를 만드는 데 참여한다. 그 과정에서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뿐만 아니라 해양 환경 보호에 대한 인식 증진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해양환경의 훼손과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전 세계인이 모두 동참하여 플라스틱 줄이기와 같이 일상 생활 속 실천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바다는 우리가 사는 삶의 터전이자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소중한 자산이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모두 함께 동행하기를 바란다.
<출처>
- 한국해양과학기술(KIOST) 해양문고 '바다로 간 플라스틱', 홍선욱 (사)동아시아바다공동체 오션 대표, KIOST 심원준 책임연구원
- KIOST 문예림, 심원준, 홍상희 등, Environmental Pollution, 2022년 4월호(논문명: What type of plastic do sea turtles in Korean waters mainly ingest? Quantity, shape, color, size, polymer composition, and original us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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