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사직서 수리 허용했지만…전공의 '감감무소식', 왜?

백영미 기자 2024. 6. 2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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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사직서 의료법상 위반 징계·처벌 가능성"
"사직 시점 2월 아닌 6월되면 퇴직금 등 손해"
"사직서 수리 허용 후에도 수리 안돼 취업불가"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의대정원 확대로 정부와 의사 간 갈등이 장기화 되고 있는 지난 4월2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 전공의 생활관이 텅 비어 있다. 2024.04.02. ks@newsis.com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정부가 수련 병원의 전공의(인턴·레지던트) 사직서 수리를 허용했지만 전공의들은 넉 달이 지나도록 '감감무소식'이다. 전공의들은 정부가 인정하는 사직 시점은 사직서를 낸 2월이 아닌 수리 허용을 발표한 6월로, 자칫 의료법 위반으로 법적 제재나 재정적 불이익을 받을 우려가 있고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 철회에 진정성이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23일 의료계에 따르면 근무 중인 전공의는 지난 20일 기준 전공의 1만3756명 중 1052명으로 7.6%에 불과하다. 복귀한 전공의들은 대부분 가정의학과나 전공의 수련이 얼마 남지 않은 레지던트 4년차, 한국에서 사직하게 되면 비자 문제로 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미국 시민권자, 의료 소송에 휩싸인 경우 등이다.

정부가 인정하는 사직 시점이 전공의들이 실제 병원에 사직서를 낸 2월이 아닌 사직서 수리 허용을 발표한 6월이라는 점이 전공의들이 반발하는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정부는 전공의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내렸던 지난 2월 수련병원이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직의 효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의 주요 대학병원 A 교수는 "사직은 사직서를 낸 순간 효력이 발생한다"면서 "전공의들이 2월에 낸 사직서를 수리하게 되면 업무개시명령이 불법이었다는 것이 공개적으로 확인돼 정부가 (사직서 수리 시점을) 6월로 주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법 661조상 사직서를 낸 순간 사직의 효력이 발휘되고, 근로계약 관계는 종료된다. 해당 법조항은 '근로기간 약정이 있을 경우 부득이한 사유가 있을 때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일부 대학병원의 경우 사직 전공의들에게 지난 2월 제출한 사직서 대신 새로운 사직서(사직 시점 6월)를 제출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사직서를 새로 제출하게 되면 의료법 위반으로 징계나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목소리가 나왔다.

검사 출신인 임무영 변호사(임무영 법률 사무소)는 블로그를 통해 "기존 사직서를 철회하면 (지난 넉달 동안)병원에 소속된 전공의 신분이었음을 인정하는 것이 돼 업무개시명령에 불응했다고 자인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면서 "이렇게 되면 이후 업무개시명령 불응으로 인한 면허정지 등 징계나 형사 처벌에 있어 매우 불리한 입장에 처하게 된다"고 말했다.

전공의들의 사직 시점이 2월이 아닌 6월이 되면 임금, 퇴직금 등 재정적 불이익도 불가피하다. 임 변호사는 "병원으로부터 4개월 동안 받지 못한 임금 또는 일실수익(사고 등이 없었다면 받게 될 장래소득)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게 된다"면서 "자발적으로 출근하지 않은 것이 되기 때문에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임금을 받지 못한 것이 되고 결국 상당한 손해를 보게 된다"고 했다. 앞서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4일 페이스북에 "퇴직금은 준비가 되셨겠죠"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송종호 기자 = 류옥하다 전 가톨릭중앙의료원 인턴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센터포인트 ‘사직한 전공의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 전공의 150인에 대한 서면 및 대면 인터뷰 정성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04.16. song@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정부가 수련병원에 전공의 사직서 수리를 허용하겠다고 밝힌 이후에도 병원이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아 다른 병원에 취업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정부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여전히 수련병원의 전공의(레지던트)로 등록돼 있어 일반의로 다른 병원에 근무하려던 계획이 틀어졌다는 것이다.

대전성모병원을 사직한 류옥하다 전공의는 "정부의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 철회 발표 이후 응급 의료 의사로서 꿈을 안고 자리를 잡아 일을 배우며 적응하고 있었다"면서 "그런데 지난 19일 공식적인 근무를 시작하려 하니 면허가 대전성모병원에 묶여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대전성모병원 4개월차 레지던트였다”고 말했다.

이어 “심지어 (전공의로) 계약한 적도 없었다"면서 "병원에 물어보니 보건복지부 방침으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았다고 하더라. 정부의 유화책조차 거짓이었으며 대학병원 강제근무 외에는 아무런 선택지를 주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전공의들은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는 병원 측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의 한 대학병원 B 교수는 "지방의 일부 대학병원 내과, 산부인과 등 필수의료 전공의들이 고소에 들어가자 병원에서 사직서를 수리해 준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ositive10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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