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EU 관세에 보복 예고 "모든 조치"…독일 "러 지원말라"(종합2보)
하베크 "EU의 문, 中과 관세 논의에 열려 있어…11월까지는 시간 있어"
(서울=연합뉴스) 홍제성 기자 =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부총리 겸 경제기후보호부 장관의 방중을 계기로 중국과 독일이 22일 고위급 회담을 통해 최근 유럽연합(EU)에 판매되는 중국 전기차에 대한 EU의 고율관세 부과 문제 등을 논의했지만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전날 방한을 마치고 중국에 도착한 하베크 부총리는 이날 오전 베이징에서 정산제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주임과 공동으로 중국 독일 간 기후변화 녹색전환에 관한 제1차 고위급 대화를 주재했다.
하베크 부총리는 EU가 중국 전기차에 대해 최대 48%에 이르는 관세 인상 계획을 발표한 이후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한 유럽 고위급 관료다.
이 자리에서 중국은 EU 관세 부과의 부당성을 지적하면서 중국 정부가 단호한 대응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정산제 주임은 "EU의 중국 전기차에 대한 관세 인상은 남에게 해를 끼칠 뿐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중국은 중국기업의 합법적인 권익 보호를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중국 신에너지 산업 발전은 기술, 시장, 산업 시스템 등 포괄적 우위의 결과"라면서 "외국 브랜드들도 '보조금' 때문이 아니라 중국의 우수한 시스템과 숙련된 노동시장 등의 이유로 대중국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독일이 EU 내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고 올바른 일을 하기를 기대한다"고 촉구했다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이에 대해 하베크 부총리는 고위급 대화 개막식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중국이 러시아를 지원하는 것이 베를린과 베이징 간의 경제 관계를 악화시키는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보도했다.
그는 이어 EU의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 부과와 관련, "미국, 튀르키예, 브라질이 부과한 것처럼 포괄적이고 징벌적 부과금이 아니라 9개월 동안 면밀히 검토된 차별화된 관세"라며 불가피성을 강조하면서 EU가 중국과 대화할 의향이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독일은 유럽 최대의 자동차 생산국으로서 EU의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 부과 결정에 상대적으로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해 왔다.
하베크 부총리는 중국 관리들과 회담에서 이 같은 독일의 입장을 강조하면서 EU의 관세 부과 조치로 자국 업체들이 입게 될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에도 초점을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하베크 부총리는 자국 업체에 대한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 문제도 지적했다.
독일 dpa통신에 따르면 그는 무역 장벽과 시장 봉쇄뿐만 아니라 자국 기업을 국가가 편애함으로써 이뤄지는 불공정 경쟁에 대해서도 중국 측에 경고했다.
그는 이날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과 진좡룽 공업정보화부 부장 등을 비롯한 중국 경제·산업 분야 고위 관료들과도 회담했다.
하베크 부총리는 베이징 방문을 마치고 상하이에 도착해 발표한 성명에서 중국 관료들에게 "EU의 문은 중국 수출품에 대한 관세 문제 논의를 위해 열려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EU의 이번 관세 부과 조치는 내달 4일부터 적용되지만, 완전히 확정되려면 오는 11월까지 27개 회원국의 가중다수결 투표(EU의 의사결정방식으로, 1국 1표가 아닌 회원국의 인구 또는 영향력을 감안해 회원국마다 다르게 할당된 투표수를 합산해 가부를 결정하는 투표)를에서 가결돼야 한다.
이와 관련, 하베크 부총리는 성명을 통해 "11월까지는 EU와 중국이 논의할 시간이 있다"며 "협상이 가능한 국면이 열리게 되면 토론과 대화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왕원타오 부장은 하베크 부총리와의 회담에서 EU의 관세 부과의 부당성을 지적하면서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발디스 돔브로우스키스 EU 통상 담당 수석 부집행위원장과 곧 화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중국 매체 보도에 따르면 왕 부장은 "중국은 EU와 협상 채널의 조속한 가동을 원한다"면서도 "EU가 계속 관세를 고집한다면 필요한 모든 조치로 우리 이익 보호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하베크 부총리의 이번 방중 기간 독일 측이 원했던 리창 중국 총리와의 회동은 이뤄지지 않았다.
관영 중국중앙(CC)TV는 이날 메인뉴스를 통해 양국간 제1차 고위급 대화 개최 소식을 전하면서 기후변화 등에 관한 지방자치단체 간 협력강화, 산업분야 탄소 감축을 위한 태스크포스(TF) 출범 등 5개 분야에서 합의를 이뤘다고 보도했지만, 관세 갈등 등의 의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지난 21일 방중한 하베크 부총리는 베이징에 이어 상하이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23일 출국할 예정이다.
j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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