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용서→벤탄쿠르 '2차 사과'에도... "비니시우스한테 '그 말' 했어 봐, 레알 난리났다" 팬들 여전히 '亞 인종차별' 분노

박재호 기자 2024. 6. 22.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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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박재호 기자]
손흥민(왼쪽)과 로드리고 벤탄쿠르. /AFPBBNews=뉴스1
토트넘 미드필더 로드리고 벤탄쿠르(가운데). /AFPBBNews=뉴스1
로드리고 벤탄쿠르(26)의 '2차 사과'에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는 비니시우스 주니오르가 소환됐다.

벤탄쿠르는 22일(한국시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나는 손흥민과 대화를 나눴다. 깊은 우정에서 비롯된 오해였다는 것을 손흥민도 이해했다. 이를 모두에게 밝힌다"며 "내 친구(손흥민)과 함께 모든 것을 풀었다"고 적었다.

이어 "만약 누군가 내 인터뷰 때문에 불쾌했다면 진심으로 사과한다"면서도 억울함을 나타냈다. 그는 "난 결코 다른 사람을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주길 바란다. 오직 손흥민에게만이었고 다른 누구를 직간접적으로 기분을 상하게 할 의도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팬들의 분노는 식지 않고 있다. 한 유튜브 축구 채널에서 한 팬은 '만약 레알에서 (흑인 선수인) 비니시우스를 향해 한 동료가 (벤탄쿠르가 내뱉은) 그 말을 했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비니시우스 본인뿐 아니라 레알 구단에서도 인종차별 행위를 강력하게 규탄했을 것이다. 너무 안타깝다'라고 전했다.

레알 핵심 공격수 비니시우스는 스페인 라리가 진출 후 끊임없이 인종차별에 시달려 왔다. 2년 동안 그를 향한 인종차별 사례는 16건에 이른다. 그때마다 라리가와 구단은 가해자들에게 강력한 조치를 취했다. 비니시우스를 향해 인종차별을 한 발렌시아 팬 3명이 최근 징역 8개월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또 다른 팬은 '방송에서 흑인들 어차피 다 똑같이 생겼다란 말을 하면 엄청난 징계를 받을 것이다. 아시아인으로서 안타까울 뿐이다'라고 분노했다.

로드리고 벤탄쿠르. /AFPBBNews=뉴스1
로드리고 벤탄쿠르(왼쪽)와 손흥민. /AFPBBNews=뉴스1
현재 코파 아메리카를 출전 중인 벤탄쿠르는 대회가 끝나면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예정이다. 토트넘 선수단이 오는 7월 말 '2024 쿠팡플레이 시리즈' 참여를 위해 한국을 방문하기 때문이다. 토트넘은 7월 31일 K리그 올스타 선수로 구성된 팀 K리그, 8월 3일 바이에른 뮌헨과 각각 친선전을 치른다.

이에 벤탄쿠르도 2년 만에 한국을 방문한다. 그는 2년 전인 2022년 7월 쿠팡플레이 시리즈 때 방문해 2경기를 모두 뛴바 있다. 당시 토트넘과 팀 K리그의 경기에 선발 출전해 6-3 대승을 도왔고, 세비야전에서는 교체로 출전했다.

손흥민을 향해 '인종차별' 논란을 일으킨 벤탄쿠르도 한국 투어에 동행할 예정이다. 벤탄쿠르는 2년 전인 2022년 7월 쿠팡플레이 시리즈 때 방한한 바 있다. 토트넘과 팀 K리그의 경기에 선발 출전해 6-3 대승을 돕기도 했다.

당시 한국팬들은 손흥민을 비롯해 해리 케인, 에릭 다이어, 히샬리송, 크리스티안 로메로 등 토트넘 선수단 한명 한명 모두에게 모두 열광했다. 당시 주전 미드필드였던 벤탄쿠르를 향한 응원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벤탄쿠르가 인종차별을 일으킨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바로 사과했다지만 팬들의 분노는 조금도 사그라들지 않았다. 하루 만에 사과문을 내리고 손흥민을 지칭하는 '쏘니'의 철자도 틀리는 등 진정성을 의심받았다. 사과란 피해자가 용서해야 이뤄지는 법이다. 하지만 벤탄쿠르가 저지른 잘못의 무게에 비해 '가벼운 사과'였다.

불과 한 달 뒤 한국팬들을 봐야 하는 벤탄쿠르도 곤란한 입장에 놓였다. 한국팬들이 기분 좋게 벤탄쿠르를 맞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손흥민. /AFPBBNews=뉴스1
더욱이 우루과이 선수가 한국인을 향해 인종차별을 일으킨 것은 처음이다. 벤탄쿠르의 우루과이 대표팀 동료인 페데리코 발베르데(레알 마드리드)가 7년 전 한국에서 인종차별적 행위로 질타를 받은 바 있다. 지난 2017년 한국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8강전에서 골을 넣고 양 손가락으로 눈을 찢는 세리머니를 해 이 장면을 보던 팬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우루과이 선수들은 경기 후 단체로 또 다시 눈을 찢고 사진을 찍어 논란은 더욱 불거졌다.

