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은 10년전 떠났는데…중국 최대 바이두는 왜 크지 못했나[차이나는 중국]

김재현 전문위원 2024. 6. 23.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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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차이 나는 중국을 불편부당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사진=중국 인터넷
중국 네티즌들이 가장 싫어하는 중국 인터넷 기업은 어딜까. 바로 중국 최대 검색업체 바이두다. 바이두에서 검색하면 검색결과 첫 페이지뿐 아니라 둘째 페이지까지 광고 아니면 바이두가 제공하는 콘텐츠로 도배된다. 찾고 싶은 정보는 눈을 부릅떠야 겨우 한두 개 보일까 말까다.

바이두 말고는 쓸 만한 검색 서비스도 없다. 중국에서 구글은 접속 자체가 불가능하다.

2010년 초만 해도 구글은 중국에서 검색 서비스를 제공했다. 당시 중국에 있던 필자도 바이두와 구글을 모두 이용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2010년 3월 구글이 중국에서 검색서비스를 중단했다. 중국 정부의 검열과 감시 활동으로 인터넷 언론자유가 크게 훼손됐다는 게 이유였다. 구글의 데이비드 드루먼드 수석 법률 자문은 "구글차이나의 검색 결과에 대한 검열을 더 이상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때는 구글의 결정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지금은 이해가 간다. 2012년말 시진핑 주석이 취임하고 2018년 장기집권을 본격화한 이후 중국 인터넷이 시 주석을 찬양하는 '시비어천가'로 도배되는 걸 보면 구글의 2010년 철수는 탁월한 결정이었다.

반대로 간 구글과 바이두
알파벳과 바이두의 월간 주가 추이/그래픽=이지혜
중국 정부의 검열에 시달리던 구글이 2010년 중국시장에서 철수한 후 구글과 바이두는 어떤 길을 걸었을까.

먼저 지난 14년 동안 구글과 바이두의 주가 차이는 갈수록 커졌다.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알파벳(구글) 주가는 2010년 5월 31일 12.15달러에서 2024년 6월 18일 175.09달러로 14배 넘게 급등했다. 반면 나스닥에 상장된 바이두 주가는 같은 기간 73.21달러에서 90.87달러로 불과 24% 오르는 데 그쳤다.

당시 바이두가 중국 검색 시장 독점에 힘입어 성장하고 구글은 중국 철수의 타격을 볼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는데, 결과는 정반대다.

2010년 중국시장에서 철수한 구글은 혁신적인 제품을 계속해서 내놓으며 빅테크 기업으로 커갔다. 구글의 행보를 하나씩 살펴보자.

2011년 구글은 머신러닝을 위한 오픈 소스 라이브러리인 '텐소플로우(TensorFlow)'를 출시했으며 텐서플로우는 가장 인기있는 오픈 소스 머신 러닝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2012년에는 증강현실(AR)을 위한 '구글 글라스'라는 스마트 안경을 출시했으나 프라이버시 침해와 높은 가격으로 인해 3년 만에 사업을 접었다.

2015년 구글 딥마인드는 인공지능(AI) 바둑기사 '알파고'를 내놓았으며 2016년 알파고와 세계 최정상급 바둑기사 이세돌과의 세기적인 대전은 엄청난 충격을 가져왔다.

이 밖에도 구글은 2017년 이미지 검색 기술을 집약한 '구글 렌즈', 2019년 게임 클라우드 서비스 '스태디아(Stadia)'를 출시했으며 같은 해 현존하는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로 1만 년이 걸리는 문제를 단 200초 만에 풀 수 있는 양자컴퓨터 '시커모어(Sycamore)'도 개발했다.

그동안 바이두는 뭘 했을까. 바이두는 구글이라는 위협적인 경쟁자가 사라진 후 중국 검색 시장을 독점하게 되자 검색 광고 장사에 열을 올렸고 이로 인해 많은 사회적인 문제를 낳았다. 가장 대표적인 사건이 '웨이저시(魏則西) 사건'이다.

2016년 희귀암을 앓던 중국 시안의 대학생 웨이저시(21)는 바이두 검색을 통해 최상단에 추천된 '베이징 무장경찰 제2병원'(이하 '제2병원')을 찾았다. 제2병원의 의사가 '종양에 대한 생물학적 면역 요법'으로 웨이저시를 치료할 수 있다고 하자 웨이저시 가족은 20만위안(약 3800만원)이 넘는 거액의 치료비를 썼으나 웨이저시는 결국 세상을 떠났다.

알고 보니 제2병원이 미국 스탠포드대와 개발했다는 치료법은 전부 엉터리였다. 한때 바이두는 의료 광고 수입이 매출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의료 광고를 많이 했으며 이로 인해 중국 환자들이 입은 피해도 막대하다. 당시 이 사건은 중국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으며 지금도 중국 네티즌들은 바이두하면 '웨이저시 사건'을 떠올린다.

바이두는 음식배달, 자율주행, 인공지능(AI)으로 사업을 확대했으며 자율주행 무인택시 '아폴로'를 개발하고 AI챗봇 '어니봇'을 출시하는 등 일정 부분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바이두는 여전히 검색 광고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2조1700억달러 vs 319억달러
세계-시가총액-상위-기업/그래픽=김현정
시가 총액을 보면 구글과 바이두의 차이가 더 명확하다. 알파벳(구글) 시가총액이 2010년 5월 31일 약 1650억달러에서 2024년 6월 2조1700억달러로 13배 이상 커지는 동안 바이두 시가총액은 약 255억달러에서 319억달러로 겨우 25% 늘어나는 데 그쳤다.

세계 시가총액 상위 기업 순위에서도 구글은 4위를 차지했다. 1위 엔비디아(3조3350억달러) 외에 마이크로소프트가 2위(3조3170억달러), 애플이 3위(3조2850억달러)를 기록했다.

5위와 7위도 각각 아마존(1조9020억달러)과 메타(1조2660억달러)가 차지하는 등 미국 빅테크 기업의 선전이 돋보인다. 시총 319억달러의 바이두 순위는 까마득해서 찾기도 힘들다. 중국 IT기업 중 시총 1위인 텐센트(약 4700억달러)도 미국 빅테크 기업의 규모에는 훨씬 못 미친다.

구글과 바이두가 걸어온 길은 지난 14년간 미국 기업과 중국 기업의 성장 과정을 그대로 반영한다. 구글이 중국 시장을 잃은 이후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글로벌' IT기업으로 성장한 데 반해, 바이두는 중국 시장을 독점한 이후 '로컬' 검색 광고회사, 그것도 대다수 소비자가 싫어하는 회사로 전락했다.

구글이라는 메기가 사라진 중국 검색 시장에서 독점적인 위치를 누리던 바이두는 눈앞의 이익(검색 광고 판매)에 열중하다가 혁신적인 기업으로 성장하지 못한 것이다. 2010년 구글이 중국을 철수할 때만 해도 중국 정부라는 외국 기업의 진입을 막는 벽이 바이두를 보호했다고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로 이 보호막이 바이두를 망가뜨렸다.

김재현 전문위원 zorba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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