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 이어 KB대출금리도 2%대…이달만 4.4조 뛴 가계대출 불붙나
5대은행 올해 가계대출 2.2%↑, GDP 성장률에 근접…하반기 대출문턱↑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한지훈 민선희 기자 = 기준금리 인하 기대로 최근 시장금리가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주요 시중은행들의 대출금리 하단이 속속 2%대까지 내려앉고 있다.
약 3년 전 금리 수준으로, 대출자 입장에서는 5억원을 빌렸을 때 작년 말보다 연 원리금 상환액이 수백만원 줄어든 상태다.
따라서 자칫 기준금리 인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도 전에 디레버리징(차입 축소·상환)은 끝나고 차입 투자 열풍이 다시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이달 들어 20일 만에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은 이미 4조원 이상 또 불었다.
은행채 금리 급락에 한달 보름새 대출금리 하단 0.54%p '뚝'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21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2.940∼5.445% 수준이다. 약 한 달 보름 전 5월 3일(연 3.480∼5.868%)과 비교해 상단이 0.423%포인트(p), 하단이 0.540%나 낮아졌다.
같은 기간 혼합형 금리의 주요 지표인 은행채 5년물 금리가 3.895%에서 3.454%로 0.441%p 급락했기 때문이다.
신용대출 금리(1등급·만기 1년)도 연 4.330∼6.330%에서 4.160∼6.160%로 상·하단이 0.170p씩 떨어졌다. 지표 금리인 은행채 1년물의 낙폭(-0.172%p)과 거의 같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미국과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둔화, 정부의 언급 등으로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시장금리도 인하를 미리 반영해 박스권을 이탈하고 연 저점에 이르렀다"며 "따라서 은행채 5년물을 따르는 주택담보대출 혼합형 금리도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2%대의 주택담보대출 최저 금리는 약 3년 만에 다시 찾아온 금융 환경이다.
앞서 19일 신한은행 주택담보대출 상품(신한주택대출)의 5년 고정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아파트·주택구입) 하단이 2.98%를 기록했고, 20일 2.95%를 거쳐 21일 2.94%까지 더 떨어졌다.
이번 주 KB국민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5년 고정금리+변동금리) 금리와 주기형 고정금리도 2%대(2.99%)에 진입한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은행채 5년물 금리 변동을 매주 월요일 주택담보대출 혼합형·주기형 금리에 반영한다"며 "지난주 3.09%였던 혼합형·주기형 금리 하단에 은행채 금리 하락분(0.10%p)을 빼면 이번 주 월요일(24일)부터 2.99%의 최저 금리가 적용된다"고 밝혔다.
2%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는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내부 시계열 통계에서 각 2021년 8월 말(2.92%) 이후 약 2년 10개월만, 2021년 3월 4일(2.96%) 이후 약 3년 3개월 만에 처음이다.
4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취급액 코픽스 연동·연 3.740∼6.732%) 역시 상단과 하단이 한 달 보름 전보다 각 0.110%p, 0.106%p 떨어졌다. 구조적으로 시장금리 하락이 예금 금리 등을 거쳐 변동금리 지표인 코픽스에 시차를 두고 반영되기 때문이다.
반년 새 5억 대출 연 원리금 2천791만원→2천411만원
작년 말과 비교하면 대출 금리 하락 폭은 더 크고, 그만큼 대출자의 원리금 상환 부담도 뚜렷하게 줄었다.
A 은행의 내부 분석에 따르면, 작년 말 5억원의 주택담보대출(주택구입자금·코픽스 기준 6개월 주기 변동금리·대출기간 40년)을 받은 대출자의 연 원리금 상환 총액은 2천790만6천319원(원금 1천250만원+이자 1천540만6천319원)에 이르렀다.
당시 4.74%였던 변동금리를 적용한 결과로, 월 납입금은 232만5천527원 수준이다.
하지만 지금 같은 5억원을 6개월 주기 변동금리로 빌리면, 갚아야 할 연 원리금 총액과 월 납입금은 각 2천411만4천913원, 200만9천576원으로 작년 말과 비교해 각 379만1천406만원, 31만5천950원씩 줄어든다.
불과 6개월여 사이 변동금리가 4.74%에서 3.74%로 1%p나 낮아졌기 때문이다.
혼합형(5년 고정금리+변동금리) 금리 역시 같은 기간 3.38%에서 2.99%로 떨어진 만큼, 대출자의 연 원리금 상환액과 월 납입금도 136만9천120원(2천281만3천620원-2천144만4천500원), 11만4천93원(190만1천135원-178만7천42원)씩 감소했다.
5대 은행 중 3곳, 가계대출 증가율 2.5% 넘어…3.6%까지
금리 하락으로 대출 상환 부담을 덜 수 있는 것은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다행이지만, 주택 거래 회복세와 맞물려 가계대출이 다시 튈 수 있다는 점은 전체 경제·금융 안정성 차원에서 걱정거리다.
20일 현재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07조6천362억원으로 5월 말(703조2천308억원)보다 4조4천54억원 더 늘었다.
4월 이후 3개월째 증가세일 뿐 아니라, 이달 들어 20일 만에 이미 4월 전체 증가 폭(+4조4천346억원)에 육박하고 5월(+5조2천278억원)과 차이가 8천억원에 불과하다.
가계대출 종류별로는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이 20일까지 각 3조6천802억원, 7천330억원 불었다.
금융 당국은 최근 가계부채 점검 회의 등에서 주요 은행에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이내 가계대출 증가 관리'를 당부했는데, 지금까지 5대 은행의 증가율은 2.2%(작년 말 692조4천94억원→707조6천362억원) 수준이다.
상반기조차 다 지나지 않았지만 이미 한국은행의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2.5%)에 거의 근접한 상태다.
특히 개별 은행 가운데 3곳은 올해 들어 가계대출 증가율이 각 3.58%, 2.66%, 2.63%로 이미 2.5%를 훌쩍 넘어섰다.
따라서 이들 은행은 조만간 하반기부터 가산금리 인상이나 대출 한도 축소 등을 통해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으로 최대 연 원리금 상환액은 정해진 상태에서, 대출 금리가 낮아지면 그만큼 대출을 더 받을 수 있게 된다"며 "여기에 집값까지 오르는 추세가 더 뚜렷해지면 금리 하락의 대출 수요 확대 효과는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역시 최근 '향후 통화정책 운용의 주요 리스크' 보고서에서 "정책금융 확대와 주택담보대출 금리 하락 등으로 금융권 가계대출이 지난 4월 증가세로 돌아섰는데, 앞으로 피벗(통화정책 전환)이 주택가격 상승 기대를 자극하면서 가계부채 증가를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며 너무 이른 금리 인하가 가계부채와 부동산 불씨를 되살릴 위험을 경고했다.
shk99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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