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있는 경쟁” vs “완전한 승리”… 결 다른 中 견제 방식 [세계는 지금]
美 외교 도전 과제… “中 견제” 한목소리
민주·공화 정강정책선 큰 차이 없지만
中 문제 대응 방법론 차이·입장 다변화
공화, 봉쇄정책으로 中 체제 변화 유도
민주, 지역 동맹국들과 파트너십 강조
대선 앞두고 정쟁화 대상 삼는 측면도
트럼프 재선 땐 對中정책 강경해질 듯
“한국에 中 때리기 동참 요구할 가능성”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2020년 출범과 동시에 중국을 견제하는 인도태평양전략을 외교정책의 전면에 내걸었듯이 미국에 가장 중요한 외교적 도전과제는 중국이다. 바이든 행정부 3년 반, 직전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4년간 두 행정부 모두 중국과 공급망을 분리하고 미국의 기술 유출을 경계하며, 대만과 남중국해 등에서 중국의 무력 증강에 경고의 목소리를 내왔다.
대선을 앞두고 정쟁화되는 측면도 있지만, 현시점 세계에서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미·중 경쟁이 지속할수록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 간 논쟁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11월 대선에서 맞붙는 바이든 대통령 측과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중국을 바라보는 시각을 분석했다.
일반적으로는 공화당과 민주당 간 대중정책에서 공화당이 더 강경한 노선을 취한다고 알려져 있다. 2021년 시카고글로벌위원회의 미국인 대외 인식 조사에 따르면 공화당 성향 미국인의 42%는 중국을 적으로 생각하지만, 17%의 민주당 성향 미국인만 중국을 적으로 규정했다. 공화당 성향의 67%는 중국을 견제하는 것이 미국 대외정책의 주요 목표가 돼야 한다고 봤으며 민주당 성향의 39%만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두 당 모두 2000년대 이후 각자의 수준에서 대중 견제 수위를 높여왔다. 7월 밀워키 공화당 전당대회와 8월 시카고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각 당이 채택할 정강정책의 내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의 정강정책을 보면 사실상 대중정책에서 두 당의 차이는 크지 않다. 2020년 공화당 정강정책에는 중국의 인권 침해, 남중국해에서의 군사 확장, 불공정한 무역 관행에 대한 우려가 나타나 있다. 같은 해 민주당 정강정책에서도 불공정 무역 관행, 홍콩과 신장 위구르 지역에서의 인권 침해, 중국의 기술적 우위와 군사력 확장에 대한 저지 등이 비슷하게 담겨 있다. 다만 민주당 정강정책에서는 중국 문제에 대응하는 데 동맹국들과의 협력을 강조한다는 점이 공화당과 다소 다르다.
전문가들은 그럼에도 양당이 역사적으로 발전시켜온 대중정책의 결의 차이는 분명히 있다고 말한다.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미국 정치 전공)는 18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미국 정치가 양극화돼 있어도 외교정책에는 초당파적으로 대처한다는 이해가 있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고 본다”며 “심지어 공화당과 민주당 내에서도 (대중정책에서) 여러 층위가 있다”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정치에 등장한 이래 정당 간, 혹은 정당 내부에서도 대중정책과 미국의 대외정책 전반에 대한 입장이 다변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당의 대중정책에 차이가 있다면 결국 방법론의 차이다. 이는 미국이 중국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견해차로 귀결된다.
트럼프 전 행정부에서 일한 매슈 포틴저 전 백악관 국가안보부보좌관, 마이크 갤러거 전 미국 하원 미·중전략경쟁특위 위원장은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 5/6월호에 낸 기고문에서 “미국은 중국과의 경쟁을 관리해서는 안 된다. 승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바이든 행정부의 중국에 대한 ‘경쟁 관리’ 정책은 보다 큰 글로벌 안보를 희생양 삼는 것이며, 협력을 지향한다면서 사실상 현실 안주만을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중국에 대한 미국의 군사력을 끌어올리고, 서구 기술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완전히 차단하며, ‘데탕트’(긴장완화) 정책 대신 완전한 봉쇄 정책으로 중국의 ‘레짐 체인지’(정권 교체)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포틴저와 갤러거는 “1970년대 미국이 소련을 상대하기 위해 채택했던 신뢰할 수 없는 데탕트 정책처럼 현재 바이든의 방식은 중국 지도자의 협조를 얻지 못하고, 그들이 처벌 없이 세계를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는 신념을 강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매파 보수주의자들의 궁극적 목표인 중국의 체제 전환을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목표로 받아들일 것을 요구한 것이다.
지난 3월까지 바이든 행정부의 백악관 국가안보위원회 중국·대만 담당 선임 국장으로 일한 루시 도시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즉각 반박문을 내놨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는 미·중 경쟁이 미·소 경쟁과는 다르며, 미국이 중국의 정치 체제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이 제한된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중국의 체제 전환을 끌어낼 방법이 없다는 점을 인정하고 이에 맞춰 중국을 견제하되 대화를 이어가는 대중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해 1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재개하는 등 일관되게 ‘대화 있는 경쟁’ 기조를 이어온 것과 일맥상통한다.
도시 연구원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정책이 포틴저와 갤러거의 주장처럼 미·중 간의 양자 관계 관리나 미국이 원하는 중국 정부의 형태에 기초하지 않고, 미국의 보다 근본적인 외교 목표, 예를 들어 인도태평양 지역을 (중국) 패권으로부터 자유롭게 유지하는 것, 이 지역에서 미국의 경제·기술 리더십을 유지하는 것, 지역 민주주의를 유지하는 것 등으로 구성된다고 밝혔다. 도시 연구원에 따르면 이 같은 목표는 한국 같은 지역 동맹국들과의 파트너십을 통해서 이뤄질 수 있다.
다만 대선을 약 5개월 앞두고 벌어지는 대중정책 논쟁은 선거를 의식한 정쟁의 측면이 없지 않다. 공화당이나 트럼프 전 대통령 주변 인사들이 바이든 대통령이 대중정책에서 너무 유약하다는 점을 부각해 정치적 공격 대상으로 삼는다는 얘기다.
따라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돼도 공화당이 실제 대중정책에서 전격적인 변화를 추구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서정건 교수는 “미국은 경제적 이해관계에 민감한 나라”라며 “공화당을 움직이는 핵심 지지층인 농업주들이 중국 시장을 완전히 잃으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8년부터 ‘중국 때리기’를 지속하다가 선거를 앞둔 2020년에는 중국과 유화 국면으로 돌려세운 전례가 있다. 서 교수는 “공화당이나 민주당 모두 대중국 입장을 완전히 정리하지는 않았다”며 대선 이후 상황 변화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럼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했을 때 바이든 대통령보다 초기 대중정책에서 조금 더 강경하고, 거친 반응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한국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한국에 한·미·일 협력 같은 소다자 협력에 참여함으로써 미·중 경쟁에서 미국 진영에 동참하도록 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되면 요구하는 선택의 방법이 더욱 직접적이고 거칠 수 있다”며 “우리에게는 더 도전적인 상황이 올 수 있다”고 평가했다. 보다 직접적으로 중국 때리기에 동참할 것으로 요구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 주변 인사, 공화당계 인사들과 달리 트럼프 전 대통령 자신은 군사·전략적 측면보다는 관세 인상 등 경제적인 측면으로 중국을 견제하는데 더 관심이 있어 보이는 만큼 이 점 역시 주목해야 한다고 박 교수는 설명했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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