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바이든, 기독교 박해… 투표로 꼭 응징하자” [르포]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2024. 6. 23.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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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주의 기독교 단체 행사서 격정 연설
4년 전 80%가 트럼프 몰표… “투표장 꼭 나오라” 독려
“아기 생명은 아주 중요” 낙태 반대 옹호
“바이든, 기독교인 침묵시키고 사기 떨어뜨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2일 '자유와 신념 연합'이 주최한 행사에 참석해 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기독교 유권자들이 사상 최대 규모로 결집해 비뚤어진(crooked) 조 바이든에게 이렇게 외쳐야합니다. 바이든, 넌 최악의 대통령이었어. 당신은 해고야(You are Fired)!”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2일 비영리단체인 ‘자유와 신앙 연합(Freedom and Faith Coalition)’이 수도 워싱턴DC의 한 호텔에서 주최한 ‘로드 투 머조리티(Road to Majority) 2024′ 행사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저명한 정치 컨설턴트이자 보수주의 활동가인 랄프 리드(Ralph Reed)가 2009년 설립한 이 단체는 복음주의 기독교 유권자들의 권익을 옹호하는 단체다. 공화당 지지 성향이 매우 강한데, 트럼프는 ‘친정’이라 할 수 있는 이 곳에서 1시간 넘게 격정 연설을 하며 투표 참여를 독려했다.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은 대개 후보가 추구하는 도덕적 가치를 기준으로 투표하는데 낙태 문제, 동성 결혼, 종교의 자유 등에 특히 관심이 많다. 이런 이유로 대개 공화당을 지지하는 경향이 강한데 2020년 대선 당시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백인 복음주의자의 약 80% 정도가 트럼프에 투표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캠프는 이 수치를 더 끌어올려야 경합주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을 상대로 확실한 승리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는 2016년부터 이 단체가 주최하는 행사에 참석했는데, 이번이 아홉 번째 연설이었다. 이날 오후에도 경합주인 펜실베니아주 필라델피아의 템플대를 찾아 유세를 하며 강행군을 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2일 '자유와 신념 연합'이 주최한 행사에 참석해 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 뉴스1

트럼프는 이날 연설의 상당 부분을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데 할애했다. 그는 “복음주의자들은 일요일마다 교회에 가지만 투표는 하지 않는다”며 “이번에는 반드시 투표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급진 좌파 민주당이 2020년 대선 결과를 조작했다”며 “우리는 2024년 대선에서 이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고 문제가 생겨도 아주 빨리 바로잡겠다. 안심하고 이번만큼은 꼭 투표를 하라”고 했다. “이번 대선은 미국 역사상 가장 중요한 선거가 될 것이고, 11월 5일은 미국 역사상 가장 중요한 날로 기록될 것”이라고도 했다.

트럼프는 바이든을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이라 표현하며 “기독교인들을 박해하고 있다”고 했다. “기독교인들을 침묵시키고 사기를 떨어뜨려 정치에 참여하지 못하게 하려 한다” “여러분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기를 원하기 때문에 투표를 반드시 해야한다”고 했다. 트럼프는 “바이든이 재집권하면 국경도 없고, 법도 없는 나라가 된다”며 “기독교인들이 안전할 수 없게 된다”고 했다. 이어 “내가 백악관으로 돌아가면 학교, 군대, 정부, 직장, 병원, 공공 장소 등 모든 곳에서 모든 형태의 종교의 자유를 적극 옹호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가 “범죄자를 미국으로 너무 많이 보내 베네수엘라 범죄율이 낮아졌다고 한다” “다음 행사는 거기서 열어야겠다”고 말하자 청중에서 씁쓸한 웃음이 터져나왔다.

트럼프는 복음주의 기독교 유권자들이 가장 민감해하는 낙태 문제에 대해선 “아기의 생명에 관한 문제는 공화당에 매우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6대3′으로 보수 우위인 연방대법원이 2년 전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49년 만에 뒤집은 것을 언급하며 “지혜와 용기를 보여준 대법관들에게 감사를 전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클라렌스 토머스, 사무엘 알리토, 존 로버츠, 에이미 코니 배럿 등 보수 성향 대법관 6명을 일일히 호명했다. 트럼프는 “다음 임기 동안 다시 한 번 확고한 보수주의자로서 300명에 가까운 판사, 세 명의 대법관을 투입해 헌법과 법을 있는 그대로 해석하도록 만들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은 지난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행사에서 “트럼프가 당선되면 대법관 2명을 추가로 임명할 수 있다는 게 가장 무서운 부분”이라고 했다.

22일 '자유와 신념 연합'이 워싱턴DC에서 주최한 행사에서 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가 트럼프 그림을 들고 있다.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20일부터 사흘간 열린 이번 행사에는 트럼프 외에도 부통령 후보군인 엘리스 스테파닉 하원의원·벤 카슨 전 주택도시개발부 장관, 공화당 소속인 조시 홀리·조니 언스트·테드 크루즈 상원의원, 크리스티 노엄 노스다코타 주지사, 마이클 와틀리 공화당전국위원회(RNC) 공동의장 등 보수 진영 주요 인사들이 다수 참석했다. 지난달 ‘성추문 입막음 돈’ 사건으로 트럼프가 유죄 평결을 받은 가운데, 현장에선 “뜻이 있는 주 법무장관들이 단결해 바이든을 선거 개입으로 고발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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