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청년들] ④ "자살, 선택지 아니다…힘들면 도움 요청·사회는 관심을"
2022년 20대 자살 시도 건수 1만487건…"정부 지원책에 시민 인식개선 필요"
[※ 편집자 주 = 우리 사회의 정신건강 상태를 보여주는 각종 수치나 통계가 위험 신호를 지속해서 보내고 있습니다. 정부도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각종 대책을 내놓는 만큼 사회적 관심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연합뉴스는 정신건강 문제의 현주소와 대책을 점검하는 기사를 매주 1건씩 4회에 걸쳐 송고합니다.]
(대구=연합뉴스) 윤관식 기자 = 청년들의 자살 시도가 늘고 있다.
올해 자살 사망자 수가 2020년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청년층의 자살 시도가 타 연령대보다 유의미하게 높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청년들의 자살 시도가 늘어난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정부는 청년층을 대상으로 자살 시도자 치료비를 지원하는 등 대책을 내놓고 있다.
청년층 자살 시도율 타 연령대보다 높아
정부가 최근 내놓은 '최근 자살 동향 및 대응 방안'에 따르면 지난해 자살 사망자 수는 1만3천770명으로 2022년 대비 864명(6.7%) 가 증가했다.
이는 202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이 중에서도 2회 이상 반복 자살 시도 경험이 있는 사람의 응급실 내원 비율이 지난해 17%에서 올해 1~3월 27%로 크게 증가했다.
심리부검 면담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자살 시도 경험이 있는 자살사망자의 비율은 37.4%에 달한다.
특히 청년층 자살 시도율이 타 연령대 대비 유의미하게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발간한 '2024 자살예방백서'에 따르면 2022년 연령대별 자해·자살 시도 건수는 20대가 1만487건(28.5%)으로 가장 많았다.
뒤이어 10대가 5천879건(16%), 30대가 5천266건(14.3%) 순으로 집계됐다.
이 수치에 따르면 20대의 자해·자살 시도 비율(28.5%)은 두 번째인 10대보다 약 2배 가까이 많은 수치이고, 같은 해 자살률이 10만명당 60.6명으로 가장 높게 나타난 80세 이상의 자살 시도 건수 1천569건(4.3%)보다 약 7배 많은 수치다.
같은 기간 자살 사망자가 2천479명으로 가장 많은 50대의 자살 시도 건수 4천156명 건(11.3%) 보다 2배 이상 많은 수치이기도 하다.
최근 수치를 살펴봐도 20대의 자해·자살 시도 건수는 2018년 7천426건, 2022년 1만487건으로 타 연령대를 압도적으로 상회하는 수치를 보였다.
10대 비율은 2018년 12.4%로 2020년까지 12%대를 유지하였으나 2021년부터 2022년(16%)까지 지속해 상승하며 두 번째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종훈 대구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장은 "중장년은 자살 시도를 해도 잘 드러나지 않지만, 청년층은 비교적 활발한 대인관계를 하는 연령대이고 자살 시도 사실을 주변에 드러내기 때문에 통계 수치가 높다"며 "사회적인 지지 관계에 있는 가족이나 친구 등 관계를 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자살은 선택 아닌 사회구조적 문제로 인한 죽음"
이처럼 청년들의 자살 시도가 늘어나며 지난해 자살 사망자 수가 크게 늘어난 원인 중 하나가 '자살을 선택으로 인식하는 경향'인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19~75세 성인 2천8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자살실태조사에서는 자살에 대한 국민의 수용적 태도가 증가해 자살을 하나의 선택지로 인식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에서 '자살은 때때로 관련된 사람들에게 구제책이 될 수 있다'는 문항에 2018년 응답자는 25%가 동의했지만, 2023년 응답자는 31.2% 동의한다고 나타났다.
또 '자살만이 유일한 합리적인 해결책인 상황이 있다'는 문항에서도 2018년 응답자는 24.5%가 동의했지만, 2023년 응답자는 27.4%가 동의했다.
