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작물’ 콩·밀 재배면적 급증…적절한 소비대책 시급”

김해대 기자 2024. 6. 2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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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동 농협중앙회장, 전북 농협 현장경영…조합장 요구사항은
기상악화로 보리 생산량 급감
계약농가 위약금 최소화 필요
공공형 계절근로 비용부담 커
초기 투자비 보전방안 고민을
20일 전북농협본부에서 열린 ‘2024년 전북 농협 현장경영’에서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농업·농촌에 새바람이 불어오길 희망하는 의미로 바람개비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봉학 익산원예농협 조합장, 박기배 익산 삼기농협 조합장(농민신문사 이사), 김원철 부안농협 조합장(농협중앙회 이사), 강 회장, 박서홍 농업경제지주 농업경제대표, 김영일 전북농협본부장. 전주=김병진 기자 fotokim@nongmin.com

20일 전북농협본부에서 열린 ‘2024년 전북 농협 현장경영’에서 지역농협 조합장들은 앞다퉈 손을 들었다. ‘조합장과의 대화’ 자리를 빌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에게 지역농업과 농촌 사회의 당면 현안을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대표적 ‘농도(農都)’답게 조합장들은 심각한 쌀 재고문제를 비롯해 콩·밀·보리·사과 등 다양한 작물의 재배동향을 살피고 수급안정책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을 가감없이 전달했다.

콩·밀 등 판로 확보 절실=현장에선 전략작물직불제 시행에 따라 콩·밀 재배에 나서는 농민이 많지만, 적절한 소비 대책이 없다는 의견이 여러차례 나왔다.

기세원 부안 하서농협 조합장은 “지역에서 콩·밀 재배면적이 늘어나고 있지만 수확·선별·소비 대책은 전혀 뒷받침되지 않아 책임은 전적으로 지역농협에 전가돼 있다”고 지적했다. 하서농협의 경우 2022년산 밀은 9t, 2023년산은 157t이 재고로 쌓여 있다. 기 조합장은 “올해도 농가들이 논에 콩·밀을 엄청나게 파종했다”며 “국산 콩·밀을 사용하는 가공업체에 외국산과의 가격차액 지원을 정부에 건의해달라”고 말했다.

문용수 김제 공덕농협 조합장은 “김제는 전국 콩 생산량의 12%를 차지하는 콩 주산지로 지역농협이 공동으로 두유·두부 등을 생산하는 가공시설을 만들고자 하지만 고정투자금액이 300억원에 달해 쉽게 도전하기가 어렵다”며 “농협중앙회 차원의 지원을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이정용 김제농협 조합장도 “콩을 생산하는 전국 150곳 농협과 ‘(가칭)두류전국협의회’를 구성해 콩산업 활성화 방안을 논의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강 회장은 “밀의 현재 손실금액과 재고 등을 세부적으로 제시해주면 대책을 고민하겠다”고 답했다. 콩과 관련해서는 “협의회 구성은 생산지 농협 조합장들의 뜻이 모아지면 즉시 가능하다”며 ”콩 가공공장 지원은 도시 농협들에 요청해 도농상생공동사업 방식으로 풀어보겠다”고 덧붙였다.

보리도 현장의 고민거리였다. 김기동 군산 회현농협 조합장은 “120농가가 보리를 생산하는데, 기상 악화로 농가당 생산량이 지난해의 절반에 그쳤다”며 “계약재배에 참여한 농가들이 약정 생산량을 채우지 못한 데 따른 페널티를 최소화해달라”고 했다.

쌀 재고문제에 직면한 조합장의 목소리는 절박했다. 최승운 김제 금만농협 조합장은 쌀값이 18만원대(80㎏ 기준)로 떨어진 상황을 두고 “2022년 농협이 쌀 매입으로 3000억원 적자를 낸 상황과 비슷하게 흘러가는 느낌”이라고 현장 우려를 전했다. 정부가 약속한 쌀값 지지선이 무너지며, 농협들은 재고 부담과 손실 발생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당장 몇달 뒤면 햇곡이 나온다”면서 대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농촌 활성화 지원 요구도 커=조합장들은 지역사랑상품권 농협 매장 사용 허용, 공공형 계절근로 지원 확대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이는 농촌 활력 증진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는 목소리를 냈다.

양준섭 순창 동계농협 조합장은 “행정안전부가 지역사랑상품권 사용 가능 매장을 연매출 30억원 미만으로 제한한 뒤로 지역에선 ‘지역사랑상품권’이 아니라 ‘지역외면상품권’이라는 말이 돌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면 단위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농협을 빼면 생필품·농자재를 구매할 곳이 마땅찮아 택시를 타고 읍내까지 나가서 농자재를 싣고 오는 실정”이라고 상황을 전했다.

공공형 계절근로제는 농협이 외국인 근로자를 단기로 채용해 농가에 하루 단위로 파견하는 사업이다. 최우식 남부안농협 조합장은 “기상 악화로 외부 농작업이 불가능할 경우 유휴 인력이 발생하고, 근로자 운송 수단 마련 등으로 비용 부담이 크다”며 “사업 첫해에 농협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 1억5000만원에 달했는데, 이런 초기 투자비용을 보전할 방안을 농협중앙회가 함께 고민해달라”고 건의했다.

강 회장은 “고령 주민들은 손수레를 끌고 농협에 장보러 왔는데 그마저도 못하게 돼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지역사랑상품권 사용 제한문제의 심각성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22대 국회에서 개선될 수 있도록 농정활동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공공형 계절근로제에 대해선 “우선 농협들이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최대한 이끌어내면, 농협중앙회도 지원방안을 함께 고민하겠다”고 했다.

농·축협이 운영하는 공동퇴비제조장의 밀폐시설 설치문제도 화두였다. 손병철 완주 고산농협 조합장은 “올해 말까지 농·축협 퇴비제조장들이 밀폐·냄새저감 시설을 설치해야 하는데, 여기에 정부 지원금 이상의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며 “농·축협 비용 부담을 감안해 도입 시기를 연장할 수 있도록 정부에 건의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밖에 조합장들은 ▲도 단위 로컬푸드 우수 직매장 선정과 컨설팅 ▲농산물 가격에 대한 올바른 시선 논의와 농가 입장을 대변한 보도 확대 ▲지진 발생 등에 대비한 농협 노후 사무소 시설 개선 지원 ▲농협 상호금융예치비율 하향 조정 ▲농촌왕진버스 등 복지사업 추진 ▲영농형 태양광 도입 확대 등을 주문했다.

각 문제에 공감하며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한 강 회장은 “오늘 못 다한 얘기는 일선 농협 현장경영에서 해주시길 바란다”며 “한분 한분이 낸 소중한 의견을 잘 새겨 새로운 대한민국 농협을 만들어가는 데 밑거름으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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