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7.6cm 희귀암 자라고 있는데"...8개월간 편두통으로 오진, 무슨 일?

정은지 2024. 6. 22.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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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 암 뇌실질종 7.6 cm 자라날 때까지 몰랐다...편두통으로 오진해 휴대폰 하지 말라는 권유만
희귀 뇌종양의 증상이 단순 편두통으로 치부돼 '어두운 곳에서휴대폰을 사용하지 말라'는 치료 권고만 받아 왔다는 10대 소년의 사연이 공유됐다. 뇌암으로 인해 머리가 솟아 오르는 상태를 보이고 있다. [사진=영국 데일리메일 보도 갈무리]

희귀 뇌종양의 증상이 단순 편두통으로 치부돼 '어두운 곳에서휴대폰을 사용하지 말라'는 치료 권고만 받아 왔다는 10대 소년의 사연이 공유됐다. 뇌암 전문의를 찾는 것도 마땅치 않아 부모는 애가 타고 있는 상황. 현재 부모는 뇌종양 뇌실질종에 대해 전문적으로 치료나 수술을 제공할 수 있는 의료진을 간곡히 찾고 있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최근 보도에 따르면 에식스의 벤플리트에 사는 오스카 페어스는 14세 이하 축구단에서 선수로 뛰는 건강한 10대였다. 2022년 14살이 된 그는 갑자기 공황 발작과 심한 두통, 심장이 두근거리는 증상을 겪기 시작했다.

걱정이 된 엄마 나탈리는 오스카를 일반의에게 데려갔다. 병원에서는 오스카의 문제가 정신건강과 관련이 있다며 상담을 받으라고 권유했다. 8개월에 걸친 추가 진료에서 오스카의 증상이 두통 때문이라는 진단을 내놨다. 어두운 곳에서 휴대폰 사용을 중단하라는 권유도 받았다.

나탈리에 따르면 오스카가 처음 가슴 두근거림과 마비 증상을 경험하기 시작해 의사에게 갔을 때 그저 '불안한지'만 물었다. 당시 또 그런 증상이 생기면 데려오라는 말을 들었을 뿐이었다. 몇 주 후 오스카가 계단을 오르다가 공황 발작을 겪었을 때도 의료진이 정신 건강 관련 문제로 치부했다는 것이 나탈리의 주장이다. 지난 5월에만 5~6번의 특이 증상을 보고했는데도 MRI뇌 촬영을 받을 수 없었다.

이후 다시 증상이 심해진 오스카를 응급실로 데려갔고 드디어 MRI 스캔을 받을 수 있었다. 그 결과, 뇌와 척추에 영향을 미치는 희귀 암인 뇌실질종으로 알려진 3인치(7.62cm) 종양이 발견됐다.최종 진단에 따르면 오스카의 종양은 최소 2년전부터 머릿속에 자라고 있었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나탈리는 "오스카의 종양을 정신 건강과 편두통으로만 진단돼 적정한 치료를 받지 못했던 8개월 동안 누군가는 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탈리는 "외과의와 소아암 전문의, 방사선 전문의는 물론이고 화학 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어디서 받을 수 있겠느냐"며 "NHS가 있다는 사실에 감사해야 하지만, 전문가인 그들이 8개월이나 걸린 것은 가슴이 아프다"고 덧붙였다.

오스카는 머리에 생긴 종양을 제거하기 위해 7번의 수술을 받았지만 결국 가족은 완화 치료를 준비하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 다행히 화학 요법과 방사선 치료를 통해 종양이 줄어들었고 임상 시험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2주에 한 번씩 픽 라인을 몸에 주입하고 4개월 동안 포트를 통해 몸속으로 화학 요법을 시행했다. MRI 검사 결과 1월 이후 큰 변화가 없었다. 이에 따라 방사선 치료 의사와 다시 논의해 현재 30일 동안 54볼트의 방사선을 투여하고 있다

한편 영국에서는 매년 50명 미만, 미국에서는 약 200명의 어린이가 뇌실질종에 걸린다고 보고된다. 일반적으로 생존율은 높으며, 환자의 60% 이상이 5년 후에도 생존한다. 뇌실질종은 뇌와 척수의 체액으로 채워진 부위를 감싸고 있는 뇌실질 세포에서 시작된다. 증상으로는 구토, 발작, 머리 둘레 증가 등이 있다. 일부 어린이는 뇌실종 진단을 받기 전에 몇 주 또는 몇 달 동안 증상이 나타날 수 있지만 다른 덜 심각한 질병으로 오인될 수 있다.

뇌실질종은 뇌종양의 3~10%정도로 발병하며 어린이에게 가장 큰 암 사망 원인이다. 뇌에서 발견되는 암세포와 조직으로 구성된 일종의 뇌종양으로, 뇌실질세포라고도 한다. 이 세포는 뇌 안팎의 체액으로 채워진 공간에서 발견되며 척수액을 생성하는 역할을 한다. 해당 종양은 드문 형태이지만 한번 생기면 자라는 속도가 빠르다. 미국에서는 매년 약 200건, 영국에서는 50건 미만의 사례가 진단된다. 평균 진단 연령은 5세이며, 진단의 4분의 1 이상이 2세 이전에 발생한다.

어린이는 일반적으로 방사선 치료만 받을 수 있으며, 보호 혈뇌 장벽을 통과할 수 있는 약물이 거의 없기 때문에 화학 요법은 잘 시행되지 않는다. 골수 고갈 및 두개골 손상과 같은 부작용의 위험도 있다.

대부분의 경우 종양은 크기가 작고 증상이 거의 또는 전혀 나타나지 않지만 심한 경우 다음과 같은 다양한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균형 감각 상실(운동 실조증) △말하기 문제(구음 장애) △삼키기 어려움(연하 곤란) △지나치게 서투른 움직임(이상운동증) △머리가 비틀어지거나 기울어진 것처럼 보이는 경우(사경 또는 일자목)등을 보일 수 있다.

뇌종양 연구소의 연구, 정책 및 혁신 책임자인 카렌 노블 박사는 "오스카 같은 소년을 위한 치료제와 임상시험이 만성적으로 부족하다. 뇌종양 치료에 있어 모든 환자에게 적합한 치료법은 없다. 오스카의 부모처럼 많은 부모들이 현재 영국에서 가능한 치료법을 모두 시도해보고도 소용없게 되면 해외로 눈을 돌리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적절한 연구 자금이 마련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은지 기자 (jeje@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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