이런 상황에 '극단적 선택'이라는 단어도 논쟁적인 표현으로 등장했다.
언론은 자살을 '극단적 선택'이라고 순화해 쓰고 있다. 자살이라는 단어의 부정적인 느낌을 지워 내려는 시도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극단적 선택'이라는 말이 자살을 하나의 선택지로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에서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언론중재위는 제목에 '극단적 선택'이라는 표현을 쓴 기사에 대해 시정 권고를 하고 있다.
우울증을 겪고 있는 30대 김 모 씨는 "애초에 자살이라는 선택지가 있으면 안 된다"며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은 선택지가 주어지는 느낌만으로도 강요로 느껴질 수가 있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이은진 수원대학교 아동가족복지학과 교수는 "자살은 개인적인 선택이 아니라 사회구조적 문제로 인한 죽음"이라며 "선택이라는 용어는 자살 유족에게 죄책감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 낙인을 경험하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고위험군 발굴·마음건강서비스…"열린마음으로 전문가 도움받아야"
자살시도자의 자살 위험은 일반인보다 20~30배 높다는 조사 결과에 정부는 자살 고위험군 발굴 및 서비스 제공 강화에 나섰다.
정부는 가장 먼저 자살 시도자를 접촉하게 되는 경찰·소방 관계자를 통해 자살 시도자·유족 정보를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제공하는 등 연계를 강화할 방침이다.
지난해 경찰·소방이 정신건강복지센터로 자살 시도자 정보를 제공한 대상자는 월평균 3천776명으로 연계율은 30.6%에 불과했다.
이에 경찰·소방 신고 없이 응급의료기관에 내원한 자살시도자의 정보를 정신건강복지센터로 연계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한다.
또 청년층 대상 치료비 지원 요건도 완화한다.
청년기의 신체·정신건강은 생애주기 전반에 영향을 끼친다. 이에 청년층 자살 시도자 치료비 지원으로 초기에 개입해 사후 관리까지 강화할 방침이다.
자살 시도자 응급의료체계 모형 개발 연구에 따르면 자살 시도자 중 사례관리 서비스를 받은 경우 자살 사망률이 그렇지 않은 경우의 사망률보다 3분의 1수준으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의 경우 정신건강사례관리 서비스 동의 시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신체 손상 및 정신과 치료비를 지원한다.
이와 더불어 청년층이 대부분 사용하는 모바일 기반 마음건강 자가진단 서비스도 도입한다.
카카오톡 메신저를 활용해 우울증 등 정신질환 자가 진단을 활성화하는 것이 골자다.
정부는 우울증 진단을 시작으로 수요에 따른 진단 도구 제공을 오는 8월부터 추진할 예정이다.
또 진단 결과에 따라 가까운 정신건강 관련 기관을 안내하고 국립 정신건강정보포털로 연계해 추가 정보도 제공한다.
자살 예방 교육도 의무화한다.
국가, 지자체, 공공기관, 초·중·고등학교 등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장을 대상으로 정신 건강의 이해 및 도움 요청·제공 방법에 대한 실효성 있는 자살 예방을 실시한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잇따른 정책과 더불어 시민들의 인식 개선도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종훈 센터장은 "일선에서는 한명이라도 살리는 것을 목표로 하루하루 상담을 하고 있다"며 "우울에서 자살까지 이르는 것을 예방하는데 특별한 방법보다는 스스로 정신건강을 체크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정신건강과 관련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려는 비율이 외국은 30~40% 정도 되지만 한국은 20% 이하로 굉장히 낮다"며 "혼자 해결하려고 하는 것보다 치료받고자 하는 열린 마음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주변에 있는 소중한 사람이 자살 위기에 처할 수 있으므로 시민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며 "누구든지 힘들면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해도 된다는 인식의 확대와 함께 소외된 청년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복지지원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psi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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