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푸라기]암걸리면 보험료 '0'원?…'납입면제' 공짜 아닙니다
최근 여러 보험사들이 암보험·종신보험 등 대부분 보장성보험에 보험료 납입면제 기능을 강조해 영업하고 있습니다. 올초부터 일부 생명보험사들이 내놓고 있는 '환급강화형' 단기납 종신보험도 비슷합니다. 암 진단 또는 50% 후유장해 시 차후 보험료 납입을 면제해주는 납입면제 기능을 이용하면 보험료를 한 푼도 내지않고 수 천만원에서 억 원대 해지환급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게 셀링포인트죠.▷관련기사 : 이번엔 암 걸리면 보험료 페이백…'암테크'된 단기납 종신 괜찮나(6월19일)
그래서 오늘은 보험료 납입면제 제도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려고 합니다. 납입면제에 해당하는 데도 이 제도 자체를 몰라 계속 보험료를 내다가 결국 계약을 해지하는 사례를 종종 찾아볼 수 있다는 게 보험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라서요.
납입면제란?
우선 납입면제는 보험가입자가 보험료 납입기간 중에 재해 또는 질병을 원인으로 보험료를 내기 어려운 장해상태(50% 이상 후유장해 발생)가 됐을 때 보험사가 잔여 보험료를 면제해주는 제도입니다. 보험가입자가 납입면제를 받으면 보장기간까지 약정된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것은 물론, 보험료가 계속 적립돼 만기 때 해지환급금도 받을 수 있죠. 쉽게 말해 보험료를 안내도 보험보장을 해준다는 겁니다.
납입면제를 받기 위해서는 보험사가 정한 기준을 충족해야 합니다. 기준은 보통 후유장해분류표 중 같은 원인으로 여러 신체 부위의 장해 지급률을 더해 50% 이상 장해상태가 된 경우가 해당되고요. 특정 질병, 암, CI보험 담보하는 중대한 질병 또는 중대한 수술을 받은 경우 등이 있습니다.
50% 이상 후유장해란 말이 어렵죠? 보험약관에서는 장해분류표에 따라 눈, 코, 입, 귀, 팔, 다리, 척추 등 13개 신체부위에 대해 보통 87개의 장해를 각각 보장하는데요. 대표적으로 눈 장해의 경우 백내장에 걸려 한쪽 눈의 시력을 상실했을 때 50% 후유장해를 입은 것으로 봅니다. 또 뇌손상으로 인해 말하거나 씹는 데 심한 장해가 발생했을 때 80%에 해당되고요. 한 쪽 발가락, 한 쪽 손가락의 움직임이 제한되더라도 손가락, 발가락을 합쳐 50%가 인정된다고 합니다.
납입면제, 진짜 파격 혜택일까?
이렇듯 납입면제 제도는 질병·상해로 경제활동이 어려워진 사람들을 구제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입니다. 납입면제가 없는 상품은 가입자가 치명적인 진단을 받아도 보험료를 지속 납입해야 계약이 유지되거든요.
하지만 한쪽에서는 납입면제 제도가 정말 좋은 제도인지 의문을 품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납입면제 기능이 있는 상품은 그에 해당하는 비용을 보험료에 녹이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 보험료가 더 비싸진다는 겁니다. 납입면제가 파격적인 서비스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가입자가 그만큼의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는 의미죠. 특히 어린이보험에 탑재된 납입면제 기능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가 큽니다. 어릴수록 납입면제 해당 사유를 진단 받을 가능성이 낮잖아요. 불필요한 보험료 인상만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겁니다.
또 납입면제를 적용 받더라도 가입된 상품이 갱신형이라면 관련 혜택이 갱신 전까지만 유지된다는 점도 치명적입니다. 가령 보험료 납입기간이 10년이고 3년 갱신 상품인데 보험료 납부 2년차에 암에 걸렸다고 치면요. 그럼 납입면제 혜택을 1년밖에 받을 수 없다는 거예요. 이후엔 보험료를 내야 하고요.
모든 보험료가 납입면제 되는 줄 알았다가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거죠. 물론 보험사들은 '모든 상품이 다 그런 건 아니다'라며 선을 긋습니다. "보험상품에 갱신형 담보(보장)와 비갱신형 담보가 혼재·경유돼 있어 정확히 알고 가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엔 갱신형 담보까지 납입면제가 되는 상품도 있다"고요. 하지만 납입면제 기능에 뭔가 개운치 않은 구석이 있는 듯한 기분은 지울 수가 없네요.
[보푸라기]는 알쏭달쏭 어려운 보험 용어나 보험 상품의 구조처럼 기사를 읽다가 보풀처럼 솟아오르는 궁금증 해소를 위해 마련한 코너입니다. 알아두면 쓸모 있을 궁금했던 보험의 이모저모를 쉽게 풀어드립니다. [편집자]
김희정 (kh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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