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VIBE] 건축가 김원의 세상 이야기 ②...설날의 추억
[※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2024년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팬은 약 2억2천5백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이에 연합뉴스 K컬처 팀은 독자 제위께 새로운 시선의 한국 문화와 K컬처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하며 K컬처 팀 영문 한류 뉴스 사이트 K 바이브에서도 영문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김원 건축환경연구소 광장 대표, 독립기념관·코엑스·태백산맥기념관 등 설계. 문화재청 문화재위원, 삼성문화재단 이사, 서울환경영화제 조직위원장 등 역임.
설날 오후에 혼자 이것저것을 생각했다. 어렸을 적부터 우리 집에서는 어른, 아이 생일이건 돌아가신 분 기일이건 모두 양력으로 지내왔기에 당연히 새해맞이도 양력으로 하는 줄로만 알고 자라왔다. 장가를 들고 보니 처가댁도 풍속이 그러하여 별 문화적인 충돌 없이 오늘까지 양력설을 지내고 있다. 사실 양력설을 왜놈 설이라 하여 기피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혹시 그게 부산이어서 그랬는지 우리는 거기에 별다른 거부감이 없었다.
부산에는 옛날부터 왜관이 설치돼 두 나라의 교류가 많았고 그래서인지 우리 자랄 적에도 의식주 생활에 일본의 영향이라고 할 만한 요소들이 많이 남아 있었다. 우리는 현관 앞에 반 평쯤 마당을 만든 일본식 주택도 많이 보았고, '몸뻬' 같은 일본식 의복, 달콤 짭짤한 일본식 음식도 흔히 먹었는데 청소년 시절에도 우리 방송보다 먼저 출력이 강하고 내용이 화려한 일본 TV 방송을 보게 되어 양력으로 연말에는 '가수 청백전'을 보는 게 인기가 있었다.
특히 우리 어머니는 일본에서 공부하신 분이어서 젊은 시절 배운 신식의 영양학을 우리 식구들에게 도입하였던 모양으로 허구한 날 엽록소니, 비타민이니 그런 것들을 강조하시고, 오래 씹는 것, 천천히 먹는 것을 권하시면서 신선한 초록색 야채를 많이 먹어라, 과일은 껍질째로 먹어라, 해조류가 몸에 좋은 것이다, 우리 형제들은 그런 내용의 강의를 식사 때마다 들어야 했다.
뿌리식물이 좋다며 늘 해주신 것이 우엉과 연근이었는데 그것들은 대개 일본식으로 새콤달콤하게 졸이거나 간장에 무친 것들이었고 특별히 부산에는 해산물이 풍부해서 생선과 해조류야 당연히 식탁의 기본이었다. 김과 미역은 밥과 함께 밥상 위에 빠져서는 안 될 매일의 양식이었고 다시마, 곤푸, 톳나물, 파래 따위는 국이건 나물이건 매일 대하는 영양소들이었다.
우리는 고기보다는 생선을 더 많이 먹었는데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좋아한 것은 '긴타로'(金太郞)라고 흔히 불리는 빨간 고기였다. 우리 어머니는 방학이 되어 내가 부산 집에 오는 날이면 가장 먼저 이놈을 사다가 왕소금을 뿌려 굽거나, 무를 넣고 맵게 지져주신다. 그러면 나는 그 기절할 단맛 때문에 정말로 오랜만에 집에 온 것을 긴타로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생선 이야기를 하자면 대구를 빼놓을 수가 없는데 그때만 왜 그런 풍습이 흔하다가 이제 시들해졌는지 겨울이면 집마다 김치 담그듯 대구를 장만하여야 했다. 요즘은 대구가 많이 안 잡혀서 그랬을까, 아니면 그게 일본식 습관이어서였을까, 거의 그런 집을 찾기가 힘들어졌는데 이상한 일이다. 김장 때 배추의 포기 수를 따지듯이, 식구 수에 따라 겨울 대구를 장만하는 숫자가 다른데 대개 우리 집에서는 스무마리 정도를 하던 걸로 기억한다.
대구의 배를 갈라 내장과 알과 이리를 따로 모아 놓고 막대기를 꽂아 배를 벌린 다음 덕장에 황태 말리듯 대청마루에 나란히 널어놓고 겨우내 모자라는 단백질의 공급원으로 삼는 것이다. 대구는 정말로 버릴 것이 없어서 싱싱한 살코기는 물론 전을 부쳐 먹는 게 가장 맛이 있지만 살은 대부분 담백하게 무를 넣은 국으로 끓여서 먹는다. 국을 풀 때는 머리를 먼저 찾아 어른 국그릇에, 아버지가 돌아가신 다음에는 형의 국그릇에 퍼 담던 것이 인상에 남는다. 우리가 좋아하는 것은 국 속에서 건져주는 커다란 대구 알이다. 허옇게 물컹거리는 고니는 우리가 안 먹으니까 어른들 차지가 된다. 대구는 알로 알젓을 담그고 창자도 젓갈로 담가 먹고 심지어 아가미까지도 아감젓을 담가 먹는다.
