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친구들 주고 싶어"…1004일 된 배냇머리 '싹둑' 자른 천사
태어난 지 1004일째 되던 날, 그동안 기른 머리카락을 싹둑 잘랐습니다. 올해 두 살 된 이율 양인데요. 어느 날 텔레비전에서 소아암을 앓는 친구들을 보고 머리카락을 선물하고 싶다면서 시작한 일이었습니다.
천사 같은 아이의 1004일을 몽글터뷰 이상엽 기자와 함께 보시겠습니다.
[기자]
[김유진/이율 어머니]
"(태어날 때부터 머리숱이 많았어요?) 많았어요. 선생님도 깜짝 놀라셨어요. '다 자라서 나왔네?' 이렇게 얘기하실 정도로 머리숱이 많았고"
태어난 지 1004일째, 2살 아이 '배냇머리' 어디로?
[이율/2살]
"(율아, 머리카락 왜 잘랐어요?) 아픈 친구들 주려고."
이상엽의 몽글터뷰
천사의 1004일
2살 아이가 미용실 의자에 앉습니다.
그동안 한 번도 깎지 않은 배냇머리를 싹둑 자릅니다.
고사리손으로 머리카락을 들더니 얼떨떨한 표정을 짓습니다.
태어난 지 1004일째 되던 날, 이율 양 모습입니다.
배냇머리, 왜 잘랐을까요?
"아기의 첫 머리카락을 기부하려고 합니다. 1004일이 되던 날 잘랐습니다. 소아암 환우들이 이쁜 가발을 선물받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아이 부모를 만나봐야겠습니다.
[김유진/이율 어머니]
"(율이는) 태어났을 때부터 머리카락이 조금 긴 상태였어요. 그래서 그때부터 쭉 길러서 1004일이 되던 날 잘랐습니다. 사실은 그렇게까지 오랫동안 기를 생각은 없었는데 소아암 친구를 율이가 보고서"
[이상욱/이율 아버지]
"그때는 (율이가) 거의 말도 잘 못할 때라서, 율이 보여주면서 '아픈 친구들이 있어. 도와주면 어떨까?' 그렇게 얘기를 하다가 율이도 '나도 하고 싶어'라고 해서…사실 기르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1004일의 여정, 어땠을까요?
[이상욱/이율 아버지]
"저도 딸 키우기 전에는 몰랐는데 머리 한 번 감는 게 거의 전쟁이더라고요. 거의 세 번 감으면 두 번은 대성통곡을 했던 것 같아요"
[김유진/이율 어머니]
"자기가 뭔가 할 수 있다는 것을 어린 나이에 알고 있는지 되게 신나 했어요. 그런데 막상 미용실 가니까 조금 무서웠나봐요. 얼더라고요"
찰랑이는 머리카락, 비결이 있었습니다.
[김유진/이율 어머니]
"일단 항암치료가 굉장히 독하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최대한 화학처리가 되지 않은, 펌이나 염색이 되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모발이 중요하다고"
[이상욱/이율 아버지]
"샴푸도 좋은 거 써야 하고. 햇빛에 노출 안 되게 모자도 잘 씌워야 하고. 다행히 율이가 콩을 좋아해서 콩도 열심히 먹으면서"
이제 아이를 직접 만나볼까요?
[이율/2살]
"(율이 인형 한 번 소개해줄 수 있어요?) 응. 푸바오. (삼촌이 오늘 왜 왔는지 알아요?) 몰라."
일단 아이와 친해져야겠습니다.
[이율/2살]
"(카메라에 빨간 불 들어왔네. 율이 찍는 건가봐) 저 위에서? (율이 할 수 있어. 파이팅. 원래 머리카락 길었어요?) 응. (율아, 머리카락 왜 잘랐어요?) 아픈 친구들 주려고"
아직 말이 서툴지만 어느 날 아이는 엄마에게 말했습니다.
아이의 눈에서 바라본 세상은 아이의 마음으로부터 나왔습니다.
[김유진/이율 어머니]
"'머리카락이 없는 언니 오빠들한테 주면 머리카락이 자라? 생겨?'라고 얘기했을 때 굉장히 놀랐어요. (소아암 환자들이) 희망과 용기, 기쁨을 누렸으면 하는 마음에서 더 열심히 기른 것 같아요"
엄마는 아이에게 마음이 말하는 행복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김유진/이율 어머니]
"돈으로 기부를 하는 것도 너무 중요하지만 스스로 할 수 있는 아이로 키워주고 싶었어요. 머리카락으로 시작해서 이 힘든 과정도 이겨내야 된다는 걸 알려줬고"
선한 마음이 모여 큰 울림이 되듯 그렇게 아이가 자라길 바랐습니다.
[김유진/이율 어머니]
"율이가 1000일 되던 날. 하루에 1000원씩 모아서 100만원이라는 돈을 기부했는데, 정말 모두 다 선한 영향력을 갖고 함께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되게 컸던 것 같아요"
아이는 앞으로 어떻게 클까요?
[이율/2살]
"이거 뭐야? (피망?) 파프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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