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이 사람을' 고두심-정선일 "비극 반복 안 돼...설교보다 와닿을 것" [mhn★인터뷰]

장민수 기자 2024. 6. 2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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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공채 탤런트 선후배, 모자(母子)로 출연
6월 27일부터 7월 7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MHN스포츠 장민수 기자) MBC 공채 탤런트 선후배로 오랜 인연을 쌓아온 배우 고두심과 정선일이 음악극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로 만났다.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는 한국전쟁의 비극을 시작으로 한 여인의 엇갈린 사랑과 증오, 용서의 과정을 그린다. 이를 통해 격동의 한국 현대사를 살아온 세대를 위로하고 감동을 주고자 한다. 

여기에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를 비롯해 '오빠생각', '전우여 잘가라', '굳세어라 금순아', '돌아와요 부산항에' 등 당시를 대표하는 20여 곡이 함께 어우러지며 음악극으로서의 재미도 전할 예정이다.

대한민국 연출 역사의 산증인이자 문화예술 기획의 거장 표재순 연출이 지휘하며, 이순재, 이정길, 고두심, 임동진, 기정수, 이한수, 원근희, 정선일, 김창옥, 김태리, 정태우 등 국내를 대표하는 배우들이 출연한다. 또한 조정민, 미스김, 정슬, 염유리가 극중 초대가수 역으로 참여해 특별 무대도 꾸밀 예정이다.

공연을 앞두고 막바지 연습이 한창인 가운데, 최근 서울 미아동의 한 연습실에서 배우 고두심과 정선일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두 배우 모두 오랜만에 연극 무대에 서게 됐다. 특히 고두심은 지난 2017년 '불효자는 웁니다' 이후 약 7년 만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지만 세월의 흐름에 대적하기란 쉽지 않았다고. 

고두심은 "기회만 되면 무대에 서고 싶은 욕망은 언제나 있었다. 근데 이제 나이가 있어서 상대 배우나 스태프들에게 피해를 줄까봐 연극 무대는 조금 꺼려지는 경향이 있다"고 주저했던 이유를 밝혔다.

그럼에도 이번 작품에 참여한 건 표재순 연출의 존재 때문이었다. 그는 "그분의 연출을 어릴 때부터 보고 영향 받아온 터라 이런 기회가 아니면 앞으로 또 기회가 없을 것 같아서 하게 됐다"라고 덧붙였다.

2022년 연극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이후 2년여 만인 정선일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특히 표 연출이 MBC 공채 탤런트 시험 당시 심사위원이었다며 "선생님이 '모여!' 하시면 모이는 거다"라고 믿음을 드러냈다.

고두심은 주인공 윤옥이 역을 맡았다. 역할에 대해 그는 "시대의 아픔을 안고 사는 여자"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당시에는 입이 있어도 말도 못 하고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 아픔이란 건 말도 못 하고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감히 유추할 수도 없는 일들이다"라고 전했다.

당시의 아픔을 지금의 관객에게 꼭 들려주고 싶다는 목표도 전했다. 고두심은 "그런 (아픔의) 과정이 있었기에 오늘날이 있는 건데, 요즘 사람들은 잘 모르고, 알고 싶어하지도 않는 것 같다. 그래서 애가 탄다"라며 "다시 반복되면 안 되는 일이다. 그런 걸 작품 통해 보여주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정선일은 윤옥이의 아들이자 목사 역으로 출연한다. 두 인물은 모자지간이라는 것을 모른 채 서로에게 이끌리고 돌봐주게 된다고. MBC 공채 탤런트 5기와 12기 선후배 사이인 두 배우의 남다른 호흡을 기대하게 한다.

그런데 모자지간을 맡기에는 나이 차가 그리 많지 않다. 고두심이 1951년생, 정선일이 1959년생으로 불과 8살 차이. 소감을 묻자 고두심은 "선일 씨가 워낙 동안이라 괜찮다"라며 웃었다.

이어 "쭉 지켜봐 왔지만 너무 성실하고 그날이 그날인 사람으로 일관되게 살아왔다고 느꼈다. 아들 역할에 아주 적합한 사람이다. 너무 좋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정선일 역시 "두말할 것 없이 너무 좋았다"라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같은 작품에 몇 번 출연하긴 했지만 이번처럼 가까운 관계로 딱 붙어서 연기한 건 처음이다. 이번에 만나려고 그동안 참아왔나 싶다"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또한 정선일은 "삶과 연기 철학 모두 일관된다"라며 타인을 배려하고 아우르는 고두심만의 인간적인 면모를 추켜세웠다. 

그는 "인물 그 자체이시다. 고두심 선배가 동시대 다른 배우들과 뭐가 다를까 보면, 이론이나 테크닉이 아닌 가진 그대로가 연기로 나온다"라며 "이제는 나도 학생들에게 테크닉을 넘어 인간이 되고 그릇을 잘 만들어야 한다고 가르친다. 이번에 선배를 보면서 다시 느꼈다"라고 삶과 연기력에 대한 존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극중 인상적인 장면이나 음악이 있는지 묻자 고두심은 "이 작품 보면서 남자들이 정말 대단하구나 다시 느꼈다"라고 고민없이 말했다. 전시에 죽어가는 병사의 입에 인식표를 물리는 장면, 정화수를 떠놓고 무탈을 기원하는 어머니들의 모습을 언급하며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특히 그는 "마지막 장면에서 너무 눈물이 난다. 무대 뒤에서 봐도 그렇다"라고 전해 극에 대한 궁금증을 높이기도 했다.

정선일은 음악을 통한 공감을 주목해달라고 했다. "어릴 적 라디오로 익히 듣던 노래들이다. 역사의 흐름과 맞물려 음악이 배열돼 있다"라며 "연세가 있으신 분들은 더 흥미로울 거다. 오셔서 같이 흥얼거리면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두 사람에게 이번 작품을 꼭 봐야 하는 이유가 뭔지 어필을 부탁했다. 

그러자 고두심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등 세계 곳곳의 전쟁 상황을 언급하고는 "이 시대에 전쟁이라니, 왜들 그러는지 모르겠다. 신기하면서도 참 무섭다"라며 세차게 머리를 흔들었다.

그러면서 "다시는 우리에게 그와 같은 아픔이 벌어지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 후손들에게는 더더욱 이런 아픔을 줘서는 안 된다"라고 작품에 담긴 메시지를 힘줘 말했다.

이에 정선일은 "이전 세대들이 말로 설교하면 당연히 듣기 싫을 거다"라며 "우리 극은 재미와 감동, 비극 등 여러 맛이 있는 드라마다. 시대를 대표하는 노래들도 정서적으로 잘 매칭됐다. 설교보다 훨씬 와닿을 것"이라고 덧붙여 어필했다.

또한 그는 "대한민국 레전드 연출, 훌륭한 배우들, 다시는 이런 조합을 볼 수 없을 거다"라며 "역사적인 이 사건을 꼭 함께해 주셨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한편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는 오는 6월 27일부터 7월 7일까지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된다. 

사진=MHN스포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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