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는 채상병과 윤석열, KBS는 푸틴과 김정은
양대 공영방송 MBC와 KBS 21일자 메인뉴스 극명하게 엇갈려
MBC "대통령실 관여 확인" 채상병 특검법 청문 집중
KBS는 북러 협력 이슈 집중하며 채상병 이슈는 축소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오늘 채상병 특검법 청문회에서 대통령실이 수사 기록 회수에 직접 관여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21일자 MBC '뉴스데스크' 첫 번째 앵커멘트)
“외교부가 오늘 주한 러시아대사를 불러 북한과의 군사협력을 중단하라고 촉구했습니다.”(21일자 KBS '뉴스9' 첫 번째 앵커멘트)
양대 공영방송인 MBC와 KBS의 21일자 메인뉴스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MBC '뉴스데스크'는 톱뉴스부터 무려 여덟 꼭지를 할애해 채상병 특검법 입법청문회를 집중 보도하며 윤 대통령의 수사 개입 의혹에 주목했다. 반면 KBS '뉴스9'는 톱뉴스부터 북러 협력 등 대북 이슈에 여섯 꼭지를 할애했다. 채상병 특검법 입법청문회 내용은 일곱 번째 리포트에서만 다뤘는데 이마저도 MBC와 논조는 확연히 달랐다.
MBC는 이날 '뉴스데스크'에서 <“경찰 전화 올 것” 대통령실 관여 확인‥직전에는 대통령과 통화>, <박정훈 대령 “한 사람 격노로 모든 것이 꼬였다‥특검 필요”>, <김계환-박정훈 '격노설' 대질‥“증언 거부” “분명 들어”>, <입 꾹 닫은 핵심 3인방‥“밝힐 수 없다” 반복>, <이종섭·임성근 “증인 선서 못한다”‥“대놓고 거짓말하겠단 거냐” 반발>, <임성근 “수중 수색 지시 안 해”‥'임성근 구명설'도 거론>, <전현희 거수경례‥임성근·이종섭·이시원 10분간 '퇴장'>, <이 시각 국회 법사위‥국민의힘 불참 속 채상병 특검법 의결?>이란 제목의 리포트를 연속 보도하며 채상병 사건에 집중했다.
MBC는 “해병대 수사단장으로 경찰에 사건기록을 넘겼다는 이유로 항명죄 재판을 받고 있는 박정훈 대령은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 사건의 시작점이라고 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박정훈 대령에게 '대통령이 격노해 일이 이렇게 됐다'는 말을 했다고 지목된,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도 화상으로 청문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공수처에서 불발됐던 대통령 격노설 양 당사자의 대질 조사가 이뤄진 셈인데, 사실 그대로 말하겠다고 선서한 김 사령관은 대통령 격노 얘길 했느냐는 질문에, 답변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MBC는 또 “윤 대통령의 개입이 있었는지가 이번 사건의 핵심인데 작년 8월 2일 윤 대통령의 전화를 받은 3명은 하나같이 오늘 청문회에서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증언했다. 윤 대통령의 복심, 이시원 전 공직기강비서관도 답변을 거부하면서 특검 요구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나아가 “의혹의 핵심 인물 중 이종섭 전 장관과 임성근 전 사단장 등은 아예 증인 선서부터 거부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청문회를 두고 경향신문은 21일자 사설에서 “대통령실이 조사기록 회수에 관여한 게 사실로 드러남에 따라 수사 외압 배후가 대통령실이고 그 최정점에 윤 대통령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은 더욱 짙어졌다”고 썼다.
야당이 윤석열 대통령을 수사 외압 의혹의 몸통으로 지목하며 “직권남용은 대통령 탄핵 사유”라고 주장하는 가운데 또 다른 공영방송 KBS는 해당 이슈를 축소 보도했다. 같은 날 '뉴스9'는 <주한 러시아대사 초치…“책임 있게 행동하라”>,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재검토”…155㎜ 포탄 지원할까?>, <푸틴 “살상무기 지원하면 큰 실수”…북한에 무기 공급 가능성도>, <미 “러 본토 전역 타격 허용”…“우크라에 어떤 지원도 환영”>, <북한군 세번째 군사분계선 침범…김여정 또다시 오물풍선 살포 시사>, <'축선' 가로막은 대전차 방벽 위성으로 확인>이란 제목의 리포트를 연속 보도하며 대북 이슈에 집중했다.
이날 KBS 메인뉴스에서 채상병 특검법 입법청문회는 7번째 리포트 <야, 법사위·과방위 단독 청문회 개최…여, 강력 반발>에서 등장했다. KBS는 “야당이 단독으로 연 법사위 입법 청문회.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 '해병대원 특검법' 관련 증인 3명은 법률이 보장하고 있고 더 성실하게 증언하기 위해서라며 증인 선서를 거부했고, 야당의 질타가 이어졌다. 이른바 'VIP 격노설'에 관해 증언은 엇갈렸다”고 보도했다. KBS는 “야당은 '윤 대통령 청문회'가 돼야 한다며 공세를 퍼부었다. 현직 군 지휘관에 대해 사직을 압박하는 장면도 나왔다”고 했으며 “여당은 '이재명 대표 방탄을 위한 공세'이자 권력 남용, 사법 방해라고 반발했다”고 전하며 이 사건을 둘러싸고 여야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는 식의 보도에 머물렀다.
앞서 KBS는 국내 주요 방송사 중 유일하게 이날 국회 법사위 채상병 특검법 입법청문회를 유튜브 라이브로 생중계하지 않았다. KBS 디지털뉴스부는 “현재 입법 청문회는 야당 단독으로만 이뤄지는 상황이고 야당의 일방적 입장만 전달될 수 있는 형식”이라며 생중계를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KBS 기자 다수가 가입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KBS가 스스로 정치적 판단을 해서 주요 뉴스에 눈을 감은 것”이라며 “공영방송의 주인인 국민을 무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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