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배기 꽃 지천에 피고 지더니, 어느새 서천꽃밭 가는 길.. “신화의 경계를 넘었더니, 일상이 온통 꽃밭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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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인사동 '제주갤러리'에서 26일부터 시작하는 안진희 작가의 개인전 '제주, 서천꽃밭을 찾아서'입니다.
제주 신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작품으로 풀어낸 작가의 독창적인 시각을 만날 수 있는 전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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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전 ‘제주, 서천꽃밭을 찾아서’, 26일부터
7월 8일까지.. 혼합매체-평면, 입체 50여 점
제주 신화, 현대적 재해석.. “새로운 경험”
# 이승도, 그렇다고 저승도 아닌 중간계의 이상향을 상징하는 ‘서천꽃밭’은 제주 신화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난 장소로 등장합니다. 죽은 자들이 머무는 곳이자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곳으로,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신비로운 꽃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곳으로 가는 길목은 세 가지 색 강을 건너야 하고 곳곳에 피어난 꽃들은 동자들이 광천못에서 길어온 물을 머금고 자랍니다. 꽃감관인 사라도령과 그의 아들 신산만산 할락궁이 그리고 삼신할미가 옥황상제에게 얻은 다섯 가지 꽃씨로 피어난 오색꽃이 이곳을 장식합니다. 꽃의 색깔은 저마다 다른 수명과 운명을 상징하고 삼신은 이 꽃들을 통해 인간의 운명을 점지합니다.
상상 속에 ‘서천꽃밭’을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로 치환하며 고스란히 화폭으로 옮겨낸 시선입니다. ‘꽃’이라는 모티브 하나만으로도 그 생명력 속에 ‘생(生)’과 ‘사(死)’의 의미가 전히 담겨 있고, 굳이 신화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피눈물이 배어나고 염원이 깃들어 사시사철 꽃 피는 섬은 그 자체에 천년의 희로애락이 스며들어 신화적 서사가 흘러 나옵니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 ‘제주갤러리’에서 26일부터 시작하는 안진희 작가의 개인전 ‘제주, 서천꽃밭을 찾아서’입니다.
제주 신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작품으로 풀어낸 작가의 독창적인 시각을 만날 수 있는 전시입니다.
작품 속 서천꽃밭은 봉숭아꽃, 붓꽃, 수선화, 동백, 달배기 꽃 등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꽃들이 어우러져 있습니다. 이 꽃들은 제주의 강인한 여성들이자 모진 세월을 인내해온 생명력을 품었습니다.
작가는 이처럼 생명을 잉태하고 생장시키는 비슷한 속성으로, 꽃과 여성을 같은 선상에서 보면서도 나아가 과연 ‘여성은 무엇일까’란 근원을 향한 질문을 끌어냅니다.
자연의 대상인 ‘꽃’이 일상 혹은 서천꽃밭의 상징적인 꽃들로 자연스레 경계를 넓혀가듯, 대상으로서 ‘여성’ 역시도 전통적인 개념에서 나아가 사회적으로나 역사적인 지점에서 입지를 새삼 곱씹게 만듭니다. 사회적인 존재로서 여성, 역사적인 여성의 정체성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신화 속의 여성의 기호를 현대신화에 또다른 위상으로 각인시키는 순간입니다.
그렇게 작가는 야생 곳곳, 생명력을 이어가는 꽃을 통해 모진 세월을 말없이 인내하며 살아온 제주 여성의 의미를 풀어냅니다.
또 ‘설문대할망’이란 신화적 존재를 자신과 바꿔 보며 작품으로 녹여낸 부분에선 작가의 개성적 면모를 엿볼 수 있습니다.
키가 크고 힘이 센 ‘할망’이 바닷속 흙을 삽으로 떠서 제주도를 만들었다는 전설을 자신만의 이야기로 풀어냈고, 이같은 시도는 과거의 신화를 현대적 시각으로 재해석하면서 관객들에게 새로운 시각적인 경험을 제공합니다.
전시 평론을 맡은 하진희(미술사학 박사) 미술사학자는 “(작가 작품들은) 모진 세월에도 웃음과 해학을 잃지 않고 살아온 제주 여성이, 곧 소박하지만 향기로운 꽃들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라며 “무심한 생명력을 이어가는 꽃들의 이야기야말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무언의 메시지”라고 해석합니다.
1965년 제주 출신 작가는, 제주에서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제주대학교(미술교육과)와 성신여자대학교 석사(판화과)·명지대학교 박사(미술사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최근 열린 설문대여성문화센터 개인전을 비롯해 14회 개인전을 개최하고, 다수 단체전에 참여했습니다. 제주도 미술대전 대상(1990년, 1998년) 수상을 비롯해 대한민국 미술대전, 현대판화 공모전 등 다수 수상 경력이 있습니다.
전시는 7월 8일까지, 오픈식은 전시 시작일인 26일 오후 4시입니다.
무료 관람입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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