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인사이트] IT·공학 유학생 23% 늘고 3명 중 2명 정착 원해…외국인 정책 핵심으로

손덕호 기자 2024. 6. 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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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회로설계·SW개발 등 석·박사 유학생 별도 채용
이공계 석·박사, 총장 추천서 받으면 거주 비자
지난달 23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외국인 유학생 채용박람회'에서 외국인 유학생이 채용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한국 인구는 지난 2020년부터 감소하고 있다. 앞으로 인력 부족이 더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우수한 외국인 인재, 그 중에서도 한국 문화를 익힌 외국인 유학생을 활용해 극복하려 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 산업에 보탬이 되는 정보통신(IT)이나 공학 전공 외국인 유학생이 늘어나고, 졸업 후 한국에 정착해 살고 싶다는 비율도 높아지고 있다. 정부 정책에 일단은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IT·공학 전공 유학생 3년 새 23% 증가

23일 한국노동연구원이 법무부와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국내 외국인 유학생은 2017년 9만8602명, 2020년 13만6995명, 2023년 18만7856명으로 늘었다. 2023년 기준 유학생들의 전공은 사회과학(28.8%), 한국학(20.6%), 교육·예술·인문학(17.2%), 어학연수(14.9%)등 인문·사회 계열이 많다.

‘정보통신기술, 공학, 제조 및 건설’ 전공자도 2017년 1만4813명, 2020년 1만7880명, 2023년 2만1984명 등 꾸준히 늘었다. 한국에서 IT·공학을 배우고 있는 외국인 유학생이 3년 새 23% 늘어난 셈이다. 전체 유학생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23년 기준 11.7%다.

◇3명 중 2명 “졸업 후 한국에 살고 싶다”

노동연구원 분석 결과, 2023년 기준으로 다니고 있는 학교를 졸업한 후 한국에 계속 체류하기 원하는 유학생은 11만8369명(63%)이다. 한국학 전공자는 69%가 한국에 더 살기 원했으나, 교육·예술·인문학은 47.7%, 사회과학은 61.2%였다.

특히 IT·공학 전공자는 이보다 높은 65%가 한국에 정착하기를 원했다. 3명 중 2명이 한국에 살고 싶어하는 셈이다. IT·공학 전공자 중 한국에 정착하고 싶다는 응답은 2017년에는 33%, 2020년에는 50%였으나 수년 만에 크게 높아졌다.

반면 본국으로 귀국하고 싶다는 외국인 유학생은 ‘본국에 좋은 일자리를 구할 기회가 많아서’(17.5%), ‘한국에서 취업이 힘들어서’(9.5%) 등을 이유로 꼽았다. 노동연구원 황지영 연구원은 “외국인 유학생은 일자리와 생활 여건 문제로 귀국을 결심한다”며 “더 많은 외국인 인재를 유치하고 정주하게 하려면 생활 여건 개선과 노동시장 유입 지원 정책 확대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손민균

◇국내 기업, 외국인 유학생 채용 늘려

최근 국내 기업도 외국인 유학생 인재 채용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SDS,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에피스,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삼성물산 등 삼성그룹 계열사들은 작년 하반기와 올해 상반기 ‘연구개발(R&D) 분야 외국인 경력사원 채용’을 실시했다. 석·박사를 경력으로 인정해주는 전형으로, 국내 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외국인 유학생 출신 R&D 인력을 내국인과 분리된 전형으로 뽑는 것이다. 국내 대학에서 한국어 수업을 들을 수 있는 수준인 한국어능력시험(TOPIK) 3급 이상의 한국어 능력도 요구한다.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시스템 최적화 기술, 신경망처리장치(NPU) 아키텍처 업무, 파운드리 수율 분석, 팹 공정 설비 기술, 글로벌 법인 환경 대응 전략 등의 일을 할 인재를 뽑는다.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은 시스템 소프트웨어(SW) 개발, 디스플레이 모듈 등 회로개발, 로봇 기구 설계·검증 등의 직무에서 인재를 뽑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회사에 이미 많은 외국인 직원이 일하고 있다. 해외에서 뽑아 모시고 온 인재도 많고, 국내 대학 유학생도 뽑아 왔다”며 “별도로 채용공고를 내면 외국인 유학생들이 더 많이 관심을 갖게 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은 외국인 유학생을 R&D에 활용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와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KOITA)가 국내 3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3개 기업(24%)이 외국인 연구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 채용 이유는 내국인 인력 부족과 해외시장 진출 업무 활용 등이 꼽혔다. 채용한 외국인 중 유학생 출신은 평균 0.7명이었다. 채용한 외국 인력 전공은 전기·전자·컴퓨터가 52%였고, 화학·생명과학·환경이 21%로 나타났다. 외국인 연구 인력을 채용하고 있지 않은 기업의 60%는 향후 채용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정부, 외국인 석·박사 인력 유치 확대

외국인 유학생 인재 활용은 인구감소에 대응해 정부가 추진하는 주요한 정책 중 하나다. 정부는 지난 20일 발표한 ‘외국인력의 합리적 관리방안’에 이공계 특성화기관 석·박사 취득자가 총장 추천서를 받으면 취업 조건 없이 거주(F-2) 비자를 주고, 연구 실적이 우수하면 영주나 귀화를 허가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한편 한국은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다문화·다인종 국가가 됐다.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은 260만3000명으로, 국내 총 인구 5130만3000명의 5.1% 수준이다. 작년 말 국내 체류 외국인은 250만8000명으로 국내 총 인구의 4.9%였는데, 4개월 만에 10만명 가까이 늘었다. OECD는 이주배경인구가 총 인구의 5%를 넘으면 다문화·다인종 국가로 분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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