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길 걷다가 제주에 반해 물질까지 배웠어요”···MZ 세대 해녀
“제주에 반해 해녀가 됐네요.” 지난달 제주 표선 앞바다에서 만난 조은별씨(38)는 해녀복을 입고 바다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었다. 아직 바람이 거세고 바닷물 또한 차가웠지만, 조씨는 “이 정도면 물질을 하기 좋은 날”이라고 했다. 해변 산책을 나섰다가 우연히 해녀들을 만난 기자에게 조씨는 “나도 서울에서 왔다”며 반갑게 인사했다. 질문 세례에 서둘러 답하던 조씨는 이내 물속으로 사라졌다. 이미 다른 해녀 삼춘(남녀 구분 없이 동료나 이웃을 친근하게 부르는 제주 방언)들은 모두 물질을 시작했던 터다.
제일 늦게 바다에 뛰어든 조씨는 3~4시간가량 물질을 마친 뒤 뭍으로 올라왔다. 오늘 수확을 보여달라고 했더니 조씨는 “오늘은 반찬거리 정도밖에 못 잡았다”면서 매홍이(고둥), 보말 등 바닷속 먹거리들을 펼쳐놓았다. 이제 해녀 4년차에 접어든 조씨는 서울 토박이다. 서울에서 나고 자랐고, 몇해 전까지 도시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했다.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인 조씨가 해녀의 길을 걷게 된 건 무슨 연유일까. “올레길을 걷다가 반해버린 거죠.” 조씨는 운명이었다고 했다. 제주의 자연을 매일 만나고 싶다는 생각에 남편을 설득했다. 다니던 직장을 관두고 2020년 5월 제주에 들어왔다. 마침 취미로 스쿠버 다이빙과 프리다이빙을 즐겨왔던 조씨는 제주에서 해녀학교에 다닐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조씨는 “다행히 전액 무료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면서 4개월의 교육과정을 밟았다고 했다.
교육만 받는다고 해서 해녀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제주 어촌계에 해녀로 등록해야만 물질을 할 수 있다. 어촌계 합의를 거쳐 회원으로 승인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이 녹록지 않다. 조씨는 “표선 어촌계 해녀 삼춘들이 받아주셔서 같이 물에 들어갈 수 있게 됐다”며 바다에서 적응을 할 수 있도록 삼춘들이 늘 도와준다고 했다. 이날도 해녀 삼춘들은 막내인 신입 해녀 조씨가 무사히 물질을 마치고 뭍으로 돌아왔는지 확인하며 챙겼다. 조씨는 이제 제주가 아닌 곳에서의 삶을 상상할 수 없다. “남편도, 저도 매우 만족해요. 제주의 자연을 매일 만나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제주|글·사진 |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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