내게 그 시절의 기억으로 가장 또렷이 남아 있는 것은 밤에 변소에 가느라고 대청마루를 건너야 할 때 머리 위로 늘어진 대구들이 벌어진 배에서 푸른 인광을 뱉어내는 무서운 광경이다. 그건 정말로 도깨비불처럼 밝으면서도 오싹오싹 소름이 끼치도록 차가운 불빛이었다. 늘어진 대구 꼬리가 이마에 닿을 때는 내가 늘 훔쳐보던 형의 '괴도 뤼팽', '모르그가의 살인사건', '813의 비밀' 따위 괴기 탐정소설에 나오는 차가운 시체들의 촉감이었다.
먹는 것 이야기가 길어졌는데 사실 명절은 먹을 것 이야기에 새 신발과 새 옷과 세뱃돈 이야기를 빼면 무엇이 남겠는가? 그런데 우리 집사람도 별 음식 장만도 안 하는 것 같고 오늘 우리 집이 음력설은 너무도 조용하고 한가하다. 우리 사무실은 양력 정초에 사흘을 쉬면서 신년 축하 모임을 모두 끝냈고 전ㆍ현직 직원들과 졸업생, 재학생 제자들도 모두 다녀갔으니 찾아올 사람도 없다. 처가 식구들도 모두 양력에다가 누이들도 모두 각자 시댁으로 설을 쇠러 갔고 우리 딸도 어제 다녀가면서 오늘은 시댁에 하루 종일 있겠다고 했고 하나뿐인 우리 아들은 저 멀리 인도라는 나라에 저 혼자 기쁨을 찾겠다고 가서 있는 지가 여섯 달이 된다.
그나마 설날이라고 멀리서 그 힘들다는 국제전화가 왔는데 소포 받은 이야기를 하느라고 귀한 시간을 다 보내고 건강 이야기, 생각하는 이야기는 하지도 못하고 전화를 끊었다. 라면, 고추장, 깻잎 통조림, 김 같은 음식류와 소화제, 설사약, 감기약 따위를 40만원어치나 사서 보냈으니 그 국제 소포가 과연 주위의 인도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는 충분했으리라.
나는 지금 그 충분히 이야기 못 한 것이 아까워서 오랫동안 비어있는 이층의 아들 방에 올라와 녀석의 컴퓨터로 이 글을 쓴다. 그러고 보니 내가 이 방에 들어와 본 것이 하도 오래되어 생소하게 느껴지지만 그래도 젊음의 열정과 낭만이 방 구석구석에 배어 있어 반갑기도 하다.
하나뿐인 아들도 외국에 보내고 늙은 부부만 둘이 성탄과 연말연시와 설날을 보내는 것이 불쌍했던지 하느님께서 5년 만에 딸과 사위와 외손녀를 귀국시켜주셔서 그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우리는 그 한 가지 즐거움에 매달려서 모처럼 지난 한 달가량은 고요하기만 하던 우리 집에 웃음소리가 끊이지를 않았다. 도무지 이 28개월 된 꼬마 아가씨는 하늘에서 내려온 아기천사처럼 우리를 행복감에 빠트린다.
나는 집에 들어올 때마다 무엇을 사가면 이 아기가 좋아할까, 함께 있으면 무엇으로 조금 더 기쁘게 해 줄까를 골똘히 생각하는 연애 감정에 빠져 있다. 어제만 해도 저녁에 우리 집에 들어서면서 어찌나 반갑게 큰 소리로 할아버지를 부르며 달려와 안기던지 그 모습에 감동해서 우리와 저녁을 먹고 함께 지낸 몇 시간 동안 나는 그 아이가 하겠다는 일은 무엇이든지 다 해 주고 싶었다. 그런데 오늘은 엊저녁의 그 깔깔거리던 웃음소리가 지금도 귓전에 맴도는 데 오늘은 볼 수가 없고 내일이 되어야 다시 보게 된다니 마음이 무겁다.
오늘 우리 성당에는 신부님의 부탁으로 수녀님들과 구역장들이 제단 위 제대 앞에 차례상을 차려놓고 봉헌 예절 때 모두 차례로 나가 봉헌하고 분향을 하게 해 놓아서 보기가 좋았다. 과일과 떡만으로 상을 고이고 밥그릇 국그릇과 숟갈 젓갈은 없이 뒤에 병풍만 치고 신위를 모신 위패도 없으니 누구 특정인의 우상에 절한다는 소리를 듣지는 않겠지만 엊저녁에 누군가가 신부님에게 전화를 걸어 항의했다는 때문인지 신부님은 우리가 차린 차례상의 의미를 강론으로 한참 설명했다. 그냥 남 하는 대로만 하면 조용할 것을 새롭게 무엇을 하려니 번거롭고 시끄러워지는 것을 보게 되니 한 가지 더 느끼는 바가 있었다.
