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풍향계] 콘셉트 확 바꾸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무용론 사라질까
기획재정부 공무원들이 7월에 발표할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준비에 한창이라고 합니다. 기재부는 매년 연말에 이듬해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고 7월쯤에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한번 더 발표합니다. 연례행사죠.
재미있는 것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준비할 때마다 기재부 공무원들 사이에서 비슷한 불만이 나온다는 겁니다. “왜 하는지 모르겠다”는 것인데, 어떤 사연일까요.
우선 하반기에 발표되는 세제 개편 및 내년 예산안과 상당히 중복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정부는 매년 7월에 세법 개정안을, 9월에는 다음 해 예산안을 발표합니다. 일 년에 한 번씩 하는 큰 행사입니다. 세법 및 예산안과 경제정책방향이 중복된다는 것은 경제정책방향의 특성 때문에 그렇습니다. 정부가 경제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쓸 수 있는 대표적인 수단은 세제 혜택과 예산 지원입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 기간 기재부 내 실·국 사이에서는 ‘은근한’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예산실은 예산안에, 세제실은 세법 개정안(세제 개편안)에 소위 ‘말 되는 것’을 담고 싶은 만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먼저 선보이는 경제정책국에 발표를 양보할 수 없다는 반발이 있는 것입니다.
법적 근거가 없는 행위라는 점도 공무원들이 단골로 지적하는 대목입니다. 예산안과 세법 개정은 매년 발표하는 이유가 법적 근거에 명시돼 있습니다. 우리 헌법과 국가재정법에 담긴 ‘정부는 회계연도마다 예산안을 편성해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등의 문구가 바로 그것입니다.
세법은 정부의 다음 해 수입을 결정하는 것이기에 매년 제출해야 할 ‘예산 부수 법안’으로 지정돼 있습니다. 국회법에선 상임위 세법 심사 마감을 11월 30일로 못 박고 있습니다.
그런데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은 법적 근거가 없습니다. 다만 온라인으로 1991년 경제기획원 시절 발간된 ‘하반기 경제운용방향’(下半期 經濟運用方向)이란 제목의 문서를 확인할 수 있는 것으로 봐서 그 명맥은 꽤 오래 이어져 온 것으로 보입니다.
연말에 다음 해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해 놓고서는 이와 별개로 ‘6개월짜리’ 경제정책방향을 또 구상해야 하니 직원들 입장에서는 업무 피로도가 높다는 점도 불만의 요소입니다. 한 기재부 직원은 “세법이나 예산에 밀려 국민의 관심도 못 받는데, 내부적으로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 때도 있다”며 “차라리 그 시간에 더욱 알맹이 있는 정책들을 고민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했습니다.
이런 문제의식이 다소나마 영향을 미쳤는지, 이번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은 조금 다른 방향으로 준비된다고 합니다. 바로 최상목 부총리가 역점으로 추진하는 ‘역동 경제’와 관련한 중장기 대책을 담는 것으로 콘셉트를 바꾸겠다는 겁니다.
역동 경제는 한국 사회가 과거와 같은 경제 발전 역동성을 잃었다는 인식에서 출발한 것으로 ‘사회 이동성 제고’와 ‘기업 성장 사다리 구축’을 양대 축으로 하고 있습니다.
기재부는 올해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대신 역동 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향후 5년 정도의 중장기 구조적 과제를 전면에 내세울 예정이라고 합니다. 대신에 평소 하던 방식의 경제정책방향은 분량을 확 줄여서 뒤에 붙인다고 하네요.
그럼 일이 줄어든 것일까요.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거대한 어젠다이다 보니 역동 경제를 중심으로 이번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작성하는 기재부 공무원들은 더욱 머리를 싸매는 분위기입니다. 전(全) 직원을 대상으로 아이디어를 공모한 것은 물론, 국장들을 소집해 브레인스토밍을 했다는 얘기도 들려오네요. 일각에선 역동 경제의 ‘취지’에는 십분 공감하지만, 마땅한 툴(tool)이 없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옵니다.
어찌 됐든 직원들 사이에선 차라리 이번을 계기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발표는 없애고 하반기엔 경제 전망만 간단히 새로 내놓는 것이 어떻겠냐는 의견들이 나옵니다. 애초 2.2%였던 기재부의 올해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가 2%대 후반대로 조정될 가능성이 있어 올해는 수정 경제 전망에 쏠리는 관심이 더욱 크겠네요.
이번에 내놓을 중장기 역동 경제 방안이 부총리의 이름을 내건 ‘OO노믹스’란 명칭을 오랜만에 얻을 수 있을지도 관심사입니다. 이른바 “빚 내서 집 사라”로 대표되는 ‘초이노믹스’(최경환노믹스·2014년) 이후 10년 만에 또 다른 ‘초이노믹스’(최상목노믹스)가 탄생할지 말입니다. 탈바꿈한 올해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얼마나 큰 변화가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7월 초를 기다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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