벤탄쿠르의 인종차별적 행위는 지난 15일 알려졌다. 영국 '디 애슬레틱'은 이날 "벤탄쿠르가 토트넘 동료 손흥민에게 질 나쁜 농담 후 사과했다"고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벤탄쿠르는 우루과이 방송 프로그램 '포르 라 카미세' 촬영 도중 손흥민을 향해 인종차별적 농담을 했다. 어린아이를 안고 인터뷰에 참여한 벤탄쿠르는 해당 방송 진행자가 '손흥민의 유니폼을 구해달라'고 요청하자 "손흥민의 사촌 유니폼을 가져다줘도 모른다. 손흥민이나 사촌이나 똑같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러자 진행자는 "아 그렇구나"라고 맞장구쳤다. 이후 벤탄쿠르의 발언은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동양인이 모두 똑같이 생겼다는 인종차별적 발언이었기 때문이다.

로드리고 벤탄쿠르의 '1차' 사과문. /사진=로드리고 벤탄쿠르 SNS
로드리고 벤탄쿠르가 의자에 발길질을 하고 있다. /사진=SNS 영상 갈무리
쏟아지는 비난 속에 사태의 벤탄쿠르는 심각성을 깨닫고 곧장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1차' 사과문을 올렸다. 그는 "쏘니(손흥민 애칭) 지금 일어난 일에 대해 사과하고 싶다. 내가 한 말은 '나쁜 농담'이었다"며 "내가 얼마나 너를 사랑하는지 알지? 절대 무시하거나 상처를 주려고 한 말은 아니다. 사랑한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팬들의 분노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한국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종차별적 발언은 범죄 행위다'라며 비판이 멈추지 않고 있다. 벤탄쿠르가 저지른 과격한 행동도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달 15일 맨체스터 시티와 리그 34라운드에서 후반 초반 교체되자 불만을 품은 벤탄쿠르는 벤치로 들어와 의자에 사정없이 발길질하며 분풀이했다. 당시 옆에 앉아있던 브리얀 힐이 당황하는 모습이 중계 화면에 잡히기도 했다.

손흥민. /AFPBBNews=뉴스1
손흥민과 벤탄쿠르는 평소 토트넘에서 깊은 우정을 보였기에 팬들의 실망은 더욱 크다. 지난해 10월 벤탄쿠르가 8개월 만에 무릎 십자인대 부상을 떨쳐내고 복귀전을 치렀을 때 가장 크게 기뻐한 이 중 하나가 손흥민이었다. 경기 후 손흥민은 토트넘 선수들이 팬들에게 인사할 때 벤탄쿠르를 관중석 앞으로 데리고 나가 팬들 앞에 서게 했고 팬들은 열렬히 환호했다. 이어 손흥민은 벤탄쿠르를 어린아이처럼 껴안으며 기쁨을 나타냈다.

당시 손흥민은 "벤탄쿠르의 복귀는 내게 미소를 만들어 준다"라며 "그는 엄청난 선수다. 벤탄쿠루의 복귀는 우리가 뛰어난 새 선수를 영입한 것과 마찬가지다"라고 기뻐했다. 이어 "토트넘 선수들 모두가 벤탄쿠르의 복귀를 기다렸다. 벤탄쿠르가 아까 경기장에 들어설 때 감정이 올라왔다. 그는 내 좋은 친구이기 때문이다. 제가 지난 시즌 부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낼 때 벤탄쿠르가 언제나 날 웃게 만들어줬다. 늘 응원해줬다"며 "건강해진 벤탄쿠르의 복귀는 정말 환상적이다. 팀에 기폭제가 돼 줄 것이다"라고 거듭 기뻐했다.

손흥민. /AFPBBNews=뉴스1
손흥민. /AFPBBNews=뉴스1
벤탄쿠르의 사과에도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자 손흥민이 직접 입을 열었다. 그는 20일 자신의 SNS를 통해 "벤탄쿠르와 대화를 나눴다. 그는 실수했고 내게 사과했다"며 "벤탄쿠르는 공격적 의도로 그렇게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여전히 형제고 바뀐 건 아무것도 없다"고 전했다.

토트넘은 내달 18일 하츠와의 평가전을 시작으로 프리시즌에 돌입한다. 손흥민은 "우리는 다가오는 프리시즌에 다시 원팀으로 뭉쳐 싸워나갈 것이다"라고 논란을 잠재웠다.

침묵하던 토트넘도 공식 입장을 전했다. 선수단을 대상으로 인종차별 방지 교육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구단은 20일 공식 SNS를 통해 "(벤탄쿠르의 인종차별) 문제를 잘 해결하려고 노력 중이다. 모든 선수를 대상으로 다양성, 평등, 포용에 관한 교육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손흥민이 논란을 잊고 새 시즌에 집중하도록 지지하겠다"며 "구단은 선수단과 세계 각국의 팬들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우리는 어떤 종류의 차별도 없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손흥민. /AFPBBNews=뉴스1
손흥민. /AFPBBNews=뉴스1

박재호 기자 pjhwak@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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