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구세주'로 떠오른 윌커슨 "시즌 끝까지 QS 행진 잇고 싶다"(종합)
[서울=뉴시스] 김희준 기자 = 롯데 자이언츠 외국인 투수 애런 윌커슨(35)이 5월 이후 꾸준한 모습을 이어가며 팀의 '구세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윌커슨은 22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신한 쏠뱅크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6피안타(1홈런) 1실점으로 쾌투를 펼쳤다.
윌커슨의 쾌투를 앞세운 롯데는 키움을 6-1로 꺾고 고척 7연패에서 벗어났다. 2연패의 사슬도 끊은 롯데는 31승째(2무 40패)를 수확, 7위 한화 이글스(32승 2무 39패)와 격차를 1경기로 좁혔다.
97개의 공으로 7이닝을 버틴 윌커슨은 삼진 5개를 잡았고, 볼넷은 2개를 내줬다. 3회말 장재영에게 좌월 솔로 홈런을 맞아 1실점한 것이 이날 옥에 티였다.
최고 시속 148㎞ 직구에 체인지업과 컷 패스트볼을 주무기 삼아 키움 타선을 요리했다. 슬라이더와 커브도 간간히 섞어던졌다.
1회말 2사 후 김혜성에게 2루타를 내준 윌커슨은 송성문을 삼진으로 처리하고 이닝을 끝냈다. 2회에도 안타와 희생번트로 1사 2루에 놓였으나 김건희, 이재상을 각각 삼진과 2루수 땅볼로 물리쳤다.
윌커슨은 3회말 선두타자 장재영에 좌월 솔로 홈런을 헌납했다. 지난달 초 타자 전향을 택한 장재영의 프로 데뷔 첫 홈런의 희생양이 됐다.
이주형을 중견수 플라이로 잡은 윌커슨은 로니 도슨에 몸에 맞는 공을 던졌으나 김혜성, 송성문을 외야 뜬공으로 처리했다.
4~5회 볼넷 1개만을 내준 윌커슨은 6회말 선두타자 김혜성에 안타를 허용했지만, 이후 세 타자를 모두 범타로 잡았다.
윌커슨은 7회말 선두타자 김건희에 내야안타를 맞았으나 김태진을 2루수 플라이로 처리한 뒤 장재영에 병살타를 유도했다.
8회말에도 마운드에 오른 윌커슨은 이주형에 안타를 맞았다. 그러자 롯데 벤치는 교체를 택했고, 윌커슨은 임무를 마쳤다.
지난해 대체 선수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윌커슨은 7승 2패 평균자책점 2.26으로 준수한 활약을 펼쳤고, 총액 95만달러(약 13억2100만원)에 재계약에 성공했다.
윌커슨은 시즌 초반에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허리 상태가 좋지 않은 탓에 밸런스가 흔들리면서 구속이 나오지 않았다.
4월까지 7경기에서 윌커슨은 1승 3패 평균자책점 5.12에 머물렀다.
하지만 5월부터 반전을 선보였다. 5월에 나선 5경기에서 3승(2패)을 거뒀고, 평균자책점 2.43을 거뒀다.
6월에는 한층 매서운 상승세를 자랑 중이다.
6월의 첫 등판이었던 이달 4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9이닝 동안 9개의 삼진을 솎아내며 5피안타 무실점으로 쾌투, 무사사구 완봉승을 달성했다. 올 시즌 10개 구단을 통틀어 1호 완봉승을 기록했다.
윌커슨은 9일 SSG 랜더스전에서 7⅔이닝 8피안타(1홈런) 7탈삼진 1볼넷 3실점으로 호투를 선보였고, 직전 등판인 16일 LG 트윈스전에서도 6이닝 9피안타 3실점(2자책점)으로 잘 던졌다.
윌커슨은 5월 4일 삼성전부터 이날까지 9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QS·선발 투수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써냈다.
연일 쾌투를 펼치는 윌커슨은 롯데에 구세주나 다름없다.
롯데는 현재 선발진에 공백을 안고 있다. 또 다른 외국인 투수 찰리 반즈가 왼쪽 허벅지 통증으로 지난달 27일 1군 엔트리에서 빠진 뒤 한 달 가까이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불펜진까지 헐겁다. 믿을만한 불펜 투수가 마무리 김원중 뿐이다.
구승민이 흔들리고 있고, 최준용과 최이준은 1군에 없다. 불펜에서 분투를 펼치던 신인 전미르도 난조를 보이다 결국 지난 17일 전력에서 이탈했다.
선발, 불펜진이 모두 헐거운 상황에서 긴 이닝을 버텨주며 쾌투하는 윌커슨의 존재는 단비와도 같다.
등판을 마치고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팬들의 함성을 들으며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던 윌커슨은 경기 후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운 투구였다. 팀의 연패를 끊고 연승으로 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좋다"며 "팬들이 이름을 연호해줘서 너무 좋았다. 최고의 팬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삼진보다 빨리 아웃카운트를 잡는데 집중하고 있다. 그러면 더 긴 이닝을 던질 수 있고, 불펜도 아낄 수 있다"며 "우리 팀이 원정 9연전을 하면서 체력적으로 힘들 수 있는 상황이다. 내가 긴 이닝을 던지면서 불펜을 아낀 것이 팀에 도움이 된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윌커슨은 올 시즌 볼넷이 눈에 띄게 적다. 101⅔이닝을 던지면서 87개의 삼진을 잡은 반면 볼넷은 13개만 내줬다.
이날 볼넷 2개를 내준 윌커슨은 "홈런을 허용한 것 만큼이나 아쉬웠다"고 전했다.
지난해 한 인터뷰에서 "비거리 8000m로 날아가는 홈런을 맞는 것이 볼넷을 내주는 것보다 낫다"고 했던 윌커슨은 "지금도 그 생각은 같다. 출루를 허용하면 재앙이 시작되는데, 재앙의 시작을 공짜로 주기는 싫다"며 "타자들이 출루는 스스로 얻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장재영에게 홈런을 허용한 것에 대해 윌커슨은 "실투였다.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스트라이크존에 밀어넣듯이 공을 던졌고, 장재영이 좋은 스윙을 했다"며 "좋은 스윙을 하는 것이 타자의 역할이고, 잘 했다. 그래서 내가 홈런을 맞았다"고 했다.
시즌 초반과 달라진 점을 묻는 말에 "현재 몸 상태가 매우 좋다. 앞으로도 계속 좋을 것"이라고 답한 윌커슨은 "시즌 끝까지 퀄리티스타트를 이어가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공감언론 뉴시스 jinxij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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