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90년대 젤리 슈즈, 하이 패션에 초대되다
80~90년대 여름을 점령했던 젤리 슈즈. 몇 년 전부터 트렌드 귀환을 예고하더니, 이번 여름 화려한 컴백쇼를 펼치고 있다. 젤리 슈즈의 하이 패션계 정식 복귀를 선포해준 건, 파리에서 열린 더 로우(The Row)의 2024년 프리 폴 컬렉션이다. 특유의 고요하고 서정적인 클래식과 미니멀리즘으로 가득했던, 더 로우의 컬렉션을 입은 모델들의 발에는 추억의 젤리 슈즈가 신겨 있었다.
런웨이에 올려진 4가지 컬러웨이의 젤리 슈즈 ‘마라 플랫 바이닐’은 대부분 품절됐고, 패션 인플루언서들의 SNS에 앞다투어 등장했다. 또한 더 로우는 젤리 슈즈가 80~90년대와 같이 화려한 Y2K 룩이나 수영복과 비치 패션만을 위한 슈즈가 아님을 보여주었다. 젤리 슈즈가 우아한 클래식 룩과 매치될 수 있음을 증명했고, 패션 인플루언서들도 클래식 팬츠와 드레스 등과 더 로우의 ‘마라 플랫 바이닐’을 스타일링한 룩을 자신들의 SNS를 통해 제시했다.
@style.analytics를 운영하는 데이터 분석가 몰리 루야커스(Molly Rooyakkers)에 따르면, 구글의 젤리 슈즈 검색량이 100% 이상 증가했으며, 젤리 슈즈에 대한 핀터레스트(Pinterest) 검색은 지난 해 보다 미국에서31%, 영국에서 28% 증가했다. 그리고 제니퍼 로렌스, 블레이크 라이블리, 테일러 스위프트, 리사와 같은 셀렙들이 젤리 슈즈를 일상에서 즐기는 모습이 포착됐다.
젤리 슈즈의 이야기는 PVC 플라스틱이 발명되어 일상을 점령하기 시작한 1940-50년대로 거슬러 간다. 당시 수많은 디자이너와 창작자들은 샤워 커튼부터 가구까지 이 혁신적인 소재의 잠재적인 응용 분야를 탐험했다. 젤리 슈즈는 긴 전쟁으로 가죽과 같은 재료가 부족해진 시대에 가죽 슈즈를 대신할 저렴한 옵션이었다. 플라스틱 한 장으로 제작되어 틀에 주입된 후 냉각되었으며, 가죽으로 제작됐던 피셔맨 샌들 스타일로 디자인됐다. 가죽 신발에 대한 가볍고 저렴한 대안으로 여성과 소녀들에게 판매됐던 플라스틱 피셔맨 샌들은 1980년대 호주, 유럽, 남미에서 미국까지 퍼져 나갔다.
젤리 슈즈가 하이 패션에 입성하며, 디자인과 컬러 모두 놀랍도록 다양해지고 고급화 됐다. 에르메스의 젤리 슈즈 ‘에제리’와 ‘아일랜드’ 샌들은 품절 사태를 일으켜 국내에서는 구하기 힘들어져, 중고나 해외 원정 구매를 하고 있다. 특히 럭셔리 브랜드에선 하이 힐 펌프스의 드레시 슈즈 라인까지 플라스틱 소재의 ‘메이드 인 이태리’ 젤리 슈즈를 선보이고 있다.
지난 여름만 해도 레인 부츠와 함께 장마 필수 패션 아이템으로 사랑 받았던 젤리 슈즈. 이젠 비 오는 날이나 맑은 날 모두 즐길 수 있으며, 해변과 수영장에서의 휴양지 룩부터 클래식 룩과 이브닝 드레스까지 매치되는 패션 슈즈가 됐다. 이번 여름부터 초가을까지, 젤리 슈즈의 드라마틱한 매력에 빠져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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