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 발톱에 긁히고 ERA 8.89→규정이닝 꼴찌…입도선매한 90억 안경 에이스, 이러면 곤란하다
[OSEN=조형래 기자] 독수리 발톱에 심한 생채기를 입고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징크스 하나에 휘청거리니 팀도 흔들리고 있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가 입도선매한 ‘안경 에이스’ 박세웅의 부진, 이러면 모두가 곤란해진다.
박세웅은 현재 규정이닝 평균자책점 꼴찌다. 15경기 등판해 5승6패 평균자책점 5.25의 성적에 그치고 있다. 토종 에이스라는 칭호를 붙이기에는 아쉬운 성적. 적어도 5월 28일 전까지는 흔들리지 않았다. 이 전까지 박세웅은 10경기 5승3패 평균자책점 3.59, 퀄리티스타트 6회, 퀄리티스타트 플러스도 2회를 기록한 토종 에이스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하지만 5월28일 대전 한화전을 기점으로 박세웅은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다. 박세웅을 지긋지긋하게 따라다니던 대전 한화 징크스에 호되게 당했다. 종전까지 한화전 16경기(15선발) 1승8패 평균자책점 7.97로 부진했다. 무엇보다 대전에서는 9경기 승리 없이 1패 평균자책점 8.10으로 극악의 상성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 경기 전까지 마지막 대전 한화전 등판은 2022년 5월 15일이었다. 이 경기가 한화전 마지막 등판이기도 했다. 당시에도 5이닝 7피안타(2피홈런) 2볼넷 3탈삼진 7실점으로 무너졌다. 그동안 로테이션이 공교롭게도 잡히지 않았고 또 피할 수 있으면 한화전과 대전에서의 등판은 피했다. 나름의 배려이기도 했다.
하지만 5월28일 경기는 피할 수 없었다. 그러나 박세웅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독수리들이 내민 발톱에 심하게 긁혔다. 4⅔이닝 동안 112개의 공을 던지며 11피안타(1피홈런) 3볼넷 4탈삼진 10실점(9자책점)을 기록하고 강판 당했다. 4회까지 2실점 하면서 리드를 잡고 있었지만 5회 와르르 무너졌다. 커리어 최다 실점이었다. 박세웅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김태형 감독은 박세웅의 이런 징크스를 두고 “대전구장이 어쩌고저쩌고 얘기하는데, 앞으로 여기에 맞춰 계속 올리까 보다. 몇 년째 이러는데 작년에는 대전에서 아예 안 던 진 것 같더라. 팀의 에이스인데…”라며 일침을 가하며 아쉬움을 전했다. 김태형 감독은 앞으로 박세웅의 징크스 돌파를 위해 정면돌파할 것임을 선언했다.
그런데 박세웅은 이날의 상처에서 쉽사리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날 이후 4경기를 더 던졌지만 퀄리티스타트는 한 차례도 없었다. 초반 실점을 하며 주도권을 내준 뒤 이후 꾸역꾸역 막아가는 패턴이 반복됐다. 대전 한화전부터 5경기 평균자책점은 무려 8.89.
지난 21일 고척 키움전도 마찬가지였다. 1회부터 만루 위기를 자초하더니 이용규에게 밀어내기 볼넷, 김재현에게 2타점 적시타를 내주면서 0-3 스코어를 만들었다. 타선도 키움 선발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에게 틀어막히며 경기 내내 끌려다녔다. 결국 2-5로 패하면서 팀은 2연패에 빠졌다.
롯데는 지난 2022시즌이 끝나고 박세웅과 5년 총액 90억원의 비FA 다년계약을 맺었다. 20대 중후반에 규정이닝 소화는 거뜬한 토종 에이스를 프리에이전트(FA) 자격 획득 1년을 앞두고 입도선매했다.
군 문제 해결이라는 리스크도 공존했다. 그러나 박세웅은 다년계약 첫 해인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병역 문제를 해결했다. 또 27경기 154이닝 9승7패 평균자책점 3.45로 규정이닝 시즌에서 가장 낮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그런데 다년계약 2년차인 올해 징크스 한 번에 휘청거리면서 팀의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다. 김태형 감독이 구상했던 선발 로테이션이 단 한 번도 무난하게 흘러가지 않고 있는 시즌, 찰리 반즈가 부상으로 이탈해 있고 나균안 이인복도 부진하면서 선발진 구상이 완전히 바뀌었다. 김진욱이 유망주의 탈을 벗고 잠재력을 터뜨리고 있지만 여전히 계산이 쉽지 않은 선수. 애런 윌커슨과 박세웅의 두 축이라도 굳건해야 하는데 박세웅은 한화전 징크스에 무너져미 갈피를 못 잡고 있다.
결과론이지만 어쩌면 일찌감치 해결 했어야 할 상성 관계였다. 하지만 뒤늦게 이를 맞닥뜨리고 극복하려고 하니 혼돈의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 이러한 박세웅의 모습이라면 90억원으로 입도선매한 롯데도 곤란할 수밖에 없다.
/jhrae@osen.co.kr
Copyright © OSE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