대원군은 천주학쟁이들이 조상의 제사를 안 지내는 무도한 것들이라고 모두 잡아다 죽이라는 무시무시한 명령을 전국에 내렸었는데 지금 오히려 성당에서 돌아가신 조상들의 영혼을 위해 미사를 드린다고 신자가 신부에게 항의 전화를 한다고 하니 무얼 알고 하는 일인지 무어라 말을 할 수가 없다. 그러고는 미사가 끝나자 모든 신자가 서로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고 인사를 하니까 이거야말로 구정이 진짜 설날 같은 기분인데 우리는 조용히 집으로 돌아왔다.
아마도 성탄 카드 때문에라도 연하장을 보내는 형식적인 신년 인사와 공식적인 학교행사나 관청행사는 신정 때에 하고, 마음으로 축하하고 선물 보내고 하는 인간적인 인사(?)는 구정에 하는 것으로 오래 묵은 이중과세 문제는 합의와 해결이 되어 가나 보다.
나는 그럭저럭 이중과세가 익숙해진 것 같다. 그 두 달력의 다른 성질을 따지고 보자면 하나는 해의 움직임을 계산한 것이고 또 하나는 달의 움직임을 계산한 것인데 둘이 다 빈틈없는 자연의 엄연한 법칙이니 어디 한 치라도 오차가 있겠나 마는 내가 늘 놀라는 일은 음력에 표시된 절기들의 정확한 예보 능력이다.
우수와 경칩에 무슨 일이 있을 거라고 적어 놓은 것들은 정말 신기하게도 그대로 들어맞지요. 소한 추위가 어떻다고 하면 거의 그대로 맞아 돌아가니 말이다. 물론 양력에서도 동지와 하지가 겨울과 여름의 정점인 것도 맞고 그래서 동지에 해의 길이가 가장 짧아지지만, 그것은 그것은 거꾸로 그날부터는 더 이상 짧아지지 않고 오히려 길어지기 시작해서 춘분에 밤과 낮이 똑같아질 때까지 계속하므로 동지가 봄의 시작이라는 역설도 감동적이긴 하다.
고유의 문화에 사람들이 전보다 더 많이 관심들을 갖게 되면서 음력, 즉 달의 움직임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재미있다.
해와 달 어느 쪽이 우리에게 더 직접적인 영향이 있을까?
육체적으로는 해가 달보다 더 가깝고 직접 영향을 주는 것으로 느끼지만 심리적으로 해는 한 해이고 달은 한 달이니 달이 가깝게 느껴진다. 그러면 하루는? 하루는 해와 달이 교대하니 둘 다 가깝게 느끼지만, 낮의 해는 이성을 일깨우고 밤의 달빛은 감성을 북돋우니 어느 한쪽이 가깝다 멀다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사주라는 인생 네 개의 기둥은 연월일시를 모두 정확히 알아야 맞는 점괘가 나오는 모양이다.
사실 십이간지가 바뀌어 사람이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는 것은 음력 설날부터이니 나는 오늘로 만 육십삼 세가 되고 한국 나이(?), 그래 '세는 나이'로 육십 사세가 되는 것이다. 바로 오늘부터 개띠 해가 시작되니 그것부터가 조금은 새로운 느낌이 들기도 한다. 지난 성탄에 김 추기경님이 우리 세종로에 오셔서 미사를 하셨는데 강론 중에 말씀이 개띠 이야기였다. 우선 당신이 1922년생 개띠라고 소개하시고 새해에는 개에게서 본받아 충직하고 진실하게 한 해를 보내자고 하셨다.
개는 배신을 모른다. 주인이 아무리 섭섭하게 대해 주어도 그 진실성에 변함이 없다. 계산해서 요만큼 받았으니 요만큼만 하자는 법이 없다. 그 점, 사람은 '개만도 못한' 짐승일 때가 많다. 우리 집 쫑쫑이가 그렇다. 그것은 아명이고 본명은 김진도라고 한다. 2대에 걸쳐 우리와 함께 사는 진도 출신의 이 녀석은 자기가 이 집의 경찰서장이나 헌병 대장이라는 자부심 하나로 산다. 너무 성격이 괄괄해서 잠깐씩 운동하는 시간 이외에는 항상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목덜미를 묶여서 반지름 일 미터의 한자리를 못 벗어나는 신세이면서도 밤이나 낮이나 일분일초도 한눈팔지 않고 본채를 노려보며 누구 하나 그냥 지나치게 가만두지를 않는다. 두 발을 앞에 가지런히 모으고 마치 초소의 헌병처럼 앉아서 사람들 출입을 간섭하는데 특히 손에 무엇을 든 사람, 더구나 뭐 무거운 것을 든 사람은 가민 두지를 못한다. 특히 세탁소 아줌마나 청소부 아저씨가 대상이다.
