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복지 ‘워케이션’, 근로자는 좋은데 사장님 생각은?

김진희 2024. 6. 2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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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케이션(Worcation), 해 보셨습니까?
일(Work)과 휴가(Vacation)가 합쳐진 말로 연차 등을 소진하지 않고 휴양지에서 출퇴근하는 개념입니다. 코로나19 로 재택근무가 활성화되던 시기에 '워케이션'이란 근무 형태도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초창기 워케이션은 원격 근무가 가능한 IT기업 등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엔 복지 차원에서 도입하는 대기업들도 적지 않은데요.

직장인 10명 중 9명, " 워케이션 하고 싶다"

지난해 대한상공회의소가 직장인 1,112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90%가 워케이션을 희망했습니다. 일과 삶의 균형, 즉 '워라벨'을 중시하는 MZ세대 직장인들에겐 최고의 복지 제도로 통하기도 합니다.

왜 워케이션을 원할까요? 워케이션을 하면 더 업무 능률이 오를 것 같다고 답한 직장인들이 많았습니다.


실제 워케이션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현장에 가 봤는데요.

바다로 출퇴근…요즘 복지 ‘워케이션’, 이직률도 낮췄다!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988559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광희 씨는 3박 4일 일정으로 충남 보령으로 워케이션을 떠났습니다. 숙소는 바다가 보이는 호텔입니다. 근무는 객실이 아닌 별도의 사무실 공간에서 합니다. 업무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로, 오전 10시에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원격 교육 업무 등이 있는데 모두 차질없이 진행했습니다. 출근 전엔 해변에서 조깅을 했고, 퇴근 후엔 근처에서 짚트랙을 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아무래도 휴양지이다 보니 마음이 들뜨지 않을까? 업무에 지장은 없는지 물었는데요.

"오히려 업무 집중이 훨씬 더 잘 됐어요. 전철같은 대중교통 계속 이용하고 사람들도 많고 출근하는 과정 자체가 스트레스 요인일 수 있는데 여기에선 바다도 보이고 바다 소리도 들리고요. 그리고 객실에서 일하는 게 아니라 집중할 수 있는 별도의 오피스. 그런 장소가 있어서 원래 사무실에서 업무적으로 시간 근무를 했던 건 똑같이 진행하고 있고요. 퇴근하고 나서 여가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하고 업무에 좀 더 집중했던 그런 워케이션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워케이션 방식은 다양합니다. 2박 3일부터 4주까지 허용되기도 하고, 국내를 넘어 해외 휴가지도 승인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근무 시간은 얼마나 될까요? 최근엔 유연 근로제를 도입한 기업들이 많다 보니 워케이션 장소에선 1일 8시간보다 시간 총량은 적게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서울경제진흥원이 워케이션 참여 근로자 527명에게 설문 조사한 결과, 참여자의 절반 이상이 하루 평균 6시간 이상 일했다고 답했습니다. 6~7시간 근무가 32.6%이었고, 평소처럼 8시간 이상 근무했다는 응답은 24.1%였습니다. ‘출퇴근이 행복했다’, ‘새로운 곳에서 영감을 받아 생산성을 높일 수 있었다’, ‘직접 경험해보니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싶은 복지제도다.’ 등 긍정적 반응이 많았다는데요.

그럼 워케이션 보내는 사장님 생각은 어떨까요?

워케이션의 핵심은 내가 휴가지에 있더라도 근로일로 인정한다는 것입니다. 수당과 직결되는 연차휴가 등을 쓰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사업주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재택근무와는 또 다르게, 휴양지에서 일하는 개념이다 보니 업무 효율성이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적지 않습니다. 직원들을 믿지 못하는 감시형 사업주에겐 더 도입하긴 힘든 복지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워케이션을 진행해 본 기업의 반응은 긍정적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서울경제진흥원이 워케이션 참여 중소기업 대표나 인사 담당자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워케이션 참여 전과 비교해 직원 이탈률이 저하됐는가?’ 란 질문에 75.4%가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중소기업 입장에서 워케이션이 고용 안정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됐다는 겁니다.

올해 처음 워케이션을 진행한 시니어 헬스케어 기업의 지창대 대표는 '신뢰'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휴가지에서 업무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업무가 중요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생산성이 오히려 더 늘어난다고 판단해서 워케이션을 추진하게 됐습니다. 서로 온라인으로 계속 연결돼 있고 사무실이 아닌 공간에서 새로운 활력을 얻으면서 더 집중력 있게 일하는 걸 제가 확인했기 때문에 장점이라고 생각했고요. 기존의 업무에 워케이션을 섞었을 때 훨씬 더 만족스러운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서로 신뢰가 바탕이 됐을 때, 자율성이 결합됐을 때 최상의 업무 생산성이 나타난다고 믿습니다."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워케이션' 도입을 결정했다면 이젠 행동에 나서야 할 차롑니다. 워케이션 참여자들은 이 제도의 활성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으로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사내 분위기 조성'을 꼽았습니다.

중소기업엔 부담? … 다양한 지원 제도 있어요!

그런데 혹시 '그림의 떡'인 건 아닐까요? 좋은 근로문화인 건 알겠지만 비용 부담은 어쩔 수 없습니다. 휴가를 빈손으로 떠나는 건 아니니까요. 이럴 땐, 워케이션 지원 제도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목적지로 산이나 바다 근처를 선호하는 직장인이 많다보니 자연스레 '지역 경제 활성화'로 이어졌고, 이에 많은 지자체들이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대기업과의 복지 격차 해소 차원에서 마련된 중소기업 워케이션 지원 사업도 있습니다.

현재 워케이션이 가능한 숙박시설은 전국에 최소 100여 곳으로 하반기에 더 늘어날 예정입니다. 고급 리조트, 호텔부터 체험형 농·어촌 휴양마을까지 다양합니다. 어느 곳에 숙박하느냐에 따라 경비 부담은 차이가 납니다. '워케이션'이 취지인 만큼 주말이 아닌 평일에 신청 가능합니다.

아쉬운 점은 각 지자체별로, 정부 부처별로 마련된 워케이션 제도들을 통합해서 안내하는 창구가 없다는 것입니다. 취재 중 파악한 워케이션 지원 사업 관련 링크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서울경제진흥원(서울지역 중소기업만 신청 가능)
-속초
-부산
-제주
-충남문화관광재단
-강원관광재단
-전북
-인천
-경북나드리

실제 워케이션 사업을 지원하고 있으나 홈페이지를 갖추지 못하고 전화 문의만 받는 지자체가 있습니다. 기관이나 지자체 별로 지원 규모도 다릅니다. 비교 필수입니다. 프리랜서나 개인 사업자가 신청 가능한 지원 사업도 있습니다. 반면 별도의 업무 공간을 갖추지 않은 채 성급하게 워케이션에 뛰어든 곳도 있을 수 있으니 사전에 잘 확인하고 '워케이션'을 준비한다면 더욱 효율적이고, 즐거운 휴가지 출퇴근이 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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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희 기자 (hydroge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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