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와치, 아티스트 ‘VERDY’를 만나다…스와치 그룹의 생존전략 [김범수의 소비만상]
VERDY는 세계 패션계에서 주목 받는 그래픽 아티스트로 스트릿 패션을 선호하는 MZ세대 사이에서 유명한 브랜드이기도 하다.
스와치는 VERDY와 협업해 대표 캐릭터 '빅'(Vick)과 '비스티'(Visty), 시그니처 문구 ‘Girls Don’t Cry’, ‘Wasted Youth’ 등으로 디자인 된 시계를 출시했다.
VERDY 브랜드를 좋아하거나, 기자보다 한참 어린 10대에게 잘 어울릴 법한 디자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와치는 VERDY 컬렉션 이외에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을 통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한다. 대표적으로 VERDY처럼 여러 아티스트와 협업한 제품들이다.
스와치는 오메가(Omega)와 협업해 최초로 달에 간 시계(문워치)인 스피드마스터(Speedmaster) 디자인으로 출시했다. 이 문스와치의 오늘날에도 인기가 이어지면서, 스와치는 최근 미 항공우주국(NASA)의 공식 마스코트인 ‘스누피’를 문스와치 에디션으로 출시하기도 했다.
스와치는 그룹 내 브랜드와의 협업 마케팅에 재미가 생겼는지, 하이엔드 브랜드인 블랑팡(Blancpain)의 ‘피프티패덤즈’(Fifty Fathoms) 모델을 베이스로 한 시계도 출시했다.
오늘날 글로벌 시계 산업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고 있는 스와치 그룹(SWATCH GROUP)의 시작은 1983년으로 의외로 오래되지 않았다.
1970년대 일본 세이코(Seiko)의 배터리식 쿼츠(Quartz) 무브먼트 보급으로 스위스의 기계식 시계 산업이 말 그대로 멸망까지 몰리면서, 일부 스위스 시계 브랜드는 ‘합종연횡’으로 생존을 도모했다.
스위스 시계 브랜드들이 연합해 하나의 그룹으로 뭉치면서, 스와치라는 ‘엔트리’ 브랜드부터 브레게(Breguet)라는 ‘하이엔드’ 브랜드까지 라인 전체를 아우르게 됐다.
자동차로 비유하자면 스코다부터 아우디, 포르쉐, 람보르기니, 벤틀리 등 중저가부터 초고가 승용차 브랜드까지 가지고 있는 폭스바겐 그룹이다.
특히 스와치 그룹의 품질을 책임지는 곳은 브레게도 오메가도 아닌 ETA다. 스와치 그룹에 속해있는 ETA는 도착예정시간은 아니고, 시계의 엔진에 해당하는 무브먼트를 제조하는 회사다.
ETA는 스와치 그룹이 시작된 1983년부터 한배를 탔는데, 이 점이 다른 시계 브랜드 그룹과 차별성을 달리하는 포인트가 됐다.
2014년 기준 스위스 무브먼트 시장에서 ETA의 점유율은 무려 72%로 집계됐다. 이 중 48%는 스와치 그룹 내부에서 소비했고, 24%는 경쟁 기업에 판매한 수치다. ETA가 무브먼트 공급을 중단하면 사실상 그 시계 브랜드는 망할 수 밖에 없는 구조로, ETA는 ‘슈퍼 을’로 군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스와치 그룹은 2002년부터 '우리가 원하는 업체에만 베이스 무브먼트를 공급하겠다'는 선언을 했다. 이후 ETA는 꾸준히 외부 공급을 줄이면서, 이른바 ‘에보슈 파동’을 일으켰다.
이 같은 스와치 그룹의 의도는 무브먼트 기술 개발을 등한시 한 채 ETA의 베이스 무브먼트만 구입해 껍데기만 씌워 파는 시계 산업에 내린 극약 처방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치킨게임’으로 스위스 공정위의 조사를 피해갈 순 없었다.
덕분에 스와치 그룹은 ETA 무브먼트를 규모의 경제로 원 없이 사용하는데, 덕분에 엔트리 브랜드인 티쏘(Tissot)가 큰 혜택을 보고 있다. 그룹 내 하이엔드 브랜드인 블랑팡에 들어가는 ETA 무브먼트를 티쏘도 쓰게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티쏘가 오늘날 품질이 좋은 입문용 시계로 통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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