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구하라 휴대폰=판도라의 상자? 금고 턴 청부업자 추정 몽타주 공개(그알)[어제TV]
[뉴스엔 서유나 기자]
고(故) 구하라가 남긴 휴대전화 속 비밀에 이목이 집중됐다.
6월 22일 방송된 SBS 시사 교양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 1403회에서는 고 구하라 금고 도난 사건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파헤쳤다.
2019년 11월 24일 구하라가 향년 28세의 나이로 사망한 후 49재를 치른 가족들이 집을 비운 2020년 1월 14일, 구하라의 청담동 자택에 한 남성이 침입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벽을 타고 2층 베란다를 통해 집에 들어선 범인은 다른 고가품을 하나도 건드리지 않고 옷방에 있는 31㎏에 달하는 무거운 금고 하나를 훔쳐 달아났다. 구하라의 친오빠인 구호인 씨가 이 사실을 눈치챘을 땐 많은 정보가 담겼을 집 주변 CCTV 영상이 시간이 흘러 모두 지워진 뒤였다.
의문점은 당시 범인이 침입한 2층 철문의 존재를 구하라의 친오빠 구호인 씨도, 구하라와 약 한 달간 함께 살았던 지인 임슬기 씨도 몰랐다는 것. 이에 경찰은 구하라 집 현관문 도어록의 바뀌기 이전 비밀번호, 2층 철문의 존재, 49재 이후 고인의 집이 비는 것 등 내밀한 정보를 잘 아는 범인을 면식범으로 추정했으나 유족과 구하라의 지인들에게 CCTV 속 범인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낯선 얼굴이었다.
범죄심리학자 표창원에 의하면 단순 절도 사건은 아니었다. 노력은 최소화하고 이익은 최대화하는 단순 절도범의 특성이 금고 도난 사건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 구호인 씨에 의하면 당시 구하라의 옷방엔 명품 옷과 시계 등이 다수 보관되어 있었으나 범인은 집을 뒤진 흔적 없이 오직 금고만을 들고 사라졌다. 표창원은 이를 "금고 자체가 원래부터 목적이 아니라면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못박았다.
구호인 씨는 범인이 노린 금고 안엔 제자에게 받은 편지, 계약서, 소속사에서 정산받은 서류, 집 등기권리증, 약 6대의 휴대전화가 들어있었다고 밝혔다. 구호인 씨는 본인조차 금고를 열기 전까지 휴대전화가 보관되어 있는 사실을 몰랐다며 범인이 휴대전화를 노리고 범행을 저질렀을 거라는 세간의 추측에 동의하지 않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금고에 보관된 물건 중 노릴 만한 것은 휴대전화 뿐이라고 분석했다. 경찰행정학과 교수 오윤성은 "구하라 씨가 가지고 있는 이전의 휴대전화를 판도라의 상자로 본 것이 아닌가. 판도라의 상자에 자기와 관련된 게 뭐가 있나가 굉장히 궁금한 사람, 그게 만약 공개되면 결정적인 타격을 입을 것이 두려운 사람(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다행히 금고 안 휴대전화들은 현재 구호인 씨가 안전하게 보관 중이었다. 구하라가 마음을 터놓고 지내는 가사도우미에게 '만일을 대비해 유서를 작성해뒀다'는 말을 들은 구호인 씨가 도둑이 들기 전 먼저 금고를 열어봤다는 것.
구호인 씨는 다만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풀 방법이 없어 안의 내용을 알 수 없다며 "동생 휴대전화가 아이폰이다. 그 휴대전화가 잠겨서 업체에다가 맡겨놓은 상태다. 아직까지도. 언젠가 기술이 나오면 풀기 위해서 믿고 맡길 수 있는 분에게 맡겨놓고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그알'이 만난 전 국과수 디지털 분석관 이정수는 영상 개선을 통해 아주 중요한 발견을 해냈다. 과거 경찰은 범인이 집 침입을 시도할 때 구하라가 생전 사용한 비밀번호를 눌렀지만 그 사이 바뀐 탓에 현관문을 여는데 실패한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개선한 영상 속 범인은 디지털 도어록의 숫자판을 아예 활성화 하지도 못했고, 지나치게 빨리 버튼 누르는 행동을 포기했다.
표창원은 그치만 범인이 비밀번호를 분명 알고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는 "자신에게 불리하고 위험한데 그런 행동을 왜 하겠냐. 문이 열릴 거라는 기대를 가진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비밀번호를 알고 있거나, 아는 사람으로부터 전달받았지만 좌절된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알'은 그 이유를 도어록에서 찾아냈다. 당시 구하라 자택에 설치됐던 도어록에는 열감지 센서가 장착돼 있어 손바닥으로 화면을 넓게 접촉해야 숫자판이 나타났다. 즉 범인은 비밀번호를 알았지만 해당 디지털 도어록을 처음 경험한 탓에 작동 방법 자체를 몰랐던 것으로 판단 가능했다.
비밀번호는 알지만 정작 도어록은 만져본 적 없는 사람. 표창원은 "이 사건에 있어서 특성과 의미를 모른 채 돈을 받고 행하는, 돈만 받고 받은 대로 자기 일만 해주고 그 이외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는 심부름 센터, 청부를 주로 맡아서 행하는 이런 사람도 있다"며 그동안 면식범으로만 여겨왔던 경찰의 추측을 뒤집었다.
표창원은 범인이 직접적인 동기를 가진 자가 아니라면 직접 경찰에 신고하고 제보할 가능성도 있다고 점쳤다. 이에 '그알'은 많은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유일한 단서인 CCTV 영상을 개선하고 그 안에 숨겨진 단서를 찾아나섰다.
그 결과 범인은 날씬하고 건강한 체격의 170㎝ 후반의 키를 가진 20대 후반에서 30대 초중반의 남성으로, 왼쪽 귀엔 귀걸이를 하고 있고, 먼 거리를 잘 보지 못하는 근시의 소유자로 추정됐다. '몽타주 전문 수사관'으로 불렸던 미대 출신 전 형사 정창길의 도움으로 완성한 몽타주가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김상중은 이날 방송을 "법은 범행을 교사한 이에게 더 큰 죄를 묻는다. 잘못을 고백한 자에겐 감형의 기회를 준다. 화면 속 남성이 그 기회를 어서 빨리 붙잡길 바란다"는 말로 마무리했다.
뉴스엔 서유나 stranger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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