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날두의 ‘장군’에, 메시는 ‘멍군’… 양웅의 기록 각축은 끝없이 펼쳐져[최규섭의 청축탁축(清蹴濁蹴)]
UEFA(유럽축구연맹) 유로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9·포르투갈)가 있다면, CONMEBOL(남미축구연맹) 코파 아메리카엔 리오넬 메시(36·아르헨티나)가 존재한다. 코파 아메리카와 유로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메시와 호날두다.
금세기 초반부 전 세계 축구계를 양분해 온 두 월드 스타의 자존심 겨룸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불과 이틀 사이로, 두 ‘신계의 사나이’는 신기원을 여는 역사적 발자취를 남기며 여전히 식을 줄 모르는 노장의 열정을 뽐냈다.
각자 자신의 국가대표팀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출전한 대륙별 대회에서, 새 기록을 세우며 새 역사를 썼다. 호날두는 UEFA(유럽축구연맹) 유로 2024(6월 14일~7월 14일: 이하 현지 일자)를, 메시는 CONMEBOL 코파 아메리카 2024(6월 20일~7월 14일)를 각각 자신의 역사적 발걸음을 내딛는 지경으로 삼았다.
호날두가 먼저 ‘장군’을 불렀다. 유로 2024에서, 최다 대회 출전 신기록을 작성했다. 2004 포르투갈 대회부터 2024 독일 대회까지 줄곧 모습을 나타낸 결실로, 6개 대회 연속이었다. 지난 18일, 그룹 스테이지 F 체코전(2-1 승)을 바탕으로 삼아서였다. 아울러 대회 이틀째인 사흘 전(15일), 루카 모드리치(38·크로아티아)에게 내줬던 ‘반쪽 천하’를 되찾았다. 그룹 스테이지 B 첫판 스페인전을 디딤돌 삼은 모드리치는 5개 대회 출전으로 호날두와 어깨를 나란히 한 바 있다.
메시는 ‘멍군’으로 응수했다. 호날두의 기세에 맞서는 줄기찬 형세를 나타냈다. 코파 아메리카 2024의 막을 올린 일전에서, 대회 역사에 큰 획을 긋는 신기록을 수립했다. 그룹 스테이지 A 캐나다전(2-0 승)에서, 최다 출장 경기 기록을 갈아 치웠다. 서전을 장식하며 역사의 장에 ‘35’를 깊숙이 아로새겼다(표 참조).
메시는 2007 베네수엘라 대회 때 코파 아메리카에 첫선을 보였다. 그룹 스테이지 C 미국전이 데뷔 무대였다. 선발 출장해 79분을 소화했다. 이때부터 2024 미국 대회까지 멈출 줄 모르는 행보를 밟아 왔다. 2007년 6경기를 바탕으로 해 2011년(아르헨티나) 4경기→ 2015년(칠레) 6경기→ 2016년(미국) 5경기→ 2019년(브라질) 6경기→ 2021년(브라질) 7경기→ 2024년 1경기 등 쉬지 않고 출장 수를 쌓아 왔다. 지난 대회에서, 세르히오 리빙스토네(칠레)와 어깨를 나란히 했던 메시는 이로써 홀로 맨 윗자리에 앉았다.
1941 칠레 대회부터 1953 페루 대회까지 6개 대회에서 34경기에 출장한 리빙스토네는 68년 동안 최다 경기 출장 타이틀을 지켜온 바 있다.
메시, 줄기찬 출전 7개 대회 어시스트 수확 앞세워 호날두 압박
기운차게 뻗친 모양이나 상태로 봤을 때, 메시가 내디딘 발걸음에 좀 더 힘이 실린 듯하다. 메시가 또 하나의 획기적 대기록을 세워 그렇다. 출전 매 대회 어시스트 기록은 더욱 주목할 만한 업적이다. 물론 코파 아메리카 사상 최초다. 메시는 2007 베네수엘라 대회부터 2024 미국 대회 때까지 단 한 번도 끊임없이 7개 대회 연속 어시스트를 수확했다(IFFHS 통계 기준). 코파 아메리카를 비롯해 세계 단일 대회 역사상 그 누구도 쌓은 적 없는 금자탑이다.
단순 수치로 본 최다 대회 출전에서도, 메시가 호날두에 한 걸음 앞선다. 둘 다 올 대회를 통해 일보씩을 더했다. 메시는 7개 대회에서 그라운드를 누볐다. 이에 비해, 호날두는 6개 대회에서 몸놀림을 펼쳤다. 비록 코파 아메리카가 들쑥날쑥한 불규칙 주기인데다 상대적으로 짧긴 해도, 어쨌든 표면적으로 나타난 수치에선 메시가 호날두를 능가한다.
기간을 보면, 양 대회의 주기성 문제에서 말미암은 대목임을 금세 엿볼 수 있다. 메시와 호날두 다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코파 아메리카와 유로 무대에 올랐다. 기간은 메시가 17년이고, 호날두가 20년이다. 그런데 대회 출전 횟수는 메시가 7회이고, 호날두가 6회다.
1916년 첫 잔을 띄운 남미 축구 선수권 대회에 연원을 둔 코파 아메리카는 1975년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1회부터 11회 대회까지 매년 열렸던(1918년 제외) 때가 그나마 규칙적 주기였다. 중단(1968~1974년)의 아픔도 겪었는데, 금세기 들어와서도 주기가 일정치 않다. 메시가 뛴 7개 대회도 주기가 1년부터 2년, 3년, 4년까지 들쭉날쭉하다. 반면 유로는 1960년 발원한 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빠지지 않고 4년 주기로 17회가 열렸다.
유로 마당에선, 호날두가 독주를 거듭하고 있다. 출전 대회 수를 비롯해 출장 경기(70회)와 득점(55골) 지경에서, 홀로 거닐고 있다. 최다 어시스트 부문에서도 6위(12개)다.
메시와 호날두는 기록의 산실이자 보고(寶庫)다. 공교롭게도, 코파 아메리카 2024와 유로 2024는 오는 7월 14일 똑같이 막을 내린다. 그때 메시와 호날두가 또 어떤 발자취를 남길지 궁금하다. 흐르는 세월을 비웃듯 오히려 점입가경의 기록 행진을 벌이는 양웅의 각축은 세계 축구팬들에게 쏠쏠한 흥밋거리로 다가온다.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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