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극우정당 대표 "푸틴, 서방 도발로 우크라 침공"…수낵 "英안보에 위험"(종합)
[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극우 성향 영국개혁당의 나이절 패라지 대표가 서방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도발한 것처럼 비난했다고 AP 통신, BBC 등 외신들이 2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7월4일 총선에서 영국 집권 보수당으로부터 유권자들을 끌어내려는 패라지 영국개혁당 대표는 전날 저녁 방송된 BBC TV 인터뷰에서 지난 수십년 동안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 유럽연합(EU)의 동쪽으로의 확장과 침략 사이의 연관성을 언급했다.
패라지 대표는 자신이 유럽의회 의원 시절인 2014년 우크라이나에서의 잠재적인 전쟁 가능성을 경고했다고 주장하면서 "우리가 이 전쟁을 도발했다"고 말했다. 그의 경고가 러시아가 2014년 2월에 우크라이나로부터 크림 반도를 합병하기 전인지, 이후인지는 불분명하다고 AP가 전했다.
패라지 대표는 "나토와 유럽연합의 동쪽으로의 확장은 이 사람(푸틴)이 러시아 국민에게 '그들이 다시 우리한테 오고 있다'고 말하고 전쟁에 나설 이유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했다"며 "물론 그것은 그의 잘못이다. 그는 우리가 한 일을 핑계로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서방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도발했다는 패라지 대표의 주장은 영국 정치권 전반에 걸쳐 폭넓은 비판에 직면했다. 정치인들은 그의 발언을 혹평했고, 많은 사람들이 패라지 대표를 '푸틴 옹호자'라고 불렀다.
집권 보수당의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패라지 대표에 대해 서방이 푸틴 대통령을 자극해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을 시작했다고 말하는 것은 "완전히 틀렸다"고 지적했다.
수낵 총리는 "이 사람(나이절 패라지)은 영국의 거리에 신경가스를 배치하고 북한 같은 나라와 거래를 하는 사람"이라고 힐난했다. 수낵 총리는 또 "이런 종류의 유화책은 푸틴을 더욱 대담하게 만들 뿐, 영국의 안보와 우리에게 의존하고 있는 동맹국들의 안보에 위험하다"고 했다.
AP는 수낵 총리를 포함한 많은 보수당원들은 비록 패라지 대표가 영국 의회의 현역 의원은 아니지만, 2016년 영국의 EU 탈퇴 투표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 그를 지나치게 비판하는 것을 자제해 왔다고 보도했다.
많은 보수당원들의 걱정은 패라지 대표를 너무 많이 공격하면 이민이나 브렉시트 같은 문제에 대한 그의 강경한 수사에 공감하는 많은 보수당 유권자들을 더욱 멀어지게 할 것이라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한다. 보수당원들은 영국 전역의 많은 선거구에서 유권자들이 영국개혁당에 투표하면 야당인 노동당이 총선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수당 의원직을 사임한 벤 월리스 전 영국 국방장관은 BBC 라디오에 "나이절 패라지는 종종 '내가 나라를 운영하고 있었다'라고 말하고 실제로 21세기에는 복잡한 문제에 대해 매우 단순한 대답을 제시한다"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총선 후 차기 총리가 될 것으로 유력시되고 있는 중도좌파 성향의 노동당 키어 스타머 대표는 패라지 대표의 발언을 두고 "불명예스럽다"고 비난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략에 대해 "전적인 책임은 푸틴에게 있다"고 덧붙였다.
스타머 노동당 대표는 노동당이 항상 우크라이나를 지지해 왔으며 이것이 의회 전체에서 단결된 입장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회에 출마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러시아가 침략자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며 "의회의 대표가 되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전장에서의 러시아의 공격이든 온라인에서의 공격이든 우리가 그 공격에 반대한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했다.
이번 총선은 영국개혁당이 치르는 첫 번째 총선이며, 6월 초 패라지 대표가 자신이 당을 이끌고 영국 남동부 클랙턴에서 의석을 놓고 경쟁할 것이라고 말한 이후 여론 조사에서 상승세를 누렸다. 영국개혁당이 많은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지는 않지만 패라지 대표는 현재 경선에서 승리하고 7번의 시도 끝에 마침내 의회에 진출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AP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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