"주인님, 저 사람이 주인님 집에서 무언가를 집어 가요!"라며 소리소리 지르다 못해 펄펄 뛰며 난리가 난다. 그런데 그 주인이라는 자는 어떤가. 명색이 건축가라면서 이 만고의 충신에게 작은 집 한 채를 지어준 적도 없을 뿐만 아니라, 그저 한 달에 한두 번 가까이 와서 슬쩍 머리나 한번 쓰다듬어 줄 뿐이다.
그런데도 녀석은 집안사람들의 계급을 모두 기억하고 있다. 아줌마가 아무리 제게 밥을 챙겨주는 중요한 사람이지만 이 집에서는 주인아저씨가 더 중요한 사람인 줄을 아는 것이다. 한 녀석이 더 있다. 삽살개로 이름은 '앵두'다. 둘이는 여러모로 대조적이다. 둘 다 갯과에 속하는 한국의 대표적 토종견이라는 점 외에는 같은 점이 없다. 진도가 수놈이고 앵두가 암놈인 것부터, 하나는 두 귀가 바늘 끝처럼 쫑긋하고 또 하나는 두 귀가 한없이 늘어진 것도 그렇고, 무엇보다도 성격이 이 앵두는 영락없는 암놈이다. 아무나 보고 꼬리를 친다. 그래 우리 집에서는 얘의 별명이 '기생'이다.
삽살이는 우리 전통문학과 전래 미담의 주인공이다. 그래선지 영락없는 한국 사람 모습이다. 더 좀 자세히 말하자면 진도가 태권도의 절도와 기의 모음이라고 볼 때 앵두는 택견의 유연함과 흐느적거리는 외유내강을 겸비했다. 이 녀석은 절대로, 함부로 힘을 과시하지 않는다. 그러나, 일단 유사시, 한 번 화가 나면 절대로 가만있지도 않을 뿐 아니라 힘이 엄청나다. 그런 현장을 나 자신도 이 녀석과 네 해를 함께 살면서 두세 번을 보았을 뿐이다.
앵두의 두 눈동자는 아래로 늘어진 이마의 털로 인해 늘 가려져 있다. 그래도 그 뒤에서 아주 밝게 볼 수 있으니 절대로 걱정해서 털을 잘라주지 말아야 한다. 두 눈망울은 항상 슬픈 듯 젖어 있다. 왜놈들이 내선일체를 주장할 때 저들의 아키타견(秋田犬)과 닮은 진돗개를 발굴해 내 띄우는 대신, 거의 30만 마리에 달하는 삽살이 조상을 살육하여 종자의 몰살을 시도했었다. 그리고 최근에야 경북대 수의대 교수팀에 의해 원형이 복원되었다. 그것은 슬픈 역사였다.
나는 오후 볕이 따스한 마당에 나가 앉는다. 묶여 지내는 진도를 풀어주자 천방지축으로 뛰어다닌다. 목줄도 없이 평소 늘 풀려 지내는 앵두도 덩달아 함께 뛰어다닌다. 성질 나름이다. 진도가 묶여 지내는 건 그 성질을 죽이지 못하고 아무에게나 짖어 대고 물려고 달려드는 탓이고, 앵두가 묶이지 않고 지내는 건 그 성질을 감추고 온순한 척하기 때문이다. 나는 두 녀석이 다 집도 없이 한 겨울밤 찬바람을 마당 한가운데서 웅크리고 견뎌내는 것이 불쌍하고도 대견스럽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그게 개들답게 보인다. 원래 우리 개들은 대청마루 밑이나 그런 자리를 제가 찾아 잠을 잤다.
이제 남은 걱정은 두 노총각과 노처녀를 시집·장가 보내는 일이다. 다만 이 두 녀석이 연애해서는 안 된다. 둘이는 혼인이 허용되지 않는 비극적 관계이다. 그저 좋은 친구로만 지내야 한다. 그래 나는 감시의 눈초리를 거두어도 될 듯하다.
산수유는 벌써 꽃봉오리를 터트릴 준비가 끝났다. 그러고 둘러보니 라일락도 개나리도 자목련도 뾰족한 붓끝처럼 봉오리를 맺었다. 아직은 몇 차례 더 남은 강추위를 이겨내고 봄을 맞을 준비를 끝낸 것이다. 그 찬란한 슬픔의 봄을….
* 자세한 내용은 김원 건축가의 저서 '행복을 그리는 건축가', '꿈을 그리는 건축가', '못다 그린 건축가'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정리 : 성도현 기자>
rapha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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