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의 칼을 골리앗이 가졌다”…저가 공세에 날개 꺾였다는데, 이게 무슨 일 [박민기의 월드버스]

박민기 기자(mkp@mk.co.kr) 2024. 6. 22.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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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후죽순 늘어난 저가항공사들
박리다매 전략으로 몸집 키우자
대형항공사들도 저가 공세 합류
아메리칸항공 수익 전년비 25%↑
대형사 맞불에 저가항공사 ‘위기’
미국 뉴욕 JFK 공항에 있는 델타항공 여객기 모습. [사진 출처 = 로이터 연합뉴스]
전 세계 항공업계에서 ‘저가 경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싼 비용으로 여행을 가고자 하는 소비자 수요가 늘고,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저렴한 가격의 비행기 티켓을 제공하려는 항공사들의 시도가 맞물리면서 저가항공사로 여행객들이 몰리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위기의식을 느낀 대형항공사들도 경쟁에 뛰어들었습니다. 이들은 티켓 가격을 더 낮추기 위해 기존에 무료로 제공됐던 위탁수하물과 기내식 등 식음료 서비스 등을 유료로 전환했지만, 그럼에도 저렴한 비행기 티켓을 원하는 여행객들은 상당한 만족감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저가항공사가 탄생한 배경은 복합적입니다. 경제적·사회적 상황과 시장 변화 등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습니다. 1970년대 후반 오일쇼크가 촉발한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경기 침체가 시작된 가운데 1980년대에는 세계 경제 글로벌화로 저비용 생산지를 찾기 위한 기업들의 해외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저가항공사 수요가 급증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탄생한 저가항공사들은 소비자 수요를 빨아들이면서 빠르게 성장했고, 이는 저가항공사 대중화와 전 세계 여행 산업 확대로 이어졌습니다.

저가항공사의 시초는 미국의 사우스웨스트항공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971년 설립된 사우스웨스트항공은 미 텍사스에서 저비용 운항 모델을 도입하면서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이를 통해 저가항공사의 성공 가능성을 내다본 항공업계가 너 나 할 것 없이 경쟁에 뛰어들면서 다수의 저가항공사가 탄생했습니다. 1978년 미 항공 산업에서 시작된 규제 완화로 새로운 항공사들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서 저가항공사 수는 빠르게 늘었습니다.

전통의 강호였던 대형항공사와의 경쟁에서 저가항공사가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았습니다. 저가항공사들은 더 저렴한 티켓을 더 많이 팔기 위해 기내서비스를 줄이고 항공기 유지·보수 비용을 최소화했습니다. 하지만 대형항공사들도 이를 지켜만 보지는 않았습니다. 항공업계에 새로운 ‘저가 바람’이 불자 이들도 참전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저렴하지만 제한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저가항공사들의 판매 시스템을 처음 도입한 대형항공사는 미 델타항공입니다. 궁극적인 목표는 저가항공사로 빠져나간 여행객들을 다시 불러들이는 것이었지만, 초반에는 저가항공사들의 공격적인 할인 공세를 막기 위한 목적도 있었습니다.

델타항공을 시작으로 또 다른 미 대형항공사인 유나이티드항공이 2021년 최저가를 보장하는 이코노미 티켓을 2021년부터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저가 티켓은 대형항공사들의 더욱 강력한 무기가 됐습니다. 저가 항공권을 본격 판매하기 시작한 이후 유나이티드항공의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했습니다. 이와 유사한 시스템을 도입한 아메리칸항공은 올해 1월 매출 중 약 7%를 초저가 이코노미 티켓 판매를 통해 확보했습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한 수치입니다.

미 유나이티드항공 스콧 커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3일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보다 수익이 낮은 모든 회사들은 노선망의 상당 부분에서 손실을 보고 있다”며 “특히 저가항공사들은 엄청난 손실을 입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저가항공사 입장에서는 매우 치명적인 상황”이라며 “그들이 살아남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미국 뉴욕 라과디아 공항에 서 있는 아메리칸항공 여객기들. [사진 출처 = AFP 연합뉴스]
대형항공사들의 참전이 더 무서운 이유는 또 있습니다. 이들은 저가 티켓 판매에만 매달리지 않고 이를 통해 추가적 수익을 낼 수 있는 새로운 전략을 연구하고 선보였습니다. 미 3대 대형항공사들은 가장 낮은 등급의 티켓을 구매하는 여행객들에게 지정 좌석과 항공편 변경 가능 등 추가 서비스 제공을 제안하며 최소 한 단계 이상 높은 등급의 좌석을 구매하도록 유도합니다. 아메리칸항공은 이 같은 전략을 통해 올해 초 전체 수익의 10%를 확보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한 수치입니다.

대형항공사인 골리앗과 싸움을 벌이고 있는 다윗 격인 저가항공사들은 재정적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스피릿항공은 제트블루항공으로의 인수가 무산되자 파산을 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스피릿항공 시장 가치는 2021년부터 약 90% 급락했습니다. 다른 저가항공사들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얼리전트항공과 프론티어항공의 시장 가치도 각 78%, 72% 하락했습니다.

위기에 몰린 저가항공사들은 생존을 위한 ‘신규 고객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이들 기업은 잦은 서비스 지연 등으로 인한 고객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평판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습니다. 저가항공사 중 하나인 스피릿항공은 고객 편의를 위해 항공권 변경과 취소 수수료를 없애고 위탁수하물 무게 허용 한도를 늘린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수익을 늘리기 위한 전략도 있습니다. 프론티어항공은 더 넓은 공간을 원하는 여행객이 추가 요금을 지불하면 옆자리를 비워놓는 서비스를 제공 중입니다. 동시에 기본 운임 비용 외에도 기내 반입 수하물 추가와 좌석 지정이 가능한 ‘패키지 요금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스피릿항공 테드 크리스타 CEO는 7일(현지시간) 열린 연례 주주총회에서 “스피릿항공은 현재 파산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재무 상태 개선과 비즈니스 모델 전환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매일 쫓기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알면 알수록 더 좋은 국제사회 소식. 전 세계가 주목하는 한 주의 가장 핫한 이슈만 골라 전해드립니다. 단 5분 투자로 그 주의 대화를 주도하는 ‘인싸’가 될 수 있습니다. 읽기만 하세요. 정리는 제가 해드릴게요. 박민기의 월드버스(World+Universe)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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