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앞두고 괜히 자극할라”…고심하는 파월, 물가 강조하지만 속내는 [매일 돈이 보이는 습관 M+]

노영우 전문기자(rhoyw@mk.co.kr) 2024. 6. 22.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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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1월 열릴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통화정책도 영향을 받는 분위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6월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이로써 미국 기준금리는 2023년 7월부터 1년 동안 연5.25-5.5% 수준을 유지하게 됐다. 기준금리 동결은 시장에서 예상됐던 것이어서 별다른 감흥이 없다. 문제는 올해 언제 몇 번이나 미 연준이 금리를 내릴 것이냐 하는 점이었다. 연준은 향후 미래 금리를 예측한 점도표에서는 올해 말 금리 수준을 5.1% 정도로 예상했다. 올해 안에 한차례 정도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얘기다. 반면 파월 연준의장은 한번 이상 금리를 내릴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선제적이고 일관된 메시지를 던지기 보다는 임기응변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이다. 이런 모습은 11월 선거때까지 계속될 것 같다. 연준에 대한 시장의 신뢰는 떨어지고 있다.

연준은 6월 FOMC회의 후 공개 자료를 통해 “최근 경제 지표에 따르면 경제 활동은 굳건한 속도로 확장하고 있으며, 고용 역시 튼튼하다”고 밝혔다. 이어 “물가 상승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지만 최근 지표에 따르면 물가상승률 2%라는 위원회의 목표에 부합하는 추가적인 완만한 발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장에서는 최근 각종 소비지표가 부진한 것으로 나오면서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가 커졌었다.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상승률(CPI)이 전년동기대비 3.3%로 발표돼 기대치(3.4%)를 밑돌면서 물가 하락세가 완연함을 보여줬다. 소비지표가 부진하고 물가가 하락해 연준이 기준금리를 내리는 시기가 빨라지고 인하폭도 커질 수 있다는 기대감을 키웠다. 하지만 연준의 발표는 시장의 예상보다 금리 인하 횟수를 줄이는 것이었다. 이런 점에서 이날 FOMC 회의 결과는 분명 매파적이다.

고용 악화땐 한번 이상 금리인하 시사 ... 속내 드러낸 파월 의장
반전은 있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금리 인하에 대한 여지를 남겼다. 그는 이날 회의 후 “최근 물가 지표가 올해 초보다 긍정적이었고 물가 목표를 향한 완만한 진전이 추가로 있었다”면서도 “인플레이션이 2%로 안정적으로 둔화하고 있다는 확신을 강화하기 위해선 좀 더 좋은 지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플레이션이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얘기다. 여기까지 발언도 매파적으로 들린다.

하지만 그는 다른 곳에서 속마음을 털어놨다. 파월 의장은 “노동시장 상황이 예상 밖으로 악화하거나 인플레이션이 기대보다 빨리 둔화한다면 그에 따른 통화정책 대응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점도표에서는 한차례 정도 금리 인하를 예상했지만 노동시장 상황이 악화될 경우 한번 이상 금리를 내릴 수 있음을 언급한 것이다. 이 발언은 매파 일색이었던 이날의 이벤트에 새로운 시각을 던져줬다. 시장은 이 발언을 계기로 연준이 한차례 이상 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전망을 이어갔다. 연준도 물가를 강조했지만 속마음은 고용에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미국 통화정책 선도적이지 못해 ... 글로벌경제 생각할 여유 없어 보여
6월 FOMC에 대한 평가는 다면적이다. 먼저 미국의 현재 경제지표만 보면 고용은 양호하고 물가는 목표치(2%)보다 훨씬 높다. 금리를 내릴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경제지표들이 악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고 물가 하락세도 진행되고 있어 선제적 통화정책을 강조하는 연준이라면 금리를 내릴 수도 있다. 특히 유럽과 신흥국들이 올 들어 잇달아 기준금리를 내리면서 미국이 상대적으로 금리를 올리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내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을 선도하는 미국으로서는 금리를 내려 방향성을 제시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미국의 통화정책은 선제적이고 선도적이지 않게 흘러가고 있다. 글로벌 경제를 생각하는 여유도 없고 미래의 방향성을 미리 제시해 경제주체들의 기대를 형성해가는 역할도 미흡하다. 단지 미국의 현 상황만 보고 근시안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만든다.

트럼프, 고물가 물고 늘어지며 바이든 정부의 ‘경제실정’ 공격
이유가 뭘까. 여러 가지가 있지만 미국이 올해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정치 일정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현재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공화당 후보 간에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트럼프는 연일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 실정’을 공격하고 있다. 각종 경제지표를 비교해보면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성적표가 트럼프 대통령보다 우세하다. 트럼프 정부 집권기인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년간 경제성장률은 평균 1.4%였다. 반면 바이든 정부가 들어선 이후인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간 평균 경제성장률은 3.4%를 기록해 훨씬 높다. 아울러 실업률도 트럼프 정부 때는 5%였지만 바이든 정부 들어서 4.2%로 낮아졌다. 성장과 고용 모두 바이든 정부가 높다.

문제는 물가다. 트럼프 정부 때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평균 1.9%에 불과했지만 바이든 정부 때는 물가상승률이 5.3%로 급등했다. 특히 체감 물가가 급등해 미국 서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물가에 묻혀서 바이든 정부가 고용과 성장에서의 경제적 성과가 묻히고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는 물가 상승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 바이든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물가와 고용 사이서 고심하는 연준 ... 금리 향방이 대선 변수에 휘둘리는 느낌
이런 점에서 연준의 통화정책도 물가에 집중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금리를 섣불리 내려 물가가 오름세로 반전한다면 선거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물가가 추세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해도 절대 수준은 3%를 훌쩍 넘는다. 파월 의장이 물가를 강조한 것도 이같은 정치상황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이 때문에 11월 선거를 앞두고 사전에 금리를 내려 물가를 자극하는 것은 연준이 꺼리는 일이다. 결국 물가가 2%대로 급락하지 않는 한 선거전에 금리를 내리기 어렵다는 얘기가 된다.

한 가지 변수는 있다. 바로 고용이다. 지금 고용 상황은 양호하지만 고용이 갑자기 급락하는 상황이 닥치면 그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실업은 물가보다 선거에 훨씬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파월 의장은 고용이 악화되면 언제든 금리를 내릴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이런 저런 상황을 감안하면 당분간 연준의 통화정책이 선거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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