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짝 찾아 ‘나는 절로’…인연 만나 결혼 생각 절로 [S스토리-조계종 ‘짝 찾기’ 청춘남녀에 인기]
남녀 30명 1박2일간 연수원서 교감
자기소개·산책 데이트 등 하며 소통
“젊은 사람들 연애하기 어려운 환경
일단 남녀가 만나야 출산도 가능해”
만남 주선에 참가자들 만족도 높아
오후 2시쯤 한국문화연수원. 짐을 풀고 편한 템플스테이용 법복으로 갈아입은 전체 참가자가 점심 공양(식사) 후 큰선방에 모였다. 인기 TV 연애 프로그램 ‘나는 SOLO(솔로)’ 출연자처럼 본명 대신 가명이 적힌 명찰을 단 참가자들은 ‘저출산 대응 인식 개선’ 교육에 이어 자기소개 시간이 되자 긴장한 낯빛이었다. 수도권과 대구·강원·전북·세종 등 각지에서 온 이들은 군인, 군무원, 초등학교 교사, 변호사, 약사, 공공·금융기관·대기업 직원, 기자, 큐레이터, 해양경찰, 간호사, 항공사 승무원 등 직업도 다양했다. 하나같이 귀를 쫑긋 세우고 호감 후보군에 담아두려는 눈빛들이 튀었다.
여성 참가자 역시 수줍기만 한 건 아니었다. 일산에서 온 수희(27)는 “사진 잘 찍는 남자 좋아하니까 소질 있는 분들은 카메라 들고 오셔도 된다”고, 여군인 영란(35)은 “여행 등 활동적인 것 좋아하고, 요리도 잘해서 한식·중식 자격증이 있다. 같이 캠핑 가서 맛있는 요리해 먹을 남자 친구를 찾으러 나왔다”고 씩씩하게 말해 박수를 받았다. ‘물마중’(물질을 마친 해녀들을 물 밖 갯바위 등에서 마중하는 것)을 언급한 영숙(32)의 소개도 인상적이었다. “‘물마중’이란 단어를 되게 좋아합니다. 해녀들이 물질하고 나올 때 앞에 사람이 있기만 해도 사고가 많이 줄어든다고 해요. 저도 옆에 있기만 해도 의지되고 힘이 되는 짝을 만났으면 좋겠다 싶어 (‘나는 절로’에) 나오게 됐습니다.” 모두가 같은 생각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커플 성사 여부와 상관없이 대체로 ‘나는 절로’ 프로그램에 큰 만족감을 표시했다. 연애와 결혼을 하고 싶어도 직업 특성이나 바쁜 일 때문에 주위에 어울릴 만한 이성이 적고, 누군가를 편히 만나는 게 쉽지 않은 만큼 이런 기회가 많아지길 원했다.
승무원 수란(29)과 연결된 약사 철수(33)는 “프로그램이 알차고 밖에선 못하는 레크리에이션 등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재미있었다”며 “정부가 저출산 대책을 많이 세우는데, 일단 남녀가 만나야 출산도 가능한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해양경찰인 민수도 “나는 커플이 안 됐지만 같은 처지의 동료나 친구들에게도 적극 추천하고 싶다. 이런 자리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영숙과 인연이 된 용준(31)은 “요즘 젊은 사람들이 연애를 안 한다기보다 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다양한 경로로 소개팅해도 신원이 불확실한 사람인 경우가 많다”며 “(‘나는 절로’처럼) 공신력 있는 기관이나 단체가 주관하는 만남 프로그램이 자주 있었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묘장 스님이 분석한 ‘나는 절로’의 인기 요인도 비슷했다. 그는 “조계종사회복지재단에서 직업 등 지원서 내용이 맞는지 살핀 후 순수하게 만남의 자리를 주선하니 안심하고 참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경기 성남시와 경남 김해시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단체 미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횟수와 규모는 적은 편이다.
재단 측은 템플스테이를 운영하는 조계종 한국불교문화사업단, 통도사(경남 양산) 등 전국 주요 교구와 손잡고 ‘나는 절로’ 프로그램을 확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각지에 있는 많은 솔로가 인생의 짝을 찾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이번 참가자 사이에선 정부가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려면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먼저 맞춤형 지원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나는 절로’와 같이 비교적 안전한 환경에서 직업 등이 검증된 이성을 만나볼 기회가 많아지는 것 못지않게 결혼 과정과 결혼 후에도 실효성 있는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영숙은 “대개 안정된 일자리가 있는 사람들이 결혼하고 아이도 갖고 싶어하는데 터무니없이 비싼 결혼 비용과 내 집 마련의 어려움 등으로 주저한다”며 “정부가 이런 사람들의 고충부터 덜어줄 수 있는 양질의 정책을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공주=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국처럼 결혼·출산 NO”…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서 주목받는 ‘4B 운동’
- “그만하십시오, 딸과 3살 차이밖에 안납니다”…공군서 또 성폭력 의혹
- “효림아, 집 줄테니까 힘들면 이혼해”…김수미 며느리 사랑 ‘먹먹’
- “내 성별은 이제 여자” 女 탈의실도 맘대로 이용… 괜찮을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단독] “초등생들도 이용하는 女탈의실, 성인男들 버젓이”… 난리난 용산초 수영장
- ‘女스태프 성폭행’ 강지환, 항소심 판결 뒤집혔다…“前소속사에 35억 지급하라”
- “송지은이 간병인이냐”…박위 동생 “형수가 ○○해줬다” 축사에 갑론을박
- “홍기야, 제발 가만 있어”…성매매 의혹 최민환 옹호에 팬들 ‘원성’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
- "오피스 남편이 어때서"…男동료와 술·영화 즐긴 아내 '당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