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만 언급했다" 벤탄쿠르 2차 사과문도 진정성 문제 제기…또 실수했다
[스포티비뉴스=이민재 기자] 로드리고 벤탄쿠르(토트넘)가 자신의 잘못에 대해 2차 사과문을 올렸다. 그러나 이마저도 진정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벤탄쿠르는 22일(이하 한국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손흥민과 대화했다. 우리의 깊은 우정을 고려해 손흥민은 이 사건이 단지 안타까운 오해였다는 점을 이해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언론을 통해 나온 내 발언 때문에 상처를 받은 사람이 있다면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다"면서도 "난 다른 사람은 언급한 적이 없음을 알아줬으면 한다"라고 썼다.
그러면서 "다른 누구에게도 직·간접적인 불쾌감을 줄 의도는 아니었다"며 "모든 걸 내 친구(손흥민)와 함께 해결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코파 아메리카를 앞두고 벤탄쿠르는 우루과이 방송 프로그램인 '포를라 가미세타'에 출연해 진행자로부터 '손흥민의 유니폼을 구해달라'는 요청을 받자 "손흥민 사촌 유니폼을 가져다줘도 모를 것이다. 손흥민이나 그의 사촌이나 똑같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동양인은 모두 똑같이 생겼다'라는 인식의 인종차별적인 발언이었다.
벤탄쿠르의 발언은 곧바로 팬들의 큰 비난을 불러일으켰다. 벤탄쿠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손흥민에게 사과의 글을 남겼다.
그는 "쏘니! 지금 일어난 일에 대해 사과할게. 내가 한 말은 나쁜 농담이었어. 내가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지? 절대 무시하거나 상처를 주려고 한 말이 아니었어"라고 말했다.
하지만 벤탄쿠르의 발언은 그동안 경기장에서 관중들의 인종차별 행위를 여러 차례 겪은 손흥민의 아픔을 고려하지 못한 나쁜 행동이었다.
영국 매체 '미러'는 "손흥민은 최근에도 크리스탈 팰리스 팬으로부터 인종차별 행위를 당했었다"라며 "손흥민에게 인종차별 행위(눈찢기)를 펼친 44세 남성은 3년간 축구장 출입 금지와 벌금형, 6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벤탄쿠르의 대처가 아쉬웠다는 평가가 받았다. 벤탄쿠르는 진지한 사과 대신 농담이었다는 말투로 사과했다. 이 사과문은 24시간 뒤에 자동으로 사라지는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라왔다. 이후 24시간이 지나자 사과문은 찾아볼 수 없었다. 축구 팬들이 벤탄쿠르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한 이유다.
그러다 보니 인권 단체까지 들고 일어났다. 축구계 인종차별 반대 운동 단체인 '킥잇아웃'은 "벤탄쿠르가 토트넘 동료인 손흥민에 대해 언급한 내용과 관련해 상당수의 제보를 받았다"면서 "이 제보들은 구단과 관련 당국에 전달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벤탄쿠르가 차별적 행동을 인정했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지만, 이것은 동아시아와 더 넓은 지역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는 광범위한 이슈를 강조한다"면서 "우리는 다가오는 시즌에도 이런 주제에 대해 계속 다루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논란 속에 손흥민이 나섰다. 그는 20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벤탄쿠르와 대화를 나눴다"며 "벤탄쿠르는 실수했다. 자신의 실수를 인지한 벤탄쿠르가 내게 사과했다"는 내용의 게시글을 올렸다.
이어 "벤탄쿠르가 공격적인 의도로 그렇게 말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우리는 여전히 형제고, 바뀐 건 아무것도 없다"고 덧붙였다.
손흥민은 "우리는 다가올 프리 시즌에 다시 모여 '원 팀'으로 싸워 나갈 것"이라고 직접 논란을 잠재웠다.
토트넘 구단 역시 공식 SNS를 통해 벤탄쿠르를 비롯한 선수단 전체를 대상으로 차별 방지 교육을 하겠다고 밝혔다. 구단은 "이 문제를 잘 해결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모든 선수를 대상으로 다양성, 평등, 포용에 관한 교육을 실시하겠다"고 했다.
이어 "주장 손흥민이 논란을 뒤로 하고, 다가오는 새 시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전적으로 지지하겠다"며 "글로벌 팬과 선수단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우리 구단과 사회에는 어떤 종류의 차별도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흥민이 사과를 받아들이면서 벤탄쿠르 역시 2차 사과문을 통해 자신의 진심을 표현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도 진정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벤탄쿠르가 '다른 사람을 언급하지 않았다'는 말이 문제로 떠올랐다. 현지 팬들은 '벤탄쿠르가 한 말은 손흥민뿐만 아니라 한국 및 아시아인 전체를 모욕하는 말'이라며 벤탄쿠르의 이번 발언도 잘못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X에서 토트넘 팬들은 이를 꼬집으며 "벤탄쿠르는 계속해서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
벤탄쿠르 사과와는 별개로 잉글랜드 축구협회(FA)는 그의 징계 여부에 대해서 논의하고 있다. FA는 그라운드 안에서 이뤄진 인종차별적 행위뿐 아니라, 이번 사건처럼 경기 외 상황에서 시작된 인종차별 사건에도 징계를 해왔다.
2019년 맨체스터 시티의 베르나르두 실바가 SNS에서 팀 동료 뱅자맹 멘디의 피부색을 짙은 갈색인 스페인 과자 브랜드 캐릭터에 비유해 1경기 출전정지와 벌금 5만 파운드의 징계를 받은 바 있다.
실바는 논란이 커지자 해당 게시물을 지우며 "요즘은 친구와 장난도 못 친다"고 아쉬워했지만 FA는 실바에게 징계를 내렸다.
이에 대해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실바는 내가 만나본 사람 중 가장 사랑스러운 사람 중 하나다. 그는 4-5개 국어를 하는데 그것은 사람 마음을 여는 최고의 방법"이라며 "그가 가장 친한 친구 중 하나가 멘디다. 실바는 멘디를 괴롭히는 걸 좋아한다. 그들은 항상 농담을 하는 사이다. 그 이미지는 피부색이 아니다. 멘디의 어린 시절 사진이었고 비슷한 만화에 빗댄 것"이라고 실바를 감쌌다.
2021년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이던 에딘손 카바니가 SNS에서 자신을 응원하는 팬의 게시물을 공유하며 흑인을 비하할 때 쓰이곤 하는 '네그리토'(Negrito)라는 단어를 썼다가 3경기 출전 정지와 10만 파운드의 징계를 받았다.
벤탄쿠르가 징계를 받을 경우 3경기 출전 정지가 내려질 수 있다. 영국 더 타임즈 소속 톰 올넛 기자는 "FA가 손흥민을 향한 벤탄쿠르의 발언에 대한 징계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며 "선례를 봤을 땐 3경기 출장 정지와 10만 파운드 벌금 징계가 내려질 수 있다"고 전했다.
벤탄쿠르는 어수선한 상황 속에 튀르키예와 연결되고 있다. 영국 매체 '팀토크'는 "벤탄쿠르가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 체제에서 맹활약을 펼쳤음에도 이번 여름 이적 시장에서 팀을 옮길 수 있다"라며 "벤탄쿠르는 튀르키예 갈라타사라이의 선발 라인업을 강화시킬 수 있는 선수 중 한 명으로 지목됐다. 영입이 어려울 수 있다고 인정하지만 오칸 부룩 감독은 벤탄쿠르의 열렬한 팬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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