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조되는 新냉전…시험대 오른 尹 외교
우크라에 살상 무기 지원 가능성 열어
신냉전 구도 우려도…대통령실 "불가피한 대응, 양극 체제 갈등 아냐"
나토 정상회의 의제 주목
윤석열 정부 들어 한미일 협력 체계가 공고해지는 가운데, 최근 북한의 잇단 도발과 북러 관계 진전이 맞물리며 신(新)냉전 대립 구도가 고조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통령실은 북러의 불법 행위에 대한 불가피한 대응일 뿐, 양극 체제 갈등을 벌이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러한 현안은 윤석열 대통령이 공식 초청된 다음 달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엄중한 한반도 정세를 풀어가야 하는 만큼, 집권 3년 차 윤석열 정부의 외교가 '시험대'에 오른 모습이다.
북러 조약에 강력 규탄…우크라에 살상 무기 지원 가능성도
정부는 지난 20일 북한과 러시아 간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 체결에 대해 성명을 내고 "엄중한 우려를 표하며 이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같은 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주재해 북러 조약 문안 등을 분석·평가한 바 있다. 그 결과 사안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이례적으로 정부 명의의 성명을 발표한 것이다.
특히 북한과 러시아 어느 한쪽이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 상태에 처하면 상대에게 지체 없이 군사적 원조를 제공한다는 내용 등이 담긴 점은 우리 안보에 위해를 가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정부는 러시아의 이러한 위협에 대응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문제를 재검토하기로 했다. 그간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 무기 지원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대통령실은 "무기를 제공하는 데는 다양한 옵션이 있고, 최근 북러 동향에 대한 우리 측 입장은 앞으로 러시아가 어떻게 접근해 오느냐에 달려 있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수준이 러시아의 태도에 따라 달라질 것이란 입장이다. 이 같은 입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베트남 순방을 마무리하는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할 가능성에 대해 "아주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한 데 대한 반응이기도 하다.
정부는 한미 동맹의 확장억제력과 한미일 안보 협력 체계를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우리가 당장 군사적 대비 태세를 강화하는 건 혹시라도 이 조약에 의해 북한이 고무돼 경거망동할 가능성에 대비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 지원 가능성과 관련해선 "살상무기를 준다, 안 준다는 말하지 않겠다"고 말을 아끼면서도 "무기 지원은 여러 옵션이 있고, 살상이나 비살상에 따라 다르게 분류할 방법도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신냉전' 선 그었지만…나토 정상회의 앞두고 고조되는 긴장감
일각에선 북러 초밀착과 한미일 협력 강화에 따라 한반도를 둘러싼 신냉전 구도가 고조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총장은 "이번 북러 조약 체결은 사실상 1961년 조‧소 군사동맹체계가 부활한 것이고, 그 요인은 윤석열 정부의 가치외교, 사실상 대미편향외교에 있다"며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책무가 있는 상황에 이같은 노선이 국가 이익에 무슨 도움이 되겠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미동맹에 의한 억지력 강화, 한미일 협력과 대중‧대러‧대북 견제의 결과가 무엇인가. 이제까진 보수든 진보든 한미동맹을 기본으로 하면서 한중협력과 한러협력의 균형외교를 해왔는데, 결국 중러 모두를 적으로 돌렸다"고 지적했다.
반면 통일연구원 김천식 원장은 "미중이 체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건 분명하지만, 가치와 안보, 경제 문제가 같이 엮여 있는 데다 한미일에 비해 북중러의 연대는 결속력이 없고 불신이 강하다. 옛 냉전 체제와 비교하기엔 성격이 매우 다르므로 '신냉전'이란 표현은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다만 "러시아의 한반도 군사 개입 근거가 마련된 건 현실화 여부를 떠나 상당히 위험한 것"이라며 "만약 한반도에서 군사적 충돌이 일어난다면 미‧일‧중‧러가 개입하게 되는데, 상당히 엄중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대통령실은 현 상황을 갈등 구도의 틀 안에서 해석하는 것은 단편적이라며, '신냉전 구도' 해석에 선을 그었다.
또 다른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 측의 일방적인 현상 변경과 불법 침공이고, 이와 관련해 에너지, 식량위기가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는 이에 대한 불가피하고 인도주의적인 대응을 하고 있는 것일 뿐, 양극 체제에서 이념이나 세력 갈등을 벌이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조만간 열릴 나토 정상회의는 이런 상황에서 더욱 주목되고 있다. 한반도 정세에 대한 안건이 중요하게 다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앞서 나토는 윤 대통령을 비롯한 아시아태평양 파트너국(AP4) 정상들을 정상회의에 공식 초청했다. 북핵 위협과 북러 관계 등에 대한 국제사회 해법을 두고 긴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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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명지 기자 divin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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