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극우 대표 "나토·EU, 우크라전 촉발"…수낵 "푸틴에 놀아나"(종합)

김지연 2024. 6. 22.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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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조기 총선을 앞두고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극우 성향 영국개혁당 대표가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의 확장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촉발한 요인이라고 주장해 논란을 촉발했다.

나이절 패라지 영국개혁당 대표는 21일(현지시간) 방영된 영국 BBC 방송 인터뷰에서 "나토와 EU가 계속 동쪽으로 확장하는 것이 그(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가 러시아 국민에게 '그들이 다시 우리를 노리고 있다'고 말하고 전쟁을 일으킬 명분을 줬다는 점이 명백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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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푸틴에 있지만…우리가 전쟁 명분 제공" 주장
총선 앞 정치권 시끌…노동당 스타머 "역겹고 부끄러운 발언"
나이절 패라지 영국개혁당 대표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런던=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김지연 특파원 = 영국 조기 총선을 앞두고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극우 성향 영국개혁당 대표가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의 확장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촉발한 요인이라고 주장해 논란을 촉발했다.

나이절 패라지 영국개혁당 대표는 21일(현지시간) 방영된 영국 BBC 방송 인터뷰에서 "나토와 EU가 계속 동쪽으로 확장하는 것이 그(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가 러시아 국민에게 '그들이 다시 우리를 노리고 있다'고 말하고 전쟁을 일으킬 명분을 줬다는 점이 명백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언급은 패라지 대표가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2022년 2월 소셜미디어(SNS) 게시글을 통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EU와 나토 확장의 결과"라고 주장한 데 대한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패라지 대표는 그런 이야기를 했다는 이유로 모두가 자신을 '왕따' 취급했지만 "영국 정가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한 사람은 오직 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전쟁을 유발했다"며 "물론 잘못은 그(푸틴)에게 있고, 그는 우리가 한 일을 핑계로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EU와 나토는 1990년대부터 폴란드, 헝가리 등 동유럽 국가들을 받아들이며 회원국 수를 확대해왔다.

패라지 대표는 또 푸틴 대통령을 가장 존경하는 세계 지도자로 꼽은 자신의 2014년 발언에 대해선 "나는 인간적으로는 그를 싫어하지만 그가 러시아 국가 운영을 장악했기 때문에 정치 집행자로서 그를 존경한다고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BBC와 인터뷰하는 나이절 패라지 영국개혁당 대표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패라지 대표의 발언을 두고 총선을 앞둔 영국 정치권에서는 비판이 쏟아졌다.

집권 보수당의 리시 수낵 총리는 이날 유세 중 패라지 대표의 언급에 관한 질문을 받자 "완전히 틀렸고 푸틴 손에 놀아나는 것"이라고 취재진에게 말했다.

그는 "이 사람(푸틴)은 영국 거리에서 신경작용제를 쓰고 북한 같은 나라들과 거래한다"며 "이런 미화는 영국과 우리에게 의지하는 동맹국들의 안보에 위험하며 푸틴을 대담하게 만들 뿐"이라고 강조했다.

신경작용제는 전 러시아 군사정보국 장교인 세르게이 스크리팔이 영국에서 2018년 3월 딸 율리아와 함께 신경작용제 노비초크에 중독됐다 목숨을 건진 사건을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크렘린궁은 이 사건 배후에 있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노동당의 키어 스타머 대표도 유세 현장에서 만난 기자들에게 "역겹고 수치스러운 발언"이라며 "(총선에서 당선돼) 의회에 나설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러시아가 침략국임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쟁) 책임은 푸틴에 있다. 전장에서도, 온라인에서도 보이는 일"이라며 "우리는 이 사안에 대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들과 함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동당 대변인 존 힐리도 이런 발언으로 패라지 대표가 "의회에서 진지하게 당을 이끄는 것은 물론 어떤 공직에도 적합하지 않게 됐다"고 비판했다.

패라지 대표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국민투표 과정에서 영국 극우 포퓰리즘 세력의 '스타'로 떠오른 인물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우군 역할을 자처하면서 '영국판 트럼프'로 불렸다.

그는 내달 4일 총선을 앞두고 보수당과 노동당을 싸잡아 비난하며 기성정당에 염증을 느끼는 유권자의 표심을 공략하고 있다.

지난 13일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영국개혁당이 지지율 19%로 보수당(18%)을 앞섰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hrseo@yna.co.kr,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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